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콘텐츠 시장은 지금] 웹툰 AI, 대세로 가나…채색에선 이미 상용화, 침투력 커진다

그림보다 글에 자신 있는 작가들에게 기회 제공, 작가의 과도한 노동 문제 해결…관계자들 "작가와 산업 모두 대비해야"

2023.06.22(Thu) 14:50:44

[비즈한국] AI가 그린 웹툰도 작품일까. 최근 네이버웹툰 신작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생성형AI 활용을 두고 독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I 웹툰이 판치게 되면 산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작가와 독자가 입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창작에 대한 이해나 고민 없는 이른바 ‘딸깍이 작가(마우스 클릭만으로 웹툰을 만드는 작가)’나 질 낮은 양산형 작품이 생겨날 것이라며 직접적인 거부 반응도 쏟아졌다. 

 

구체적인 반대 논리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웹툰에 대한 오랜 애정에서 나온 우려다. 작품에 대한 ‘별점 테러’와 포털에 보이콧 게시글이 이어지자 AI가 만든 웹툰은 인정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목 받았다. 그 후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각각 공모전에서 생성형AI 활용에 선을 그으며 논란은 다소 가라앉은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웹툰 업계 종사자들은 “예상보다도 반발이 거셌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AI가 이미지나 시나리오 등을 창작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웹툰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리란 전망이 있었지만 특히 작가 외에 독자들의 격한 거부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업계는 웹툰 산업에 AI가 침투되는 현상은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본다. ‘덮어놓고 반대’가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데에도 공감한다. 관련 논란이 웹툰 종주국인 한국에서 물꼬를 튼 만큼 이번 사태를 통해 AI 웹툰 창작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웹툰과 AI는 공존 불가능할까.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네이버웹툰 신작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생성형AI 활용을 두고 독자들의 AI 거부 운동이 확산했다. 사진=네이버웹툰


#과로·수익 구조 개선할 좋은 도구 될까

 

“당분간은 (AI 활용 시도가) 위축되겠죠. 하지만 거스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웹툰은 협업이 필수라 흥행 작가가 아니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혼자 일해도 무방한 다른 분야 작가들에 비해서 수익 구조가 불리한 편인데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업계 관계자 A 씨).”

 

웹툰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콘티-선화(선 그리기)-배경-채색 작업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시장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연재 분량 확보가 필수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많은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 작가는 일부 작업 단계에서 분업을 하고 있다. 선화 작가, 채색 작가 등을 구해 여러 명으로 구성된 팀원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식이다. 

 

국내 웹툰 시장은 4년 만에 4배 이상 커져 매출 1조 5000억 원 시대에 진입했다. 급격한 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작가들의 과도한 노동 문제가 존재한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 710명 중 85%가 창작활동이 어려운 이유로 ‘연재 마감 부담·휴식 부족’, ‘과도한 작업으로 정신적·육체적 건강 악화’를 꼽았다. 이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AI가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과로를 해소하는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창작자의 작업을 돕는 AI툴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작가들도 있다. 네이버웹툰 ‘머니게임’ 배진수 작가는 “독자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내 체력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AI툴이 나온다면 좀 더 길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며 “그림보다는 글에 더 자신 있는 나 같은 창작자들이 그림의 한계를 넘어서 다른 장르까지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일부 작업에선 이미 활용…“한계 넘는 작품 나올 수도”

업계 관계자 B 씨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입장이 나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혼자 스토리부터 그림까지 다 하는 작가들은 채색이나 배경 등에서 활용할 때 효율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대로 채색 전문 작가처럼 작업 일부를 담당하는 분업 작가들은 본업을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생성형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음악, 비디오 등의 원본 콘텐츠를 창작해 내는 AI 기술이다. 현재는 AI 활용이 보편화되면 새 창작물들이 기존 작품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쳐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웹툰작가이기도 한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세상에 등장하지 못할 뻔한 뛰어난 작품이 우수한 기획력을 가진 사람의 손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작가 중에는 명확한 찬반보다 ‘지켜보자’는 중간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창작의 영역에서 무엇보다도 기획과 연출이 중요하다는 시각으로는, AI를 활용하더라도 사람이 사용할 수밖에 없고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면 된다고 보는 작가들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 웹툰에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기술은 어느 정도 현실화했고 부분적으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2021년 10월 네이버 채색AI인 ‘AI 페인터’가 나왔고 업계에 콘티AI가 알려진 것 역시 꽤 오래된 일이다. AI 페인터는 출시 후 약 1년 2개월 동안 웹툰 72만 장을 채색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선 다듬기, 채색, 배경 그리기 등을 수행하는 웹툰 AI 툴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개발 중인 웹툰 자동 생성기술 ‘딥툰(DeepToon)’을 내년 완성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공정인데도 시간과 노동력을 많이 들어야 하는 작업을 컴퓨터가 수행하도록 해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저작권 관련 사회적 합의 시작해야…작가 교육도 필요 

 

AI 활용에 대한 우려는 생성형AI로 쏠린다. 기존에는 콘텐츠 생산에 최소 수백에서 수천 장의 데이터가 필요했다면 최근에는 열 댓 장의 그림을 가지고 학습 모델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작업 도구가 나왔다. 16장 정도만 있어도 그림체를 학습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AI 활용이 결국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등을 한 ‘미드저니를 통한 제이슨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사진=제이슨 앨런 디스코드 캡처


앞으로는 웹툰 AI를 둘러싸고 저작권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웹툰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려면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

 

단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러스트 분야나 컷 단위의 그림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웹툰용’ 생성형AI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저작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형성되기 전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을 끝낸 영역과는 다른 조건이다. 박광철 이사는 “생성형AI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성장한 탓이 크다. 서사와 흐름을 가진 웹툰에 맞춰 연속성을 반영하려면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해야 하는데 기술 개발이 좀 더 복잡한 단계로 본격화되기도 전에 논란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다만 웹툰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어도비 등 데이터 저작권 문제가 없는 AI가 나오고 있고 생성형AI의 진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문제는 업계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다. 플랫폼 기업들도 상황이 난처하다. 여론과 정부, 작가나 에이전시 등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들의 경우 먼저 나서서 생성형 AI와 관련한 기준을 만들기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 C 씨는 “플랫폼이 AI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기술을 개발하는 AI업체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소스를 얻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부분들이 먼저 규정돼야 할 것 같다”며 “정부나 학계, 창작자 등 산업 주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플랫폼이 따라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 B 씨도 “최근에 AI 논란이 크게 번지며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직 플랫폼이 AI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범강 회장은 “데이터 수집에 대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한다.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데이터 수집에 있어 기본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습작용이나 무료 이용, 혹은 수익을 위한 유료 콘텐츠 등 용도에 맞게 기준도 정확히 분류돼야 한다. 아직은 AI가 가진 양방향적인 가능성을 인정하고 좀 더 연구해야 하는 단계다. 규제부터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가이드라인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웹툰의 본류인 만큼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 포럼’에서 “그래픽 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것이 웹툰이다. 시장의 빅데이터와 핵심 콘텐츠를 모두 한국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웹툰·그래픽 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창작자 단체는 AI 주제의 포럼을 이어가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도 관련 제도 개선 워킹 그룹을 발족하는 등 가이드라인 수립을 준비 중이다. 박광철 이사는 “​새 기술의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어 대부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AI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며 “​​창작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찬반 입장을 떠나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임차권등기 역대 최고치, 역전세 폭탄 카운트다운 시작되나
· 와인 시장은 일시 조정? 대세 하락? 신세계·한화·롯데의 와이너리 인수 속내는
· [콘텐츠 시장은 지금] '투잡도 감수' 청년들은 왜 웹소설 작가를 꿈꾸나
· "사람이 경쟁력" 네이버·카카오, 웹툰 작가 처우개선에 사활
· [콘텐츠 시장은 지금] "휴재권도 좋지만 수익구조 개선부터" 웹툰작가 복지 '동상이몽'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