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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비트코인 현물 ETF' 제도권 편입, 어떻게 볼 것인가

국내선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어려울 …가상화폐 제도권 진격은 '현재 진행형'

2024.01.15(Mon) 14:44:12

[비즈한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지시각 10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공식 승인했다. 미국 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비트와이즈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2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됐음에도 현물 ETF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2년여 만에 비트코인 현물 ETF도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위원회는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하게 설계됐는지, 증권거래법과 이하 규정에 부합하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오늘의 조치에는 투자자들을 위한 특정 보호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공식 승인한 건, 향후 가상화폐 거래에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생성형 AI

 

ETF는 펀드와 주식의 장점이 합쳐진 상품이다. 이번에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ETF로 만들어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것과 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게 만든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점도 일종의 혁신”이라며 “현물 ETF로 인해 수급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또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의 자금유입이 가능해 보인다”며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 달러 유입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은 ‘현금 없는 사회’를 상징하는 상품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실물은 없지만 결제 기능이 있고,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화폐’로 떠오르기도 했다. 초창기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 당시 네덜란드 튤립 파동이나 미국의 폰지게임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제도권에 입성하는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상품과 화폐로서보다는 투기적 상품이라는 인식이 크다. 비트코인으로 10억 원을 벌었다는 신입사원, 비트코인에 투자하다가 쪽박을 차고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가치보다는 투기적 성격을 가진 상품으로 인식돼왔다.

 

이러한 인식은 국내외에서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를 통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에는 법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투자회사들에 미국 비트코인 ETF 관련 상품 발표를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금융당국에서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유는 변동성이 큰 데다가 시세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거래 제한을 공지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물론, 해외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면 거래할 수 있지만 계좌 개설도 쉽지 않고, 해외주식으로 분류돼 배당·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 환 리스크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고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는 것을 자체적으로 막았다. 뱅가드에 퇴직연금이 있는 금융소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겐슬러 SEC 위원장도 비트코인에 대해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랜섬웨어, 자금 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여전히 경계하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이후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것이라는 등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올해 가상화폐의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오는 4월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드는 반감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금광도 언젠가 바닥이 드러나듯이 비트코인은 2100만 개까지만 캘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돼 있으며, 반감기를 통해 채굴 보상을 절반씩 줄이도록 설계됐다. 4년마다 이뤄지는 반감기가 올 때마다 비트코인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지의 땅에 가면 누구나 쉽게 금을 캘 수 있다는 소문은 모두에게 희망을 심어준다. 결국 어차피 가게 될 길이라면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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