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입학 6일 전 어린이집 원장 28명 전보 발령…부러움 사던 동작구 보육에 무슨 일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구청장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인사권 가져…동작구 "평소에도 하던 것을 학기 전 시행"

2024.03.07(Thu) 11:51:43

[비즈한국] ‘최상의 보육 서비스’를 자랑해온 동작구에 학부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의 인사권과 관련해 학부모 반발이 빗발치는 상황이며,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오던 연합 졸업식도 반대 목소리에 취소됐다. 학부모들은 구의 보육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작구가 최근 관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의 전보 발령을 통보하면서 학부모 사이에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3일 내 짐 싸서 옮겨라’ 어린이집 원장 전보에 학부모 뿔난 이유

 

최근 동작구 홈페이지에 학부모 민원 글이 빗발쳤다. ‘어린이집 원장의 전보 처리를 철회하라’, ‘어린이집 원장 전보 발령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전보 기준을 제시하라’ 등의 게시글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2월 27일, 동작구가 관내 국공립어린이집 28개원의 원장에 대한 전보 발령(3월 4일자)을 통보한 것이었다. 전보 발령 통보 다음 날 각 원은 학부모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했고, 새 학기가 시작되자 마자 어린이집의 운영을 책임지는 원장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나 휴일을 제외하면 인수인계기간이 통보일을 포함해 겨우 3일이라는 것을 두고 ‘유례 없는 기습 전보 발령’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학부모 A 씨는 “원장의 교육관이 마음에 들어 집에서도 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원장이 바뀐다니 당황스러웠다”며 “동네 아르바이트생도 이런 식으로 자르지 않는다. 전보에 관한 것은 미리 전달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그동안은 전보 발령 통보 전 미리 이동하게 될 시기나 원에 대해 귀띔을 해줘 원장이 미리 알고 있었다. 이번처럼 갑작스런 통보는 처음”이라며 “5년 임기로 원을 옮기는데 5년 미만 원장도 발령 대상에 포함됐다. 전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동작구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구청장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곳이다. ‘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원회의 원장 전보 기준에 대한 사전 심의를 거쳐 원장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보할 수 있다’는 서울특별시 동작구 보육 및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고,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어린이집 원장의 전보 발령을 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전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인사권이 남용될 수 있는 데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보 발령이 이뤄진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작구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전보를 낸다. 작년에는 4월에 전보 발령을 냈고, 2022년에는 8월이었다. 학기 중에 발령이 나면 학부모의 혼선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는 일부러 새 학기 시작 전 정기 전보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상 5년 이상 장기 근무한 원장은 의무전보대상이 되지만 민원이나 결원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원장도 전보 발령이 나기도 한다”며 “인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홈페이지에 도배된 학부모 민원 게시글. 사진=동작구 홈페이지


#정치인 포토존 된 연합 졸업식도 학부모 반발로 취소, 보여주기식 정책 비난

 

동작구는 서울에서 보육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구로 꼽힌다. 2022년 보건복지부 주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보육정책 평가’에서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최우수상을 받았고, 매년 다양한 보육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작 학부모 사이에서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난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논란이 된 보육교사순환제(원장 전보 발령)다. 한 보육시설에 장기 근무할 경우 교사와의 불화나 근무 태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상 5년마다 보육시설을 이동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한 학부모는 “아이 둘을 어린이집 한 곳에 보내는 동안 원장이 4번 바뀌었다”며 “언제 원장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 보육 환경이 마련될 수 있겠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육교사순환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은 동작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육교사순환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동작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도입하려 추진한 적도 있지만 여러 문제로 모두 무산됐다”고 말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다른 지역구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에 위탁을 줘 원장과 교사를 채용해 구청장에게 인사권이 없다. 위탁자 입맛에 맞는 이들이 채용되기도 하고, 갑자기 바뀌기도 하는 등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 반면 동작구는 구청장 임명으로 반직영 형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고용 안정성이 높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동작구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경력이 긴 편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작구의 전통처럼 이어져 온 연합 졸업식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동작구는 국공립보육시설 연합회 주관으로 구립어린이집 연합 졸업식을 진행해왔다. 관내 구립어린이집의 졸업식을 한 장소에서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매년 동작구는 연합 졸업식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졸업식이 무산됐다.

 

동작구 관계자는 “연합 졸업식에 참여하겠다는 어린이집 수가 줄어 올해는 하지 않게 됐다. 언론 취재 등도 많다 보니 원장이나 학부모가 부담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졸업식이 정치인들 몰려와 사진 찍고 연설하다 가는 자리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연합 졸업식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취소된 것”이라며 “어린이집 OT나 체육대회에도 정치인들만 잔뜩 온다. 동작구의 보육 정책을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이 따라하는 분위기인데,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육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투기타운 될 판" 모아타운 반대 주민들,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 5년간 이용 2.5배 늘었는데 예산 그대로…'싱싱한 따릉이' 찾아 삼만리
· 배민, 배달지 상세주소 비공개 둘러싸고 라이더와 갈등
· 트레이더스 도입 1년 만에 사실상 유료 멤버십 전략 포기 수순?
· [단독] 매각 추진중 한샘 방배동 디자인파크 '가압류'…유동성에 문제없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