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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 포기하나

대기업 일자리 늘지 않자 중소기업에 정책 집중…전문가들 "규제완화, 제도개선 필요"

2018.03.24(Sat) 13:52:05

[비즈한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반면, 영세업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던 문재인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방안을 잇달아 내놓는 것도 이러한 흐름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내놓은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경제 분야 첫머리에 올려놓았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국정목표의 1번 국정과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반대로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9개월간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만 3000명 늘었다. 전년 동기(2016년 6월~2017년 2월) 26만7000명에 비해 4000명 부족하다. 수치만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규모별 취업자 증가수를 보면 큰 변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9개월 간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체 취업자 증가수의 3.8%다. 취업한 사람 26명 중 1명만이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1년 전 대기업 취업자 증가수는 3만 명으로 문재인 정부 때보다 3배 높았다. 전체 취업자 증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1.2%였다. 취업자 9명 중 1명이 대기업에 일자리를 잡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9개월 간 종사자 5~299인인 중소기업 취업자 증가수는 24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수의 93.9%를 차지했다. 높은 실업률에 구직자 눈높이를 탓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중소기업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중 영세사업장에 속하는 종사자 5인 미만 기업에 취업하는 이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취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5000명 늘었다. 1년 전에 영세사업장 취업자가 2만9000명 준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전보다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특히 영세사업장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 초기 이야기되던 ‘양질의 일자리’라는 말은 쑥 들어갔다. 대신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있었던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중소·중견기업 취업자와 대기업 취업자 간의 실질 소득 격차 해소 ▲중소·중견기업의 신규 고용에 대한 지원 확대 ▲청년 창업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취업 후 대학진학 지원 확대의 4가지를 일자리 대책의 핵심으로 내놓았다. 

 

대기업 일자리는 줄고 중소기업 일자리가 느는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 임금을 높임으로써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시키는데 정책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노동시장에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처음 취직하는 청년들에게 연간 1035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기존 취업자와의 연봉 역전 논란을 불러왔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뽑으면 1명 임금(최대 2000만 원)을 3년 동안 지원하는 추가고용장려금 제도도 예산 집행률이 35%에 불과할 정도로 외면 받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 취업자의 소득 보장으로 정책 방향을 돌린 것은 대기업 일자리가 줄자 청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제도를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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