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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온다' 조선업 전문가 박종식 인터뷰

"조선업은 등락 있을 뿐 꾸준히 성장…올해 바닥 칠 것"

2018.03.23(Fri) 18:12:26

[비즈한국] “예전만큼 호황이 오진 않겠지. TV에서도 조선업이 내리막길이라고 하잖아.” 현장에서 마주친 조선업 종사자는 하나같이 한숨을 쉬었다. 국내 조선업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비즈한국’이 찾은 ‘조선업 특화지역’인 울산, 거제, 목포 모두 마찬가지였다.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울산편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거제편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목포편 

 

최근 선박 수주가 늘면서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조선업 사양산업론’, ‘중·일 샌드위치론’ 등 언론에 비치는 전망은 밝지 않다. 대우해양조선, 성동조선, STX 등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두고 지는 산업, 지는 기업에 혈세를 쏟아 붓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조선업 사양산업론’과 ‘중·일 샌드위치론’을 정면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두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며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 등락이 있을 뿐, 세계 경제 성장에 따른 교역량 증가와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조선업 노동자 연구를 시작으로 15년째 업계 연구를 해온 그는 드물게 밝은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다. “2018년은 앞으로의 호황에 대비하는 한 해로 삼아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종식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조선산업 사양산업론’, ‘중일 샌드위치론’을 반박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Q. 최근 조선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A. 조선업 사양산업론은 1970년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집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 무역에 활용되는 선박은 2만 5000척 정도다. 게다가 예전에 30년 정도이던 선박 수명이 20~25년으로 줄었다. 따져보면, 매년 1000척 정도 발주된다. 물건을 실어 나르는 건 어쨌든 선박이니까 고정 수요가 꾸준하다. 물론 선박 가격이 싸거나 물동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될 때 선박 발주량을 늘리고 경제가 침체될 땐 줄이니까 등락은 있지만, 사양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Q. 다시 예전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보나.

A. 2000년 초반, 중국 경제가 얼마나 잘나갔나. 전 세계 모든 광물과 원자재가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제품이 되어 다 나왔다. 배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했다. 2007년 선박 발주가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1억 톤이었다. 그런 호황이 다시 오지는 않는다. 다만, 3500만~4000만 톤 사이를 회복할 것이다. 2016년은 1000만 톤 정도였고, 지난해에는 2500만 톤 정도였다. 올해는 아마 3000만 톤 정도 내다본다. 불황이 걷힌 뒤 한국은 1200만 톤, 세계 수주 물량의 3 분의 1을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1970년부터 2015년도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을 나타낸 그래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

 

Q.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A.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한때 20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내려왔다. 12만 명 수준이 마지노선이다. 더 내려가면 매년 1200만 톤을 수주하기 위한 생산력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일본이 그 예다. 일본은 조선업이 사양산업이라 판단해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중반 두 차례 대폭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생산력이 55% 이상 줄고, 인원은 15만에서 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조선 연구 인력을 항공, 철도에 전환 배치하기도 했다. 한때 1위였던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밀린 이유다.

 

Q. 조선업 경기는 언제쯤 좋아질 것이라고 보나.

A. 올해는 바닥을 칠 것이다.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올라가서 2021년쯤 되면 업황이 좋아질 것이다. 사람을 무작정 자를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순환 근무 등으로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노동자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금융 주도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이때 산업 생태계에 대한 큰 그림이라든지,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오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시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Q. ‘중·일 샌드위치론’ 등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A. 현재 일본과 중국에 한국 ‘빅3’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는 없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은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 중국은 대부분 자국 수주가 많다. 저가 수주를 많이 따냈는데 최근 선주사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품질이 낮아 운영·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선박은 오래 운영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으면 결국 그 값이 그 값이다. 10년 단위로 중고선 거래가 이뤄지는데, 중국에서 나온 선박은 중고 가격이 낮다. 요즘은 중국에 발주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한·중·일 세 나라가 세계 선박 수주량의 80%를 가져갈 것이고, 한국이 30% 가져오는 건 문제없다.

 

한·중·일 선박 건조능력 변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자료=클락슨

 

Q. 최근 조선 업계의 분식회계, 부실경영, 비리가 드러났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나.

A. 정부가 나서서 조선사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비기업, 부실기업을 잘 솎아내야 하지만, 현재 불황으로 어려운 기업이 손길을 내밀 때 뿌리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업에 몸 바친 노동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이 산업에 경쟁력이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살릴 이유는 충분하다.

 

Q. 앞으로 조선 업계가 취해야 할 전략은.

A. 예전 대형 컨테이너선은 6000개 정도, 지금은 2만 개를 싣는다. 많이 실어야 해운업체는 경쟁력이 생기니까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요가 점점 늘어난다. 동시에 1000개 싣는 소형 선박 수요도 는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해 상하이에 2만 개를 푼다. 모두 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방콕이나 동남아시아로 옮겨 간다. 그때 소형선이 필요하다. 시장이 그런 식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중소 조선소 줄폐업이 바람직하지 않다. 또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오염 물질 배출 규제 압박이 심해서 친환경 선박이 의무화에 맞춰 기술 개발을 해나가야 할 것이고, 결국 무인선박 시대가 올 것이다.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내 조선업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각각 132억 달러, 82억 달러, 57억 달러로 잡고 LNG, LPG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총 15척의 LNG선을 수주해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했다”며 “대규모 LNG선 추가 수주 계약이 기대되는 만큼 이 분야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14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척을 수주했다”며 “매년 10~15척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부가가치선인 LNG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는 KC-1 LNG선은 물론 향후 차세대 스마트LNG선 기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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