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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에 WTO‧FTA‧ISD 무용지물

심대한 경제적 타격 불가피하지만 결국 시간 많이 걸리는 외교적 해결책 밖에 없어

2017.03.10(Fri) 00:18:44

[비즈한국] “예의주시하겠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심각해진 가운데 최근 주변으로부터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부 간 일이라 일반 기업체로서는 현실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갑갑함을 호소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사드 조기 배치를 환영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무역상사 대한민국’이 고약한 상황에 처했다. 시작부터 심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가장 높다. 북핵 문제가 발단이 된 사드 배치 문제가 한국 경제에 또 다시 생채기를 내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IBK경제연구소의 최근 ‘중국 내 반한감정 확산과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은 관광·콘텐트 사업을 중심으로 17조 2000억 원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7%포인트 하락한다. 

 

2010년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벌인 일본의 경우 2011년 대중 수출이 20.6%, 2012년 6.4% 감소한 바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기업과 국민들을 다독이고 있지만, 실체적 위험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일단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떠오른다. 정부도 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국제기구의 틀 안에서 문제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무역제제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할 경우 중국은 ‘국방·안보 문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WTO는 교역으로 인한 자국 산업의 급격한 몰락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제한적으로 무역제제를 허용하고 있다. 

 

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안보 예외 조항’이 있다.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군사적 긴장과 안보 위협이 있을 경우에는 자유무역협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군사·안보 문제가 국제통상문제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한·중 FTA 협정문 제21조 2항에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와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제14조는 한·중 FTA 협정에 통합돼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GATT협정 제20조에는 ‘자국의 필수적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처를 인정한다’고 돼 있다. 사드 레이더가 실질적으로 중국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 FTA 협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26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가운데 국방부 앞에서는 사드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한·중 FTA 조항에 포함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ISD는 무역제제 등 정부의 보복 조치로 무역 상대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정부가 아닌, 정부-기업이 대등한 위치에서 소송을 벌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사드 부지를 제공해 무역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롯데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ISD는 수출 시장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의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승소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피해 보상을 받아낸다고 해도 해당 국가와의 교역은 더 이상 어려울 수 있다. 

 

론스타가 금융위원회의 간섭 탓에 이익이 줄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에 나선 것도 외환은행 등을 모두 매각해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 후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롯데에게 벌이고 있는 세무조사는 국내법상의 조세주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국제규범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중국의 무역제제에 반발해 한국도 중국 수입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일 경우에는 더 큰 무역보복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2002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한 ‘마늘파동’이 일었을 때도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 수입을 전면 금지하며 보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중국의 공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힘의 논리에 결정되는 현실 국제정치에서 여러 제도적인 구제책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외교적인 해결책을 구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의 주체인 미국과의 외교적 지렛대를 사용해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북한 문제를 활용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이 안보 이슈를 일방적 무역보복 해결하려 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켜 새로운 국제규범을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로 WTO 가입이 15주년이 됐음에도 아직 미국·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자유시장경제’ 지위를 받지 못했다. 중국 제품이 국제 사회에서 공정 가격에 거래되려면 자유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해야 하며, 중국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은 각종 다자채널을 통해야만 중국의 보복 무역 조치를 완화,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열렸던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을 역설했던 점을 들어 국제 사회에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방법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변수가 많다. 당장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단기 시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어도 올 한해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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