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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프트파워 키워야 진짜 ‘대국’ 된다

군사력보다, 문화적 위상 키워야 주변국들이 따르게 될 것

2017.03.08(Wed) 19:43:20

[비즈한국] 조선이 명목상 명나라의 제후국을 자처한 건 단순히 명나라의 압도적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를 인정해서만은 아니었다. 지금 한국이 강렬히 선진국 대열에 끼고 싶어했듯 조선은 당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문명국가가 되고 싶었고, 명나라와의 사대관계를 통해 중화문명을 배우고 싶어했다. 즉 ​전근대 중국은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막강한 소프트파워로 조선 같은 주변국을 자기 중심의 세계질서에 편입시켜 천하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프트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한반도 국가들이 힘만 앞세운 중원국의 위협에는 전쟁까지 불사하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구려는 수나라와 당나라에 저항했고, 고려는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에 끝까지 저항했으며 조선은 청나라에 저항하다가 무력에 패배하고서도 청나라의 패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중원 패권국들과 달리 명나라가 무력 한번 안 쓰고 평화롭게 조선을 패권체제 하에 둘 수 있었던 건 전근대 중국의 진정한 힘이 소프트파워였음을 보여준다. 당대 세계에서 에서 가장 선진적이었던 정부 운영과 관료 선발 시스템, 성문법에 의거한 선진적 사법체계, 유학이라는 세련된 통치 이데올로기, 성리학에 기반한 천하질서라는 세계관, 한자라는 고등 추상문자에 기초한 수많은 고전과 문학 작품. 이 모든 전근대 중국 문화가 중국 주변국 사람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중국 같아 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호소력 있는 보편 문명의 매력은 로마가 멸망해도 로마의 식민지였던 유럽 지역에서 자신들을 왜 로마의 후계자로 자청하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조선은 중원 패권국의 힘이 두려워 제후국을 자처한 게 아니라 중국의 앞선 문명을 배우고 또 그 문명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며 명나라 패권 체제에 자발적으로 편입한 것이었다.

 

현재의 중국인들은 이 같은 교훈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력이 커지고 국력이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문명 수준에서는 동아시아에서 과거와 같은 중화 패권 체제를 부활시킬 수 없다. 중국의 현재 사회문화 수준은 당대 세계 최고 수준의 문명 수준을 구가하던 전근대 중국의 압도적 지위는커녕 도리여 세계의 평균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주변국들은 중국과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교역을 원할지 몰라도 절대 중국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배우고 싶어 했던 전근대와 달리 현재의 주변국들은 도리여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경멸하고 있다. 아니, 경멸을 넘어서서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해 자기 나라들도 중국화 될까 공포를 느끼고 있다. 

 

소프트파워도 갖추지 못하고 내부적 준비도 안된 상태의 중국 굴기를 주변 국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잠깐의 경제적 이익에 혹해 중국의 의지에 굴복할 수 있겠지만, 사람에게는 돈이 다가 아니다. 사람들의 영혼에는 당대 가장 앞선 문화와 문명에 대한 선망과 동경이 있고 그들을 닮고 싶고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깊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군사력에만 의존해 세계 패권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중국은 엄청난 노력으로 산업화에 성공했으며, 오늘날 경제적으로 G2의 지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최빈곤층이 엄청나게 감소한 공이 중국에서 왔으며 세계인들은 중국인들 덕분에 온갖 전자제품과 공산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과거 수천 년 동안 그랬듯이 중국은 앞으로도 인류와 인류 문명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을 좋아하는 나는 진심으로 중국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간절히 과거의 영광을 부활하고 싶다면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내실을 다져라. 특히 사회적 안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이라도 정치 개혁에 나서야 한다. 

 

중국이 존경 받는 지역 패권국이 되고 싶으면 패권국의 양대 축인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구축해야 한다. 소프트파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대문명의 보편적 원칙을 점진적으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 인권 가치는 서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대 문명과 인류 보편의 가치이다. UN 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UN 인권 선언이 이러한 가치에 기초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극소수 지배 엘리트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집행하는 게 아니라, 전 인민들이 자유롭게 반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민의를 수렴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막무가내 보복은 분명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에도 큰 해를 끼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다원화된 시민사회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이게 가능했을까? 지도자의 자존심과 맹목적 집착 때문에 국익에 해를 끼치는 정책은 민주사회였다면 당연히 내부적 반발에 부닥칠 것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자기 맘대로 통치할 수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위대한 지도자 덩샤오핑은 죽기 전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향후 반세기 동안 절대 미국에 맞서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중국이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파워 까지 갖춰 충분히 역내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준비되기 전에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최고지도자의 오판과 의지를 애국으로 포장해 인민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인민들에게 국가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중국 인민들도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단순한 애국적 열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따르지 말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게 중국이 과거의 영광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한청훤 중화권 컨설턴트 및 비즈니스 매니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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