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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등기 싹쓸이 사건이 '사무원 수' 논란 부르는 까닭

2008년 변호사 사무원 수 5명 제한 풀리고 법무사는 유지돼 '차별' 불만

2017.07.07(Fri) 18:25:37

[비즈한국] 변호사 한 명이 서울·경기 일대 부동산 등기 3만 건을 싹쓸이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법조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관련기사 [풀스토리] 변호사 명의 빌려 등기 3만 건 싹쓸이, 실화냐?). 이번 사건에는 제도적 허점과 구조적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호사들이 과거에는 접근하지 않던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문상현 기자

 

“대법원장도 퇴직 후 사무실을 개업해 등기사건을 맡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비즈한국’과 만난 변호사들과 법무사들이 남긴 말이다. 그들은 “업계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라고 했지만, 그 속에는 회의와 냉소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해 발생하는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법무사는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문제는 지금의 등기업무 시장에는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적 허점이 곳곳에 남아 있어, 이러한 범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 “변호사 사무원 수 제한해야” 목소리 높아져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호사들이 과거에는 접근하지 않던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지자 개인회생, 파산, 경매, 등기 등 비소송 신청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고용하는 ‘사무원의 수’다. 과거 변호사는 1인당 사무원을 5명만 둘 수 있는 인원제한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로펌의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이유로 2008년 이 제도가 폐지됐고, 이후 무제한으로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의 사건은 인원제한제도 폐지의 부작용 중 하나다. 변호사 1명이 고용한 사무원들이 팀 단위로 활동하는 한편 매월 일정액의 대가를 받고 사건을 수임하는 등 법조브로커를 양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인원제한제도 폐지 9년이 지났지만 취지는 달성하지 못하고 브로커 활성화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법무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법무사는 법무사법에 따라 1인당 사무원 수가 5명으로 제한돼 있다. 사건 브로커들의 양손은 자유롭게 풀어주고, 법무사의 손은 묶어둔 채 격투기시합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변호사 1인당 사무원 제한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2017년 5월 한 법무법인이 소·중·​대형 로펌 62곳의 변호사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호사 90%가 사무원 수 5명 제한에 동의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수임해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정상적인 법률사무소는 5명 이상의 사무원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일한 등기사건을 하면서도 변호사와 법무사에게 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지적된다. 등기사무는 대법원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법무사들은 법무사법에 따라 법원의 각종 관리감독을 받지만 변호사는 별도로 변호사법을 따른다. 

 

경기도의 한 법무사는 “법무사법을 강화하고 규제가 늘어나면서 풍선효과로 브로커들이 변호사사무실로 옮겨간 측면도 있다”며 “법무사법, 변호사법을 따로 정비하는 것보다 상위법인 부동산등기법을 개정해 등기사건을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법무사 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등기사무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법원은 시큰둥하다. 등기사건은 아직도 법무사가 80% 이상을 대리하고 변호사의 대리는 적으니, 여전히 법무사 내부 문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움직이지 않으니 법 개정 목소리도 허공에서 떠돌고 있다.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고 변화가 생기면 제도도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근 법무사협회는 자체적으로 ‘본인확인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변호사 측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법무사협회 다른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등기는 최소 수억 원의 국민 재산이 움직이는 업무”라며 “법률대리인이 등기업무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신청인에게 본인확인을 하고 의견과 설명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는 국가자격증을 가진 법률 전문가들의 의무다. 명의 대여나 자격 없는 브로커 양산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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