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몇 주간 유럽 스타트업계에서는 이름난 스타트업들의 인수 사례가 발표돼 테크 업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북미 지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유럽 지역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인수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모빌리티, AI 기술 분야의 인수전은 향후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프트,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프리나우 인수 추진
4월 16일 미국 모빌리티 플랫폼 리프트(Lyft)가 독일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 프리나우(FREENOW)를 약 1억 7500만 유로(21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나우는 택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종합 모빌리티 앱으로, 9개 유럽 국가와 150개 이상의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프리나우 앱 하나로 택시, 승용차 호출(PHV), 카셰어링, 차량 렌털, 전동 스쿠터, 전기 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대중교통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BMW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가 프리나우의 주요 주주이며, 프리나우 본사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리프트는 북미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 유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리프트는 우버(Uber)가 주도하는 개인 운전자 중심 모델과 달리 프리나우가 지난 몇 년간 집중한 택시 비즈니스에 주목했다. 프리나우가 최근 택시 사업에 집중한 전략 덕분에 연간 13% 성장과 손익분기점 돌파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리프트는 ‘택시 기반의 합법적 모빌리티’를 표방하며 유럽 규제 환경에 최적화된 접근을 시도하며 매출과 유럽 시장 진입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수 건으로 유럽에서 ‘메이드 인 유럽’ 브랜드는 에스토니아 기반 경쟁사 볼트(Bolt)만 남게 된다. 볼트는 ‘이제 우리가 마지막 남은 유럽 대안’이라며 유럽 모빌리티 주권에 경고음을 울렸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리무진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글로벌 쇼퍼 서비스 기업 블랙래인(Blacklane)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리프트의 프리나우 인수가 앞으로 유럽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프트는 이번 인수로 총 예약금이 연간 약 11억 4000만 달러 증가하고, 개인 차량 이동이 연간 3000억 회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프트 CEO 데이비드 리셔(David Risher)는 “세계 최고의 고객 지향적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우리의 야심 찬 여정에서 유럽 진출은 중요한 단계”라고 언급했다. 당장 프리나우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험에는 변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리프트와 통합해 북미와 유럽 모두에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도어대시, 딜리버루 인수 협상…음식 배달시장 재편
또 다른 빅딜은 음식 배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도어대시(DoorDash)는 영국 대표 음식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에 약 27억 파운드(5조 212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한 상태다. 이 발표 후 딜리버루의 주가가 18% 상승했는데, 2021년 이후 가장 상승폭이 높았다.
딜리버루는 2021년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76억 파운드(14조 6700억 원)로 평가받았지만, 팬데믹 이후 소비 패턴 변화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2024년 기준 평균 활성 사용자 수는 710만 명에 달하지만, 지속적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리스크를 무릅쓰고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를 통해 첫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딜리버루는 음식 배달 서비스는 물론 꽃이나 문구류 같은 비식품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사용자 기반을 확대했다. 이 전략은 미국의 도어대시와도 동일하다. 도어대시가 딜리버루 인수에 성공한다면 미국과 유럽을 잇는 글로벌 딜리버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유럽 배달 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하고 경쟁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독일 AI 대표 알레프 알파, 싱스 싱킹 인수로 AI B2B 솔루션 강화
AI 분야에서도 유럽발 인수전이 이어졌다. 독일 AI 스타트업 알레프 알파는 AI 자연어 처리 전문기업 싱스싱킹(thingsThinking)을 인수했다. 싱스싱킹은 2017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카를스루에공과대학교(KIT)에서 14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창업되었다.
이 회사는 의미 기반 자연어 이해(NLU, 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 단순한 단어 분석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키워드 기반 자연어처리(NLP)와 달리 개념의 의미(semantics)를 파악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플랫폼 세만타(semantha)를 운영하고 있다. 세만타는 문서 비교, 계약서 분석, 규제 준수 확인, 기업 내부 검색 등을 활용해 특히 자동차, 보험, 법률, 금융 등 문서 해석이 중요한 산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알레프 알파는 프랑스의 미스트랄 AI와 더불어 유럽에서 크게 주목받는 독일 대표 AI 스타트업이다. 2023년 5억 달러(6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유럽 AI 스타트업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본래 OpenAI와 경쟁할 LLM 개발사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B2B AI 솔루션에 집중하면서 피봇 중이다. 알레프 알파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산업 및 금융 서비스 특화 언어처리 기술을 보강하고, 자사 플랫폼 ‘PhariaAI’의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오픈AI, 구글 제미나이, 중국의 딥시크 등 LLM 중심의 AI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 AI 생태계는 LLM 중심 경쟁에서 산업특화형 B2B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의 사례는 단순히 스타트업 인수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전략적 포지셔닝을 재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프트는 택시 플랫폼을, 도어대시는 음식배달 네트워크를, 알레프 알파는 산업용 AI 솔루션을 강화하며 기술적·지리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시장의 약세나 기술 변화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약세 기업은 인수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강세 기업은 인수를 통해 단순 외형 성장보다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시장 지배력을 내재화한다. 그리고 유럽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현지 규제에 대응하는 영리한 확장을 실행 중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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