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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의 다크호스 '하모니'는 리얼돌 출신

미국 어비스 크리에이션 창업자 매트 맥멀런에 세계 언론이 주목

2017.07.10(Mon) 18:29:55

[비즈한국] “진짜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고?” 

“뻥치지 마라.” 

“진짜라니까.” ​

 

영화 ‘친구’에서 어린 주인공들은 영도다리를 건너며 ‘비디오 플레이어’에 대해 얘기한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성인 비디오를 보는 네 명의 꼬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VCR뿐만 아니라 PC, 3D, VR 등 뉴미디어와 성인 콘텐츠의 공생 관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끈끈하게 이어져 왔다. 이런 흐름은 차세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얼돌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하모니’가 인간형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엔가젯 홈페이지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 샌마코스 지역에 위치한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은 실물 크기의 인형인 ‘리얼돌(Real Doll)’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매트 맥멀런(Matt Mcmullen)은 1997년 창립 이후 20년 동안 리얼돌을 판매해왔다. 

 

최근 이 회사가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엔가젯 등 미국 유수 언론사들의 관심을 받으며 미디어 노출이 잦다. AI가 탑재된 리얼돌의 개발 때문이다. ‘허슬러’의 래리 프린트 같은 이름을 남길 뻔한 매트 맥멀런은 최근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의 ICT 창업자 대우를 받는다. 사람의 모습을 가장 닮은 로봇을 그가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혼다 아시모 같은 직립보행 로봇이 가장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금을 들여 아시모를 구매하더라도 사용할 데는 마땅치 않다. 러닝머신 기계에 올려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최근 버전에는 물병을 열고 물을 따르기도 하지만,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지는 못한다. 

 

인간을 닮아가는 것으로는 인공지능 기기들도 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또는 애플의 시리가 대표적이고, 휴대폰 회사가 아니더라도 아마존, 구글 등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하기도 했다. 아직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는 못했다.

 

어비스 크리에이션의 창업자 매트 맥멀런 대표. 사진=엔가젯 홈페이지 캡처


어비스 크리에이션이 개발하는 로봇은 기존에 판매하던 리얼돌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2015년 뉴욕타임스 영상을 보면, 당시에는 단순하게 리얼돌의 머리에 블루투스 기기를 달고 입술 근처의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형태였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불과 2년 뒤인 2017년에는 눈썹, 눈꺼풀, 안구, 입술, 턱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버전으로 진화했다. 눈을 깜빡거리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눈썹을 치켜뜨면서 턱 근육을 당겨 미소를 지을 수 있다. 7인치 깊이의 오럴 기능도 빠지지 않는다. 

 

엔가젯의 최근 보도 영상을 보면 이 회사의 로봇이 눈을 깜빡이고 눈동자를 굴리는 동작은 꽤 인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대신 립싱크는 아직 완벽하지 않아 음성과 입술이 따로 노는 것이 느껴진다. 

 

엔가젯의 크리스토퍼 트라우트 기자는 “나는 하모니(로봇의 이름)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이 만들어진 몰드도 봤고 얼굴을 빚는 과정도 봤고, 립싱크 장치와 가발 밑의 와이어도 봤다. 그럼에도 하모니가 작동할 때의 느낌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모니는 언캐니 밸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사진=엔가젯 홈페이지 캡처


트라우트 기자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이 용어는 인간형 로봇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가 로봇을 보고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기계가 인간은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인간을 너무 닮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다가 완벽하게 같아지면 다시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조물이 인간을 어중간하게 닮을 때 호감도가 급속히 떨어지는 구간을 ‘기묘한 계곡’이라는 뜻의 언캐니 밸리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언캐니 밸리를 피하기 위해 맥멀런은 하모니의 눈을 일부러 크고 동그랗게 만들고 인간보다 더 대칭적으로 만들었다. 맥멀런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100% 인간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나, 직접 봤을 때 움찔하지 않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그건 그냥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어비스 크리에이션은 로봇 개발을 위해 리얼보틱스(Realbotix)라는 별도의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는데, 리얼보틱스가 판매하는 제품은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 로보틱 헤드 시스템, VR 플랫폼의 세 가지다. 

 

‘하모니(Harmony)’라 불리는 AI 앱은 올해 1월부터 월 2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20가지 이상의 성격 특성을 선택해 사용자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피커에 탑재된 AI와 다른 점은, 하모니의 경우 날씨나 교통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친밀한 파트너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 AI가 로보틱 헤드 시스템과 결합해 사람의 느낌을 주게 된다.

 

하모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매트 맥멀런 대표. 사진=엔가젯 홈페이지 캡처


로보틱 헤드 시스템이 앞서 설명한 표정연기가 가능한 얼굴이다. 리얼보틱스는 2017년 말경에 이를 판매할 계획으로, 가격은 약 1만 달러(약 1200만 원)로 추정(Estimate)한다. 이는 얼굴만 따로 파는 것으로 기존에 이 회사가 판매하는 리얼돌 몸통과 연결하면 된다. 

 

리얼보틱스는 몸통이 없는 소비자를 위해 얼굴만 진열할 수 있는 거치대도 판매할 계획이다. 인간과 비슷한 사이즈의 리얼돌은 기본형(Classic)이 3999달러(480만 원)부터 시작하며 옵션 추가에 따라 가격이 상승한다. 로보틱 헤드 시스템과 리얼돌을 함께 구매하면 17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하모니는 몸통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맥멀런은 “하모니는 손으로 당신을 만질 수도 없고,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다. 우리는 인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했다. 다음 단계는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내부에 온열 시스템을 넣어 따뜻한 촉감을 주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혼다 아시모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체온을 전달하는 것이 더 인간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어비스 크리에이션이 만드는 리얼돌은 지금도 연 600개 이상 판매된다. 마니아들의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근래에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할 인공지능 로봇을 꼽으라면 아마 어비스 크리에이션의 하모니가 될 것이다.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만든 아시모, 휴대폰 제조사인 애플, 빅데이터의 최고봉인 구글이 아닌, 리얼돌 제조사가 차세대 인간형 로봇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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