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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실패 딛고 만든 가장 새로운 음악, 다프트 펑크

힙합 이전의 디스코 음악과 펑크를 적극 사용, 일렉트로닉에 복고적 느낌 불어넣어

2017.08.01(Tue) 22:54:26

[비즈한국] 록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대신 그 자리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차지하는 추세지요.

 

이런 현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존의 록 팬들과 록 음악 관련 종사자들입니다. 최근 깁슨 등 전통 일렉기타 메이커들은 판매 감소에 시달립니다. 일렉기타를 쿨하게 만들었던 록 영웅들이 더 이상 인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있는 기타 팬들도 에드 시런 등의 어쿠스틱 기타 히어로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콜드플레이 신보가 에드 시런에게 밀렸던 올해 영국 차트가 이런 경향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기타 메이커들은 ‘저스틴 비버의 팬보다는 너바나의 팬이 필요하다’​며 록 음악 팬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전기기타 레슨 등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록 음악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록 음악은 혁신의 한계에 이르렀고, 그 사이 전자음과 샘플링으로 무장한 힙합음악과 전자음악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스틴 비버를 전자음악 대표로 내세운 것 또한 악의에 가까운 시도라고 여겨집니다.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결코 좋은 이미지를 갖지 않은 사람을 대표로 내세우면서 전자음악 자체를 싸구려 아이돌 음악으로 치부하려는 시도는 아닐까 의문스럽지요.

 

다프트 펑크의 대표작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Random Access Memories)’. 다프트 펑크 특유의 마스크를 보여주는 앨범 커버가 인상적이다. 두 멤버는 대부분의 활동을 마스크를 쓰며 진행한다. 그 이유는 ‘부끄러워서’라고 한다.


힙합 음악을 대표하는 영웅이라면 투팍, 제이지, 에미넴, 그리고 최근의 켄드릭 라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상당히 자주 다루고 있고, 또 앞으로도 다룰 예정인 뮤지션들입니다. 그렇다면 전자음악을 대표하는 영웅이라면 누가 있을까요? 저스틴 비버도 앞으로 꾸준히 활동한다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만, 현재는 뛰어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야말로 전자음악의 최고 영웅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전자음악의 영웅 다프트 펑크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Da Funk


1집 최고 히트곡 ‘어라운드 더 월드’.


다프트 펑크의 시작은 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였던 두 멤버, 토마 방갈테르와 기마뉘엘 드 오멩크리스토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밴드 ‘달링’을 결성했습니다. 이 밴드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이때의 비판 기사에서 이들의 음악을 ‘풋내기의 쓰레기(daft punky thrash)’라고 부르기까지 했지요. 여기서 다프트 펑크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6개월 남짓 짧은 활동의 실패 후 두 멤버는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에 심취하기 시작합니다. 전자음악으로 새롭게 음악에 도전하거나, 실패한 밴드 멤버들이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시작했다는 점에서 팝밴드의 최고봉 마룬 파이브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역시 새로운 물결은 과거 물결이 실패했던 사람들이 찾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꾸준히 연구하던 두 멤버는 버진 레코드와 계약하며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합니다. 1997년에 발표한 1집 ‘다 펑크’는 하우스 음악을 흥행시키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대중적인 멜로디, 중독적인 하우스 비트, 보코더 처리된 묘한 보컬 등 다프트 펑크의 기본은 1집에서 이미 정립되어 있었지요.


다프트 펑크의 첫 번째 히트곡 ‘다 펑크(Da Funk)’.  


# Discovery

 

1999년부터 다프트 펑크는 새로운 앨범 작업에 돌입합니다. 2년 뒤 2집이 나왔지요. ‘디스커버리(Discovery)’ 입니다.

 

2집 타이틀곡. 지금도 클럽을 강타해도 어색하지 않은 파티 음악의 명작이다.

 

디스커버리는 강렬한 하우스에 기반한 1집과는 또 달랐습니다. 달콤한 멜로디가 가득한 신스팝이었죠. 원래도 다프트 펑크는 일렉트로닉 치고 강렬한 멜로디와 그루브를 가지고 있었지만 2집은 팝에 가까울 정도로 달콤했습니다. 대중성 있는 팝 음악에 일부는 당황했습니다. 반면 대중은 이들의 대중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에 열광했지요. 덕분에 다프트 펑크는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일렉트로닉 유닛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다프트 펑크 2집의 대중성을 잘 보여주는 싱글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정통 펑크 음악을 샘플링해서 신스팝으로 재해석하는 음악이었습니다. 그루브감이 살아 있는 일렉트로닉 신스팝 음악. 멜로디와 구성은 친숙하지만 그걸 구성하는 편곡 요소는 철저한 일렉트로닉. 다프트 펑크의 새로운 음악은 단숨에 대중의 고막을 정복했습니다.

 

부드러운 발라드. 전자음으로 발라드를 만든 다프트 펑크의 센스가 돋보인다. 2집의 멜로디컬한 달콤함을 잘 보여준다.


# Alive 2007 


라이브 앨범에 수록된 3집 타이틀 곡 ‘테크놀로직(Technologic)’ 리믹스. ‘터치 잇(Touch It)’을 매시업했다.

 

다프트 펑크는 2집 이후 6주 만에 3집을 만듭니다. 급하게 만들어서일까요? 1, 2집에 비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받습니다. 1, 2집에서 보여준 일렉트로닉 구성 요소를 답습했다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싱글 단위로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쉬운 건 앨범 단위 결과물이었죠. 이후 다프트 펑크는 월드 투어를 시작합니다.


‘​얼라이브 2006/2007’​라는 이름의 공연이었습니다. 세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당시 공연용으로 리믹스했던 음악들을 모아 ‘얼라이브 2007’이라는 라이브 앨범으로 발매합니다. 이 앨범은 3집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둡니다. 그래미에서 최고의 일렉트로니카 앨범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전자음악이 라이브로도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준 활동이었습니다. 디제이 특유의 리믹스요소를 가져와 오히려 멋진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만든 셈이죠.


# Random Access Memories 


다프트 펑크의 ‘인스턴트 크러쉬(Instant Crush)’. 밴드 더 스트록스(The Strokes)의 프론트맨 줄리안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와 함께했다.


얼라이브 2007 활동 이후 다프트 펑크는 다시금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본인의 곡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의 샘플링 및 재해석에 참여합니다. 이 곡으로 다프트 펑크는 다시금 미국의 대중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이후 다프트 펑크는 디즈니 영화 ‘트론’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참여합니다. 이 앨범은 영화에 걸맞게 웅장한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아쉽다는 평을 들었죠.

 

다양한 활동 후, 다프트 펑크는 콜롬비아 레코즈와 새 계약을 맺었습니다. 콜롬비아 레코즈와 소니의 지원을 등에 업은 둘은 새로운 앨범작업에 집중합니다. 특히 힙합 이전의 디스코, 펑크 등의 댄스 음악에 주목했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음악이 바로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Random Access Memories)’입니다.


나일 로저스, 조르지오 모로더 등의 디스코, 신스팝, 펑크 전성기 음악가들이 총출동했습니다. 특히 나일 로저스의 펑크 기타와 퍼렐 윌리엄스의 보컬로 마치 밴드 같은 구성으로 녹음된 ‘겟 럭키(Get Lucky)’와 ‘루즈 유어셀프 투 댄스(Lose Yourself To Dance)’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지요.


사운드부터 레트로와 최신 음악의 조화, 멜로디 등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만들어진 기획의 승리였습니다. 힙합시대 최고의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와 일렉트로 음악의 거물 다프트 펑크, 그리고 힙합 이전의 펑크 음악을 대변하는 나일 로저스의 기타까지. 익숙한 음악을 현대적인 일렉트로니카로 재해석하는 다프트 펑크 음악의 장점이 발휘된 음악입니다.

 

다프트 펑크는 이번 앨범으로 그래미 본상 3개 중 2개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즈’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다프트 펑크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임을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 퍼렐 윌리엄스와 나일 로저스와 함께했다. 다프트 펑크만의 특질은 줄었지만, 대신 달콤한 흑인음악의 감성은 강화됐다.

 

다프트 펑크는 마룬 파이브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밴드였습니다(관련 기사 마룬 파이브의 성공은 밴드음악의 종말을 의미한다). 실패한 밴드이기에 과거에 유효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록밴드가 밴드음악 포맷에 한계를 느끼고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했습니다. 콜드플레이, 유투, 심지어 라디오헤드 등이 대표적이죠. 모두 초기의 심플한 록 음악의 대중성을 뛰어넘는 상업적 성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프트 펑크는 힙합 이전의, 모두가 사랑했던 디스코 음악과 펑크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렉트로닉에 복고적인 느낌을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신시사이저, 신스팝적인 방식으로 레트로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한 거지요. 최신 음악을 만드는 비결은 과거 음악에 있던 셈입니다. 과거의 음악을 통해 실패를 극복하고 가장 새로운 음악으로 거듭난 팀, 다프트 펑크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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