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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17일 택배 없는 날?' 현실성 팩트 체크

택배 기사마다 이해관계 달라 일괄적용 어려워…"대리점마다 순번 휴가제가 가장 현실적"

2019.08.08(Thu) 16:21:21

[비즈한국] 여름휴가는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단비와도 같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씻어낼 기회다. 하지만 평소 업무 강도가 높고 쉰 만큼 돌아와서 ​일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택배 기사가 그렇다. 최근 택배 기사들이 휴가를 보장해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8월 16,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장시간 노동으로 고생하는 택배 노동자에게 휴식을 주자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로 구성된 ‘택배노동자기본권챙취투쟁본부’가 서울, 부산, 광주·전남지부 등 전국을 돌며 택배 없는 날 규정에 동참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22일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8월 16일과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투쟁본부에 따르면, 택배 없는 날이 실현되려면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사 그리고 소비자들의 도움과 협조가 필요하다. 유통사에 8월 13~15일 주문 연기, 배송지연에 대한 양해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해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유통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택배 없는 날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복수의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들은 ‘비즈한국’에 “택배 기사 노동 업무가 과하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택배 기사들이 이틀을 쉰다면 손실 발생은 피할 수 없다. 다만 국민적 공감대만 있다면 이후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사자인 택배 업체들은 택배 없는 날 도입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형 택배 업체 본사 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모두 동의하더라도 택배 기사마다 개인 사정이 모두 다르기에 본사가 택배 기사들에게 특정 날짜에 휴가를 쓰라고 강권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대부분 택배 회사는 기본적으로 대리점 단위로 운영된다. 대리점 점주들이 각각 사업자 등록을 통해 개인 사업을 한다. 대리점 점주들은 자신의 구역에서 택배 기사를 모집한다.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쿠팡’ 택배 기사를 제외하면, 택배 기사들도 대리점 점주처럼 사업자 등록증을 지닌 개인사업자다. 택배 회사는 한마디로 개인사업자들이 모인 집합체인 셈이다.

 

따라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은 천차만별이다. 가령 월요일과 금요일에 업무량이 적은 택배 기사가 있는 반면, 다른 택배 기사는 해당 요일에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지역 특성, 상품 종류, 대리점 등 업무량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업의 특성상 수익을 내기 위해 평일에 쉬지 않으려는 기사도 적지 않다.

 

다른 택배 업계 관계자는 “일정 이상 월 수익을 목표로 하는 택배 기사들은 평일에도 쉬지 않으려 한다. 건당 배송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구역 내 쇼핑몰을 돌며 직접 영업을 한다. 여기서 받는 수수료도 상당하다. 일하는 만큼 벌어가는 개인사업자 특성상 이들의 노력을 아주 무시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한 택배 회사 직원이 소화물을 부치기 위해 소화물 취급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택배 기사는 “하루를 쉴 경우, 평균 20만~25만 원 정도 손해를 본다. 손해를 감수하고 휴가를 다녀와도 문제다. 하루 쉰 만큼 물량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는 두 배가 된다”며 “하루를 쉬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차라리 쉬지 않고 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틀을 쉴 생각을 하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찬익 한진물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특정 날짜를 휴가일로 지정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택배 업계 현실에 맞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택배 업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택배 기사들이 특정 날짜에 몽땅 쉬어버리면 전 단계인 물류센터에서 과부하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다 택배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소비자, 택배 기사들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 단위로 택배 기사가 다 함께 쉬기보다는 대리점주들이 택배 기사들을 돌아가며 쉴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비번을 만드는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이라며 “개인사업자들로 구성돼 있지만, 서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다면 하루 이틀 정도는 택배 기사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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