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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DDP' 33개 상점 중 23개 공실…대관률도 4분의 1토막

2018년 공실 없던 상점가 지난해만 18개 빠져…임대료 인하에도 속수무책

2021.05.07(Fri) 18:01:33

[비즈한국] “슬럼화 됐다고 봐도 무방해요. 오전 11시가 넘었는데 문 안 여는 카페도 있다니까요?”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박호권 씨(가명)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재 DDP의 상점가 ‘디자인장터’ 33곳 중 23곳이 공실이다. 2018년 빈 점포 없이 가득 차 있던 상점가는 2019년 2개의 공실이 생긴 후 2020년에만 18개, 올해 4개월 동안 3개 점포가 추가로 방을 뺐다. 코로나를 함께 이겨내자는 그림과 문구로 꾸며진 벽면은 일반 벽이 아니다. 과거에 식당이나 로드샵, 악세서리샵, 편의점이었던 공간이다.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장터’ 내 공실 벽면에 코로나19 캠페인 문구 등이 게재된 모습. 사진=강은경 인턴기자


한 청소 담당 직원은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벽면을 가리키며 “이 벽들이 예전엔 다 입점 매장이었다. 여기는 얼마 전까지 편의점이 영업을 했는데 코로나19로 다 빠졌다”고 말했다. 공실률 70%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휑한 복도 곳곳이 코로나19 캠페인 문구와 DDP 전시 홍보물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썰렁한 분위기까지 감추기는 어려웠다.    

 

#매출 70~80% 급감…“‘반값 임대료’로도 못 살려”

 

박 씨는 “DDP 상권의 주축은 관광객이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해외관광객 발길이 끊기고 유동인구가 줄었다. 지금 상가 내부만 봐도 사람이 없지 않나. 자영업자한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임대료까지 절반으로 깎아줬는데도 오죽하면 줄줄이 폐업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DDP의 운영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은 ‘상생임대’라는 방침에 따라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감면을 적용 중이다. 하지만 재단의 운영・관리 측면과는 별개로 상권 자체가 죽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씨는 “보안 같은 부분은 재단 측에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활성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곧바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해외관광객이 돌아오기까지는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인근 카페의 또 다른 직원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점포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근처 국수가게도 몇 개월 전 폐업해서 비어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정오 무렵, 몇 안 되는 식당가에 드문드문 손님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식당을 찾은 한 40대 직장인은 “식당가가 예전엔 꽤 붐볐는데 오랜만에 찾았더니 맞은편에 있던 유명한 체인점도 나갔더라. 한두 군데씩 문을 닫더니 이제는 너무 썰렁해져서 잘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 코너에 위치한 식당 한 곳은 점심시간에 반짝 운영을 한 뒤 하루 영업을 끝냈다. 

 

그나마 식당과 카페는 살아남은 축에 속한다. DDP 메인 홈페이지는 디자인장터를 ‘쇼핑과 휴식,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복합 편의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몇 개월 전까지 ‘이니스프리’, ‘더샘’, ‘랄라블라’ 등 코스메틱 브랜드와 ‘아이띵소’, ‘제시’ 등 패션소품샵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K팝 전문 오프라인 매장 ‘케이타운 포 유’는 매장 정리가 완료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누수가 지속되는 디자인장터 입구(위)와 청소도구가 놓인 연결통로. 사진=강은경 인턴기자


매일 디자인장터 길을 따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강 아무개 씨(30)는 공실 문제 외에도 건물 관리가 잘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장터로 통하는 출입구 앞에는 2개월째 누수가 계속되고, 인근 쇼핑몰인 밀리오레와의 연결통로 입구에는 항상 청소도구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강 씨는 “밀리오레 연결통로를 매일 오가는데 천장 패널도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아 흉물스럽다고 느낀 점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밀리오레 입구는 재단 소관이 아니며 장터 입구 앞 천장에 발생한 누수의 경우 점검 후 재공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로 발길 끊긴 것 사실이지만 전조 증상도…

 

DDP는 2007년 옛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 후 2008년 착공돼 2014년 개관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디자인 서울’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서울시는 착공을 앞두고 생산 유발 효과가 23조 원에 달하고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것으로 홍보했다. DDP 건물은 크게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는 알림터 △전시・​박물관으로 활용되는 배움터 △협업 디자인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살림터 △디자인장터 등으로 구분된다. 

 

DDP 연도별 가동률(표)과 공실 위치가 표시된 디자인장터 내부 지도.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코로나 여파는 방문객 수 급감으로 이어져 전시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DDP 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72%를 상회하던 대관 가동률은 지난해 18.9%로 낮아졌고, 2014년 이후 연 평균 68.9% 수준이었던 시설 전체 가동률은 2020년 18.6%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DDP 침체’의 전조증상이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2020년 1월 서울시의회가 공개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방문객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전시나 이벤트를 찾는 유료 관람객수는 전체 방문객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상 내실을 다지려면 디자인이라는 제한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중문화라는 폭넓은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기재 서울시의원은 “디자인 거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어떤 디자인 거점을 만들겠다는 건지가 명확해야 한다”며 “디자인장터가 아닌 다른 구역에도 목적이 불분명한 공간들이나 공실들이 있다. 어린이 역사 체험 공간처럼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DDP 운영에 있어 ‘상생’과 ‘글로벌 퀄리티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디자인 거점 조성을 위해 알림터, 배움터 등을 적극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주변 상권에 연계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계획돼 있던 전시와 행사들이 취소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재 주변 상권과 겹치지 않는 시설들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유행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쯤 본격적으로 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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