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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자회사 신설…하청 리스크 해소일까, 승계 위한 꼼수일까

현물출자 방식으로 생산부문 떼어내 출범…향후 상장 시 기존 주주 피해 우려해 반발

2022.08.25(Thu) 17:01:45

[비즈한국] 현대모비스가 일부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 2곳을 신설한다. 현물출자 방식으로 모듈 부문과 부품 부문을 현대모비스에서 떼어내 자회사로 신설하고 지분 100%를 취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대응 및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물출자 방식이 물적분할과 비슷하다 보니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본사. 사진=비즈한국 DB

 

#현물출자 선택한 배경

 

18일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핵심 부품의 제조를 전담할 2개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현물출자 방식으로 현대모비스가 새롭게 설립될 법인 두 곳의 지분을 100%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9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승인을 받은 후 오는 11월에 새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기존 협력사를 통해 운영하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이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로 출범하게 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신규 추가되는 자회사 2곳까지 총 5개의 계열사를 두게 된다. 

 

현대모비스의 현물출자 배경에는 제조업 분야 하청 방식이 문제로 급부상한 것이 깔려 있다. 제조업은 업황에 따라 일감의 변동성이 큰데, 호황기와 불황기의 편차 탓에 쉽게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 호황기에 인력을 충원했다가 불황기에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조업계에서는 작업물량 일부를 하청 주는 하도급 방식을 사용한다. ​포스코·현대자동차·현대제철·한국GM 등이 하청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 하도급법과 관련해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현대위아 하청근로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최근에는 포스코에 하청 근로자 59명을 직고용 하라는 판결도 내놨다. 소송을 제기한 59명의 근로자가 대상이지만 포스코가 현재 2만여 명의 하청 근로자를 두고 있어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현대모비스도 불법 파견 논란으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자회사 직고용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사의 몸집을 키우지 않아도 될뿐더러 하청근로자 사내 파견으로 인한 위험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신설 자회사에 입사하려는 기존 하청 직원들에게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과 함께 부제소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어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통합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

 

현대모비스는 신설되는 2개 자회사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준하는 임금과 복지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떨어지는 이유는

 

주주들은 현대모비스의 현물출자에 반대한다. 현물출자가 물적분할과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신설 자회사가 추후 증시에 상장할 경우 주요 사업 부문이 빠진 모기업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자회사로 신설되는 모듈·부품 사업 매출은 33조 265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8%에 달한다. 반면 영업이익은 1551억 원으로 0.5%밖에 되지 않는다. 물적분할은 알짜 사업부문을 떼어내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많은데, 현대모비스의 현물출자는 이와 다르다. 

 

하지만 지난 16일 시장에 현물출자 소식이 돌자 현대모비스 주가는 15일 대비 5.52% 떨어진 21만 4000원까지 하락했으며 25일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21만 2000원 선에서 머물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센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지만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0.32%밖에 되지 않는다.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한 상황이기에 기업가치가 저평가 될수록 유리하다. 사진=비즈한국 DB


업계에서는 이번 현물출자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기보다 ‘하청 리스크’ 해소를 위한 것으로 본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고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0.32%밖에 되지 않는 점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한 상황이기에 기업가치가 저평가 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2018년에도 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저평가 논란과 당시 주주인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주주들이 이번 현물출자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발표한 주주환원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이어나가겠다면서 성난 주주들을 달랬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승계를 위한 ‘꼼수’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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