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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로 불거진 게임계 '중국몽' 논란의 진짜 배경

업데이트 오류가 동북공정 논란으로…중국 공들이는 게임사에 쌓인 불만 터져

2023.07.05(Wed) 17:09:29

[비즈한국] 국산 인기 게임에서 난데없이 동북공정 논란이 터졌다.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에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초대 로스트아크 총괄 디렉터였던 금강선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가 CCO 자리를 내려놓고 한시적으로 총괄 디렉터에 복귀한다고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다. 금 CCO가 이른바 ‘총대’​를 메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으로 해외 시장에 공들이느라 국내 이용자를 외면한다는 ‘​차별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로스트아크’가 최근 업데이트에서 ‘중국몽’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4일 금강선 스마일게이트알피지 CCO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사진=유튜브 캡처


#‘동북공정’에 놀란 스마일게이트…“역사 관련 사업에 기부할 것”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로스트아크가 ‘중국몽’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6월 28일 여름맞이 업데이트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일부 캐릭터의 외형이 바뀌었는데, 마치 중국 검열 기준에 맞춘 듯 어색하다는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예를 들어 시체 형상의 좀비 캐릭터가 건장한 남성이 됐다거나, 뼈가 뒤틀린 해골 캐릭터가 우락부락한 몬스터로 바뀐 식이다. 중국의 검열 기관인 국가신문출판서는 게임에 선혈이나 시체 표현을 허가하지 않는다. 캐릭터 외형을 바꾼 이유가 엄격한 중국 검열 기준에 맞춘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업데이트 오류는 동북공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과거 커뮤니티에서 로스트아크 세계관 속 중국 콘셉트 지역인 ‘애니츠’에 고구려의 ‘삼족오’ 일러스트가 쓰였다는 지적이 이번 사건으로 재조명 받은 것. 이 외에 △악마 캐릭터, 배경 등에 쓰인 빨간색을 보라색으로 바꾼 점 △여성 캐릭터의 노출을 조정한 점 등이 중국 검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논란은 한국 서버를 별도로 작업하지 않고 중국 서버를 기준으로 작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져 국내 이용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간 소통 부재, 업데이트 연기, 콘텐츠 부족 등으로 “지나치게 중국 서비스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만이 쌓였던 점도 일을 키운 원인 중 하나다.

 

논란이 커지자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디렉터였던 금강선 CCO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지난 1일 금 CCO는 홈페이지에 “원인을 파악해보니 해외 버전에 반영할 몬스터 외형 변경 항목이 업데이트에 잘못 포함됐다. 해외 서비스는 버전을 완전히 분리해 현지 정서에 따라 필요한 사항은 별도로 반영한다. 국내 버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라며 “두 번 작업하기 싫다는 이유 등으로 국내 서비스의 설계 단계부터 해외 서비스를 고려해 (국내 서비스가) 변질될 것을 우려할 수 있다. 이용자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라이브 방송에서 설명하겠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국내 여론이 중국과의 역사 문제에 민감한 만큼 스마일게이트는 기부 카드, 임원의 디렉터 복귀 카드까지 꺼내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금 CCO는 4일 오후 8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가장 먼저 삼족오 논란을 해명하면서 “2014년 6월 만들어진 리소스로 작업한 원화가가 퇴사해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회사가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에서 사죄드린다. 5일 업데이트에서 바로 삭제하겠다. 의도를 떠나 관리하지 못한 점이 잘못”이라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앞으로 문화재 복원 등 역사 관련 사업에 지속해 기부하겠다”라고 밝혔다. 

 

캐릭터 외형을 바꾼 건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일 뿐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금 CCO는 “패치 노트 작업하면서 해외로 갈 것과 안 갈 것을 확인하는데, 몬스터 16종이 잘못 들어갔다. 외형이 달라진 것뿐만 아니라 미수정 캐릭터도 들어갔다”라며 “색깔 변경은 비용이 들지 않는 간단한 작업이다. 별 것 아닌데 이슈가 돼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중국에 집중하고 한국에선 대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지는 않다. 단기간에 현지 요청이 많아 과부하가 온 건 맞지만 국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해외 서비스 개발 인력을 많이 뽑아서 지장 안 받게 하겠다. 국내 서비스의 방향성을 해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금 CCO는 이날 방송에서 CCO 자리를 내려놓고 오는 11월 총괄디렉터를 뽑을 때까지 자리를 맡겠다고 밝혔다. 금 CCO가 중국 서비스의 총괄을 맡으려고 떠났다는 루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 측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로스트아크 서버에서 삼족오 일러스트는 제외되고, 캐릭터 외형도 수정된 상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당장 가능한 업데이트는 마쳤고, 7월 중에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의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중국에 공들이는 게임사에 뿔난 국내 이용자들

 

로스트아크의 중국몽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이 중국 시장에 공들이느라 국내에 소홀한 게임사의 ‘국내 차별’ 논란을 낳았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엔씨소프트는 국내 이용자로부터 ‘블레이드 앤 소울’의 중국 서비스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현재는 이용자 감소로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2에서도 중국 서버에 한국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됐다는 불만이 있었다.

 

게임사로선 규모가 50조 원이 넘는 중국 시장을 홀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진출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게임사다. 2007년 출시한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철저한 현지화를 거쳐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42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는 2022년 중국 모바일게임 6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후광 덕에 스마일게이트는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6월 중국 출시)​의 판호 취득에도 성공했다. 

 

로스트아크는 2022년 12월 중국 판호를 받아 오는 20일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현지 퍼블리셔는 텐센트다. 2019월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의 효자 게임이다. 로스트아크를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 매출은 2017년 35억 원에서 2019년 795억 원으로 급증하더니 2021년 4898억 원, 2022년에는 무려 7369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MMORPG 비중이 2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로스트아크가 중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경우 벌어들일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출시를 목전에 두고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차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수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해외에서의 흥행도 무의미하다”라고 지적했다. 윤형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게임을 출시할 때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등 업데이트에 대해 계약서에 명시한다. 중간에 협상 과정에서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 서버를 일부러 소홀히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라며 “간혹 이벤트를 특정 서버에서만 실험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례가 국내 이용자에게 차별이라는 오해를 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태 동양학부 게임학부 교수는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니까 게임사가 콘텐츠 보강에 좀 더 힘쓸 것이다. 중국과 외교적인 갈등의 수위가 높은 상황에 현지 출시를 앞둔 게임사 입장에선 현지 업체와의 조율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스마일게이트 정도의 회사가 국내 이용자에게 서운함을 준 건 문제가 있다. 중국 서비스를 론칭할 때 국내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김정태 교수는 MMORPG처럼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게임은 이용자에게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외 서버를 론칭할 때 국내 서버에도 특별 콘텐츠를 해금하는 등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한국 이용자의 수준이 굉장히 높고 정보 습득이 빠르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로스트아크처럼 잘 만든 IP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관리하는 게 수익성 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국내에서 신뢰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를 국내 게임 운영의 노하우나 품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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