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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외국인 필수 관광코스? 새빛시장은 오늘도 짝퉁을 판다

밤 8시부터 천막 안에서 본격 영업…중구청 "5명이 단속하기엔 한계, 상권 위축 민원도 많아"

2023.07.04(Tue) 18:08:52

[비즈한국] 레플리카, 이미테이션, 가품. 아울렛의 등장으로 이른바 ‘B급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이 사라졌지만 짝퉁 시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에는 매장 내에 상품을 진열해놓고 판매했다면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창고에서 예약제로 손님을 받아가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동대문 노란 천막’이라고 불리는 새빛시장은 운영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이들은 천막 아래 가판대에서 고객을 맞이한다. 사실상 상표법 위반이지만 단속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은 몸집을 불려 국내외 관광객들의 안내 책자에 등장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자 집행유예나 벌금 수준에 그치는 낮은 처벌 수위가 이들이 영업을 이어가게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빛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셔츠 상품들. 사진=김초영 기자

 

#스테디셀러 미니백이 70분의 1 가격에 

 

2일 저녁 8시 10분.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내리자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외국인 무리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이 향한 곳은 3번 출구. 영업 시작을 20여 분 앞둔 새빛시장이 있는 곳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탑승했던 대형버스들도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에서 박스를 꺼내 나르거나 포장해 온 음식을 먹는 등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던 상인들은 8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장사에 나섰다. 하나둘씩 등장하는 손님에 거리는 금방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날 새빛시장에서 가장 손님이 몰렸던 곳은 시계와 가방 매대였다. 최근까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열풍이 불면서 인기를 얻었던 골프 의류 매대 쪽을 방문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롤렉스 시계를 가득 올려놓고 판매하던 한 상인은 시곗줄을 줄이느라 바빴다. 손님이 하자를 발견하자 “시계방에 가면 비용 없이 바로 수리할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들은 시계 케이스도 모두 구비하고 있었다. 이를 별도로 가져가지 않는 경우 가격을 깎아주겠다고도 했다. 젊은 남녀 한 쌍은 구입한 상품을 바로 착용한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매대를 떠났다. 

 

가방 매대 앞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샤넬 클래식 플랩백과 생로랑 클래식 모노그램 체인백이 상품의 주를 이뤘다. 판매가는 20만~25만 원선으로, 정품가가 각각 1390만 원, 295만 원(미디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70분의 1, 15분의 1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3명 무리의 여성은 현금다발을 내고 모두 같은 샤넬백을 구입해 가기도 했다. 상품의 품질이 낮지 않을까 싶었지만 육안으로는 정품과의 구분이 어려웠다. 매대를 방문한 손님 중에는 “집에 있는 거랑 똑같다”며 감탄을 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교복 입은 학생부터 캐리어 끄는 도매상까지

 

매대 한쪽에서는 도매상과의 거래가 한창이었다. 중간 크기의 캐리어와 함께 움직이던 한 중년 남성은 본인이 일주일에 15개씩 팔고는 한다며 도매가가 어느 정도인지 문의했다. 그러자 상인은 “많이 깎아주지는 못한다”며 얼마나 구입을 희망하는지 물은 후 천막 뒤쪽으로 가 롤렉스 시계 한 뭉텅이를 새로 들고 나왔다. 시계를 살펴보던 남성이 “이거 여자 것으로 있냐”고 묻자 상인은 “정품으로 여자 것은 안 나온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도매상과의 거래가 익숙한 듯 남성이 자리를 떠난 직후 상인은 장부를 꺼내 거래 내역을 적어 내려갔다. 

 

새빛시장을 찾는 이들은 외국인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적의 사람들 사이로 한국인들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연령대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매대 위에 놓인 안내문에는 ‘찾으시는 모델을 알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프린트 돼 있었고, 곳곳에서 “하우 머치(How much·얼마입니까)”라는 말이 들려왔다. 한 상인은 나이가 지긋한 여성에게 선심을 베풀듯 “이거(브로치) 원가가 800원이다. 저쪽에 있는 이상한 사람들한테 바가지 쓰지 말고 여기서 구입하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미국에서 거주하다 휴가를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 아무개 씨(57)는 “유튜브에서 새빛시장을 소개한 영상을 보고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에 와봤다. 스티치 같은 것이 조금 미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가품인지 구분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친구와 함께 시장을 찾은 유 아무개 씨(28)는 “명품은 사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가품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상품이 정품인지 가품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처벌수위 낮고 국민적 인식도 자리잡지 못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명품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위조 상품의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특사경)이 위조 상품으로 적발해 압수한 물품은 지난해 10월 기준 37만 5477점으로 전년(7만 8061점) 대비 4.8배 이상 증가했다. 압수된 위조 상품을 정품가로 환산하면 424억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한 유통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고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특허청에서 받은 ‘플랫폼별 가품 판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54만 481건의 위조 상품이 유통되다가 특허청 온라인 모니터링단에 의해 적발돼 판매가 중지됐다. 

 

2일 밤 10시께 손님으로 북적이는 동대문 새빛시장. 사진=김초영 기자

 

위조 상품을 제작하거나 판매, 보관할 경우 상표법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이 집행유예나 벌금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재범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위조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이 적발 시 부담해야 하는 추징금보다 높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조 상품 유통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다. 하지만 위조 상품 소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데다 현행법상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위조상품 시장의 규모는 해를 거듭하며 자라나고 있다. 

 

새빛시장의 경우 올 들어 중구청이 압수한 위조 상품은 6000여 점에 달한다. 그러나 단발적으로 이뤄지는 단속만으로는 위조 상품 판매를 근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매출이 높은 지역인 만큼 새빛시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경우 상권을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부서 인원 5명이 새빛시장을 비롯해 인근 상가에 대한 단속을 담당하고 있어 인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단속 업무가 고유 업무는 아닌 까닭에 단속 인원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처벌 수위가 위조 상품 유통 근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조 상품에 대한 단속이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는 편이다.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제조자 및 판매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구매자에 대한 처벌 또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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