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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큐브에 담은 일상’ 이도희

2017.04.03(Mon) 15:41:07

 

[비즈한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벌거벗은 그대로,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모습은 꼭 꼭 감추고 알아맞혀 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적당히 가릴 곳을 가리고 살짝만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까발리듯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곱씹어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여운이 없다. 대중문화 어투와 가깝다. 조형이나 개념 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작품에는 볼거리나 읽을거리가 없어 머리만 굴리다 돌아서기 일쑤다. 감상 불감증에 익숙한 이들을 위한 논리의 유희 같은 것이다.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가려서 보여주는 작품은 곱씹어볼 것과 새겨서 읽을 것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감상의 묘미와 상상의 여지를 준다.

 

꽃그릇168: 117x97cm 장지에 채색, 2015년



이도희 작가의 작품은 할 말이 분명히 있고 보여주는 재미도 있다. 내용과 형식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떤 틀에 담아냈을까.

 

그가 작품 속에 품어내는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이다. 자신의 체험과 환경이 녹아든 개인사다. 매우 주관적이기에 작업에서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정확히 읽어내기는 어렵다. 어찌 보면 누구나 겪어내는 일상의 작은 일들에서부터 개인의 특수한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를 해석한 자신의 생각 등이 작품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게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질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도희 회화의 매력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이 매우 개방적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주로 한국화 재료로 작업을 한다. 화려한 색감은 장식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그림이 아니다. 그림일기 쓰듯 일상의 단면이나 생각의 파편을 나열하는 방식의 회화다. 

 

남겨진 이야기: 55x45cm, 장지에 채색, 2015년

 

작은 이미지들은 큐브 형태의 각각의 단면에 그려지는데, 연결되거나 단절된 형태로 표현된다. 그것들은 도상이나 선, 색채의 번짐 효과 같은 추상에서부터, 부분적 형상, 사실적 묘사, 팝아트적 표현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런 큐브 그림은 가변 설치적 개념을 도입한 기역자 화면의 큰 구성 속에서 개별 요소로 배치된다. 부조 효과를 응용한 회화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이는 것은 흡사 우리 민화의 책거리 그림 같은 분위기다. 한국화 재료와 기법 덕분이다. 이 때문에 현대적 감각을 갖춘 한국적 감성의 회화로 보인다. 이도희식 독창적 형식이 빚어낸 성과다.​ 

 

꽃병82: 65x55cm, 장지에 채색, 2013년

 

 

동·서양 회화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개방적으로 수용하고, 현대 미술의 표현 방식까지 도입한 이도희의 작업 방식은 독창적이지만 친숙하다. 거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내용에 따라 형식을 찾아가는 작가적 태도가 치열하게 보인다. 그래서 이도희 찾기를 향한 이도희식 회화의 진화가 더욱 기대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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