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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묻지 마 투자'는 끝내 성공할 수 없다

일반 투자자라면 대박보다 '손해 보지 않는 장사'가 기본

2018.04.16(Mon) 10:47:20

[비즈한국] ‘묻지 마 투자’는 투자가 아니다.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공짜를 얻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투기다. 정상적인 시장에서의 행위가 아닌 것이다. ‘묻지 마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투자 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 후 나만의 인사이트로 선택해도 늦지 않다. 유명 투자자 의견이라도 추천만 듣고,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2007년 코오롱건설이 송도에 분양한 더푸라우 오피스텔은 123가구 모집에 60만 명이 청약을 신청해 4855 대 1이라는 경쟁률로 분양 역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묻지 마 투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더프라우 분양 당시 견본주택 주변에서 국세청 직원들이 분양권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현장을 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투자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를 하는 사람.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투자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드러나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 존재한다. 도심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을 생각해 보면 된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이 가장 많은 건물들을 소유하고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도 꽤 많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지만 상상도 못할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고 받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투자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배워도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라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투자 내공이 있고, 일반인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간혹 정치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세상에 많이 노출된, 우리가 아는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해 투자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이들 역시 대단한 투자자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 무협지를 읽는 듯 환상에 젖게 된다. 강의는 어찌나 잘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조금만 따라하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전문가가 추천한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한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경매로도 매수하기도 한다. 따라하는 것만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어떻게 수익을 얻었는지 스스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에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그 정도로 자신만의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물건을 선택하고 구매를 할 수 없다면 그 역시 ‘묻지 마 투자’가 된다.

 

‘묻지 마 투자’의 흔한 예가 신규 분양 현장이다. 이미 사람이 많이 살아 수요가 늘 존재하는 기존 도심 내 입지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기반 시설도 있고, 가격만 적당하다면 대기 수요는 얼마든 존재한다. 하지만 신규 택지개발지역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2007년 인천 송도의 더프라우 오피스텔 분양이 좋은 사례다. 코오롱건설이 분양한 더푸라우 오피스텔은 123가구 모집에 60만 명이 청약을 신청해 4855 대 1이라는 경쟁률로 한국 분양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분양 후 한 달 만에 최고 1억 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입주 후 열기는 폭락했고, 현재 시세는 분양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급매물은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기도 한다. 전월세 시세도 일반적인 오피스텔 수익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더프라우 분양 광풍으로 인근 지역에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더 좋은 입지에 더 좋은 상품의 오피스텔 공급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프라우의 입지는 그 지역 오피스텔 중에서는 좋지 않은 곳이었다. 업무시설이 몰린 국제업무단지에서 떨어져 있는 데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중대형 중심의 구성도 문제였다. 오피스텔의 인기 면적은 소형인데 이 오피스텔에는 소형이 6실에 불과했다. 대부분 중대형 크기였다. 게다가 바닥 난방이 되지 않았다. 분양 당시만 해도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공급된 소형 오피스텔에는 바닥 난방이 허용돼 상품 경쟁력에서도 떨어지게 되었다. 더프라우 사례는 ‘묻지 마 투자’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청약률만 보고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한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묻지 마 투자’의 원조는 주식 투자다. ‘작전주’니 ‘테마주’니 하는 것들은 주식의 자산 가치 평가 없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묻지 마 투자’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주식으로 거의 이익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묻지 마 투자’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고가 시장이기 때문에 주식시장만큼 ‘묻지 마 투자’가 많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금·적금·주식의 수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많은 관심이 몰렸다. 최근 경매 인구가 늘고 낙찰가율이 높아진 것은 그런 실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는 수요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그런 곳에는 ‘선수’​들이 많다. 신문의 하단을 보면 경매 강좌와 경매 관련 책들이 많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고정된 수익을 나누어 갖는다는 의미다.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선별해야 한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의 ‘묻지 마 투자’는 투자 규모가 커서 대출을 병행해야 하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일전에 16채의 주택을 소유한 인천의 한 경매인 가족이 자살한 예는 이런 ‘묻지 마 투자’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투자에 나선다면 의심이 해소될 때까지 공부하고 분석하자.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시장을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확신은 아니어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 될 때가 있다. 그 정도 판단이 드는 부동산은 꽤 많다. 중요한 것은 대박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투기다.

 

수익률 10%의 분양형 호텔 광고가 종종 나온다. 연 10% 전후의 확정수익은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단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실제 수익금을 제시하면 일반인들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연 10%는 1억 원을 투자해 연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월로 환산하면 83만 원이다. 대단히 높은 수익률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정도 수익률에 코웃음을 친다. 최소한 그 몇 배의 수익은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주식으로는 하루 15% 이상 벌 수 있는데 연 10%는 너무 적다는 것이다. 

 

주식 수익률은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다. 하루 15%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투자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이런 수익률의 유혹 때문에 지금도 주식 시장에는 대박의 꿈을 가진 젊은 영혼들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그래도 대박을 노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재테크가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생업을 걸어야 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전문적인 투자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대박 수익이 아니라 손해만 보지 않는다는 기본을 지키자. 손해 보지 않는 투자처만 찾아도 충분히 시장 가치 이상은 지킬 수 있다. 그것이 일반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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