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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정부 압박에 출렁인 라면주, 장기 전망은?

국제 밀 가격 하락에도 각종 원가 부담 여전…원화 강세·치솟는 외식비 '긍정요인'

2023.06.20(Tue) 10:06:28

[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치솟는 물가에 매일 먹는 점심값이 부담스럽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김밥 한 줄도 4500원, 자장면도 8000원은 훌쩍 넘는다. 오늘은 가격 부담을 덜어냈다는 모 햄버거 브랜드를 찾았다.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었지만, 그만큼 양도 적어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떨어지는 내 주식 가격과는 반대로 외식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높아진 외식 물가를 감안하면 라면은 여전히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뉴스 중의 하나가 ‘소비자물가’다. 우리 생활에 있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숫자 중의 하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지난 2018년보다 평균 28.4% 올랐다.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김밥이다. 2018년 5월 2192원에서 지난달에는 3200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자장면도 4923원에서 6915원으로 40.5% 올라 두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그나마 김밥과 자장면은 8개 외식 품목은 1만 원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다. 냉면, 비빔밥, 삼계탕, 삼겹살 등은 1만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19일에는 서민들이 가장 쉽게 즐겨 먹을 수 있는 식품인 라면 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라면 가격 인하’ 발언을 꺼냈기 때문.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압박에,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울상이다. 밀 가격은 떨어졌지만, 기타 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등의 원가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가격 압박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던 식품기업들은 물론, 주류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비판과 함께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항변한다. 원가 부담을 오롯이 기업에만 지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제품값을 올려 이윤을 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추 부총리의 ‘라면값 인하’ 발언은 즉각 19일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심이 6% 넘게 떨어진 것을 비롯해 오뚜기, 삼양식품 등 이른바 라면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라면 가격이 인하되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들 업체에 투자한다면 라면값 이상은 충분히 벌 수 있을까.

우선 최근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업황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밑으로 하락했다”며 “원·달러 환율은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내년 평균 120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음식료 업체들의 평균 원가율이 70%에 달한다”며 “과거 대비 수출액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환율 익스포저가 과거 대비 감소했지만 원화 강세는 여전히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소재업을 영위하는 업체일수록 당연히 실적에 긍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가격대가 낮고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라면이나 과자, 빵 등은 소비 침체 속에서도 수요가 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에 긍정적일 수 있다. 조성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라면의 경우, 시장 내 1위 사업자인 농심의 평균 평균판매단가(ASP)는 667원에 불과하고,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도 외식이나 간편식 등 대체재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량 성장 기대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 위원은 또 “지난 2년간 두 차례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체재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 경쟁력과 오랜 기간 구축해 놓은 브랜드 파워는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큰 강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요가 전망되는 기업들은 성장 기대감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경기 침체가 내수 소비재 기업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불필요한 판촉 활동을 줄여 업계 경쟁이 완화되고,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어머님이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지 않았어 /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과거 아이돌그룹 god의 노래 ‘어머님께’다. 라면이나 자장면과 같은 서민 음식에는 우리의 삶이 녹아있다. 눈물 젖은 라면과 자장면을 먹어본 이들이라면 또다시 이 음식을 찾으며 과거를 회상하게 될 게 분명하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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