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따릉이를 탈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자칫하면 ‘시든’ 따릉이에 당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퀴 바람을 확인해라”, “신형 검은색 안장을 선택해라”, “벨이 은색인 걸 골라라”. 온라인에서 들었던 수많은 조언이 머릿속을 스쳤다. 고심 끝에 따릉이를 골랐지만… 결과는 ‘꽝’. 망가진 기어에 녹슨 안장까지. 2시간 내내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따릉이를 달렸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폐기된 따릉이만 4500대. 노후하고 망가진 따릉이가 늘어난 탓이다. 따릉이 사용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에서 출시한 ‘기후동행카드’와 연계돼 따릉이 사용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돈이다. 따릉이 이용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예산은 도리어 축소됐다.
#예산은 그대로, 따릉이는 증가
따릉이 예산은 매년 35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9~2024년 따릉이 운영 및 확충 예산안 평균은 연 330억 가량이다. 2021년 예산은 21억 5939만 원 줄었고,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8억 79만 원, 17억 9466만 원 늘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은 다시 17억 7837만 원 감소했다.
따릉이는 2021년부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후 따릉이 예산을 삭감하고 신규 도입을 중단할 거란 이야기였다. 당시 서울시는 사실이 아니라며 따릉이 사업과 신규 도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해명처럼 따릉이 대수와 대여소는 매년 증가했다. 2019년 따릉이는 2만 9500대에서 2023년 4만 5000대까지 늘었다. 대여소 역시 2019년 2085개소에서 2023년 2762개소까지 증가했다. 이용 건수도 매년 느는 추세다. 2019년 1907만여 건에서 2023년에는 2배가 넘는 4490만여 건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따릉이와 이용자 수는 늘어난 반면 예산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따릉이 운영·확충 예산과 따릉이 대수를 단순 환산해도 따릉이 한 대당 예산은 2019년 약 111만 원에서 2023년 약 76만 원으로 줄었다. 예산은 그대론데, 관리해야 하는 따릉이만 늘어난 셈이다.
이용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고장 나고 폐기되는 따릉이도 늘었다. 지난해 폐기된 따릉이는 4500대로 전년 2105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리를 받는 따릉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정비 받은 따릉이는 13만 7238대다.
부족한 예산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출퇴근길 따릉이를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고장 난 따릉이가 너무 많다. 따릉이를 대여할 때마다 고민한다. 대여소마다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다. 대여소에서 다소 떨어진 채 방치된 따릉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싱싱한 따릉이 고르는 법’이 퍼져 있다. 상태가 좋은 따릉이와 고장 난 따릉이가 섞여 있는 탓에 신형 따릉이나 고장 나지 않은 따릉이 고르는 법 등 각종 ‘꿀팁’이 공유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따릉이 예산과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서울시와 대행기관인 시설관리공단은 따릉이 운영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운영예산과 자본구축 합계 예산은 줄었지만, 인건비와 수선유지비 등이 포함된 운영 예산은 매년 증가했다. 관리인력도 늘렸다. 폐기된 따릉이 4500대 역시 2017년에 도입된 자전거로 따릉이 관리 기준에 따라 교체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동행카드 확대…따릉이 운영에 영향?
최근 서울시가 출시한 기후동행카드가 ‘따릉이’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서울 시내 대중교통과 따릉이 이용이 무제한인 만큼 따릉이 이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후동행카드는 30일간 6만 5000원으로 출시 한 달 만에 46만 장이 판매됐다. 서울시는 여기에 ‘청년’ 할인까지 더했다. 2월 26일부터 만 19~34세 청년에겐 월 7000원을 환급해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따릉이 요금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기후동행카드 수익에서 따릉이에 배분되는 금액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 교통수요관리팀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로 따릉이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1000원이 배분되는 구조다. 다만 최대 5000원까지 한계가 있다. 따릉이 30일 정기권이 5000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에 따릉이를 연계하면 이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질적인 영향은 향후 운영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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