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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지상전 핵심전력, 소형무장헬기 사업의 부침

11월 29일 KAI 시제1호기용 첫 부품 만들기 시작하기까지…기대와 우려

2016.12.01(Thu) 10:23:02

지난 11월 29일,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소형무장헬기 시제1호기용 첫 부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형무장헬기 사업은 200여 대를 생산하는, 서방측 공격헬기 사업 규모 중 가장 큰 수준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대한민국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장헬기를 보유하는 나라가 된다.

 

수리온 상륙기동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하지만 소형무장헬기는 미래 한국 지상전의 핵심전력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맞지 않게,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업이다. 지금이야 확실히 결론이 났지만, 과연 이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수차례 걱정하고 반론이 나와서, ‘어떻게,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최초의 한국형 헬기 사업인 KMH 사업이었다. 우리 군의 주력 헬기인 UH-1 수송헬기와 AH-1 코브라 공격헬기는 원래 하나의 플랫폼에서 나온 형제기종이었다. 둘 다 노후화가 심각해 같은 크기의 새로운 공격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국산 헬기로 전력 증강과 항공산업 발전을 같이 이루자는 목표가 나왔다.

 

수리온 조종석 개조형 공격헬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그런데 ‘국산 무기’라는 말은 그 말 속에 정말로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국내에 공장을 세워서 무기의 부품을 조립하거나, 외국 무기를 생산할 권리를 얻어서 생산하는 ‘면허생산’도 제품 국적을 생각하면 국산이다. 설계 도면을 만들 때 해외에서 도면을 사 오거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무기의 연구 자료를 받아 만든 ‘기술이전’을 받은 무기도 국산 무기로 부른다.

 

KMH는 어땠을까. 처음에는 그 어디에도 제작된 적이 없는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이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 부족한 기술은 해외 업체와 협력해서 만들기로 정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정하던 중,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KMH가 공격헬기와 수송 헬기를 같이 만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모델을 같이 만들어 400대 이상의 헬기를 만들어 보자는 사업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헬기 사업이 될 뻔했다. 하지만 몇 년간의 논란 끝에 결국 안정성을 위해서 수송 헬기(유틸리티 헬기)만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 논쟁을 하던 도중에 UH-1 헬기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었다.

 

KMH는 그 후 KHP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이제는 대한민국과 같이 이 헬기를 개발하고 한국이 없는 기술을 공급해줄 회사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B 사, A 사, E 사 등 헬기 개발에 난다 긴다 하는 업체들은 저마다 각자의 제안사항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들이 제시한 헬기의 디자인과 특성은 하나같이 그들이 이미 판매하는 기존 제품과 수치나 구성이 거의 똑같았다. 한국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 독자적인 디자인은 불가능한데 국산 헬기를 고집하고 있으니 결국 원래 있던 헬기를 재탕하자는 것이었다.

 

LAH소형무장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큰 고민과 논란 끝에 KMH는 모사와 같이 새로운 헬기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때쯤이면 이미 개발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한국의 관련 개발자들은 정말로 불가능한 일정을 해내야 하는 사명이 떨어졌다. 결국 처음의 독자적인 디자인 대신에 점점 과거의 협력업체 제품과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수록 헬기의 안정성은 증명하기 어려워진다. 비행기와 달리 헬리콥터는 대단히 불안정하게 비행하기 때문에, 헬기의 진동을 분석하는 것은 헬기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미 증명된 디자인이라면 진동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지만, 엔진의 위치를 바꾸거나 내부 공간이나 단면의 모습을 바꾸면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KHP가 ‘수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어서 생산에 들어가자, 이제는 미뤄두었던 공격헬기 200대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KHP를 활용하거나 완전히 뜯어 고쳐서 만들자니 KHP의 크기와 중량이 상당하여, 성능은 좋지만 200대를 채울 수 없었다. 그냥 공격헬기를 만들자니 개발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예산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었다. KHP 개발에 관련된 계약 문제도 골치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KHP 수리온 헬기는 군용으로 설계되었지만, 사람과 짐을 태우는 기능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민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할 때 수리온의 민수용 사용에 대한 인증을 계약하지 못했다. 해외 회사는 수리온을 수출할 것이라고 조인트 벤처를 만드느니 온갖 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리온은 민수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격 증명을 얻지 못해 국내 경찰청이나 소방서에서도 사서 쓰는데 문제가 생겼다. 앞과 뒤의 말이 다른 국제 비즈니스의 세계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LCH차세대 민수용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이렇게 된 바에 아예 이번에는 민수용 인증이 가능한 헬기를 만들어 그 헬기를 무장헬기로 개조해서 민수용과 군용 버전 두 가지로 처음부터 사용될 수 있는 헬기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수리온의 민수 인증에는 도움을 못 주던 회사가 이번에는 ‘민수용 인증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계약서에 들어간 이상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소형무장헬기는 그래서 기재부로부터 민간용 버전 개발비를 지원받아 결국 적은 예산으로 우리가 필요한 많은 수의 무장헬기를 확보할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 행보를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소형무장헬기를 얻기까지 우리가 고생한 노력과 좌절은, 조금만 더 멀리 미래를 보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나 반성은 보통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정된 이상 추진력과 행동만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의 소형무장헬기 사업이 잘 되길 기원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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