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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즉행] 시간을 잊게 하는 대자연과 역사, 장강삼협 크루즈

양쯔강 누비며 세 협곡의 신비 만끽, 이태백 시 한 수 읊으면 묵객이 따로 없네

2019.03.08(Fri) 08:56:35

[비즈한국] 장강삼협(長江三峽)​은 중국의 양쯔강(양자강)과 그 사이에 있는 세 개의 협곡을 뜻한다. 양쯔강은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장강으로 불리며 총 길이가 6300km나 된다. 아마존강과 아프리카 닐강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 장강삼협은 충칭(중경)시 펑제(봉절)현 백제성에서 시작돼 후베이(호북)성 이창(의창)까지 이어진다. 그 풍경일랑 북유럽 바다를 누비는 피오르드 해안의 크루즈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장강삼협이란 양쯔강과 그 사이에 있는 세 개의 협곡을 뜻한다. 사진은 제2협곡인 무협. 사진=하이썬투어 제공


양쯔강을 따라 협곡을 맛보는 장강삼협 여행을 하기에 크루즈보다 좋은 것이 없다. 여행자는 유람선이나 쾌속선을 선택할 수 있는데 호텔식 선상에서 3박을 하는 유람선 쪽이 더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세 개의 협곡을 모두 돌아볼 수 있도록, 충칭에서 승선해 이창에서 하선하는 기본 코스다.

 

크루즈도 시설에 따라 호텔처럼 등급이 나뉘어 있어 5성급부터 3~4성급까지 다양하다. 크루즈를 타고 양쯔강을 누비다 보면 장구한 역사 속에 웅장한 자연을 품은 중국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장강삼협의 세 협곡 중 제1협곡인 구당협은 서쪽 백제성에서 동쪽 대계진까지 이어진다. 가장 웅장하면서도 가장 짧다. 총 길이가 8km밖에 안되지만 가장 볼 만한 협곡으로 이름나 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흘러가는 강물은 마치 기세등등한 사자가 고함을 내지르듯 힘이 넘친다. 

 

강폭은 50m로 장강삼협 코스 중 가장 좁지만 양 옆 절벽은 해발 1000~1500m에 이르러 더 극적인 느낌을 준다. 유람선에서 내다보는 산봉우리는 천계와 연결된 듯 하늘에 닿을 것 같다. 삼국지의 배경으로 유명한 백제성을 비롯해 절벽길인 고잔도 등이 있어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를 유혹한다. 

 

장강삼협 중 제1협곡인 구당협은 가장 웅장하면서도 가장 짧다.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흘러가는 강물은 마치 기세등등한 사자가 고함을 내지르듯 힘이 넘친다. 사진=하이썬투어 제공


구당협 입구 양쯔강 북쪽에 백제성이 위치해 있다. 삼국시대 촉나라 왕이었던 유비가 오나라를 치다가 크게 패해 백제성에 머물면서 제갈량을 불러 아들을 맡겼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장면은 밀랍인형으로도 재현되어 있다. 고대 장강삼협 유역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도 들러본다. 

 

“아침 백제성을 떠나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천리 되는 강릉 하루에 도착하네. 양안의 원성소리 그칠 새 없고 쪽배는 이미 만중산을 지나네.” 

 

이태백이 백제성을 떠나며 남긴 시다. 시구를 곱씹으며 어지러운 시절이 세상을 뒤덮어도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고, 인간의 생 또한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해 본다.   

 

웅장한 구당협을 벗어나면 화폭 같은 무협에 이른다. 제2협곡인 무협은 무산에서 파동까지로 세 개의 협곡 중 가장 수려하고 규모가 크다. 총 길이 45km인 무협의 물길은 길고도 깊다. 양 옆의 봉우리들도 가히 절경이다. 등용봉, 선천봉, 조운봉, 신녀봉, 송련봉 등이 나란하다. 구름은 봉우리를 감싸고 봉우리는 구름 속에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신비하고 수려해 유람선에 탄 여행자들은 하루 종일 봉우리만 쳐다보게 된다고들 말한다.   

 

장강삼협 제2협곡인 무협과 제 3협곡인 서릉협 사이, 신비하게 모습을 감춘 신농계가 있다. 사진=하이썬투어 제공


장강삼협 제2협곡인 무협과 제3협곡인 서릉협 사이, 신비하게 모습을 감춘 신농계가 있다. 시인 두보는 신농계를 보며 이런 시를 읊었다. “멀리서 흐르는 물은 긴 뱀과 같고, 강촌을 품어 안는다, 한 척의 쪽배는 용동부를 향하고, 수채의 초가집은 야인의 집인가. 겨울이 다가오지만 항상 그대로 푸른 삼나무, 붉은 복숭아꽃과 흰 배꽃은 비로소 오는 봄 이련가.” 협곡을 누비는 선상에 앉아 시 한 수 따라 읊다보면 시인 묵객이 따로 있지 않다.  

 

서릉협은 그 험준함이 특징. 예부터 암초가 많고 물살이 센 것으로 소문나 있었지만 현대에는 선상유람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사진=하이썬투어


제3협곡인 서릉협은 파동부터 의창까지로 총 길이 76km에 이른다. 삼협 중 가장 길고 험한 협곡으로 이름나 있다. 서릉협은 그 험준함이 바로 특징이어서 예부터 암초가 많고 물살이 센 것으로 소문나 있다. 현대에는 수심이 높아지고 암초를 전부 치워 배가 다니는 데는 아무 위험이 없어 낭만적인 선상 유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서릉협 가운데 삼두평이란 곳이 있는데, 가장 물살이 센 협곡답게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장강삼협댐이 위치한다. 댐 전체길이가 2309m, 높이는 185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이다. 

 

가장 물살이 센 제3협곡 서릉협에서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장강삼협댐. 사진=하이썬투어 제공


장강삼협 여행 중 풍도명산과 귀신성도 들른다. 중국 도교의 명산이라 불리우는 풍도명산에는 27채의 고대 사찰과 함께 귀신성이 있다. 귀신성은 유교, 도교, 불교문화가 민간 예술과 어우러진 곳으로 중국판 ‘신과 함께’를 만날 수 있다. 귀신의 궁전에는 갖가지 귀신석상들이 조각되어 있어 귀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장강삼협의 진주라 불리우는 석보채도 놓칠 수 없다. 석보채는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절벽에 지어진 12층 목탑 사원이다. 55m의 절벽에 9개 층이 붙어있고 절벽 위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듯한 건물이 3개 층이나 더 있다. 고층 목탑 사원인 석보채는 중국 8대불가사의 건축 중 하나로 꼽힌다. 석보채가 있는 옥인산 역시 수려한 경관 덕에 예로부터 명승지로 이름나 있다.

 

3000년 역사의 충칭은 중국 서남지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공업이 발달한 대도시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따뜻하다. 사진=하이썬투어 제공


장강삼협 여행 시 거치게 되는 도시인 충칭도 볼 만하다.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충칭은 쓰촨(사천)성과 후베이성의 경계에 위치한다. 장강삼협 서쪽 자링강과 양쯔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충칭은 중국 서남지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공업이 발달한 대도시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따뜻하다. 겨울엔 안개가 잔뜩 껴 안개도시라고도 불린다. 제1협곡인 구당협에서 약 451km 떨어져 있다.  

 

장강삼협의 웅장하고 신비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물길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양쯔강을 누빈다. 평범하지 않은 여행이다. 여느 여행에서 느끼지 못한 뭉클함마저 깃든다.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길을 따라 흘러가다보면 문득 내 작은 인생 속에 우주가 비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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