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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예술의전당+방배사이길 콜라보, 서초 예술 산책

'전당'이 파인다이닝이라면 '사이길'은 푸드트럭…품격과 자유 넘나들며 '아트 힐링'

2019.03.05(Tue) 20:07:30

[비즈한국] 이 미세먼지를 어찌해야 할까. 봄이라도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지 못하는 이런 날에는 평소 생각만 하고 있던 미술관 나들이가 적잖은 위안이 된다. 오랜만에 예술의전당으로 나선다. 미술관 관람만으로는 자칫 아쉬울 수 있는 나들이를 인근 방배사이길이 채워준다. 예술의전당이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파인다이닝이라면 방배사이길은 재치 넘치고 톡톡 튀는 푸드트럭이다. 미술관의 우아함과 거리예술의 편안함을 두루 만끽할 수 있는 서초 예술 산책이다.

 

300m의 짧은 골목 하나 통과하는데 2시간이 걸리고 서로 다른 주제의 공방에서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인과 차 한잔 나눌 수도 있는 방배사이길. 사진=이송이 기자


# 경계를 무너뜨리는,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

    

보통 사람에게 사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나들이는 1년에 몇 번 없는 연례행사다. 어디선가 생긴 초대장을 받아들고서야 가보는 곳, 시간만 나면 가는 영화관보다 왠지 문턱이 높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 보면 딱히 무게 잡고 가야할 곳도 아니다. 알고 보면 지나가다가 문득, 아이와 손잡고, 연인과 팔짱 낀 채 공원 걷듯 슬렁슬렁 실내 나들이를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눈앞에 자연의 풍경 대신 예술 작품이 펼쳐진다. 미세먼지 걱정을 덜 수 있는 예술 산책이다.      

 

한국 회화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은 24명의 작가들이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사진=이종현 기자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이 열리고 있다. 주제는 ‘Beyond Borders(경계를 넘어)’. 작품을 통해 시나브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과거의 미래의 경계를, 나와 너의 경계를, 여기와 저기의 경계를 넘어본다. 

 

캔버스에 그려진 ‘보라빛 달 아래 푸른 나무’와 ‘사잇길’을 마음으로 누비고 ‘엘리스의 나라’와 ‘꿈의 오아시스’를 염탐한다. ‘서울의 바람’을 느끼며 ‘매화향기’를 맡고 ‘첫사랑’과 ‘캔디걸’을 만나 ‘달빛야행’을 감행한다. ‘알려지지 않은 시간(Unknown time)’ 속에서 ‘명상(Meditation #5)’을 하며 ‘숲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무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사유의 공간-존재(Being)’에서 우리들 ‘사이(間)-relation’를 생각하다보면 불현듯 나는 ‘기억의 공간(The Space of memory 170920)’에 놓여 있다. 눈치 챘겠지만 따옴표(‘’)의 안의 단어는 모두 이번 전시회의 각각 다른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품명이다. 24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작업을 한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하모니(Harmony 1901)’를 이룬다.      

 

한국 회화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는 24명의 작가들이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착시 효과의 극대화를 비롯해 추상회화와 팝아트까지. 전시 이름에서 보이듯 이번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한국 미술을 성실하게 지켜가고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의미에서 작가 육성 사업의 일환이라 할 만 하다. ‘일요신문’과 ‘비즈한국’에서 주최한 이번 전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아 그동안 90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 2일 개막한 전시는 9일까지 계속되며, 무료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도 있다. 저녁 8시 까지 개관하니 퇴근 후 들러도 좋다.  

 

#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소소한 소호, 방배사이길

 

예술의전당을 나와 인근에 있는 방배사이길로 발을 옮긴다. 방배사이길의 주소는 방배로42길이다. 주소를 그대로 읽으면 방배사이길이 된다. 어느 재치 있는 문화예술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재미있는 이름이다.  

 

방배사이길에는 주인이 곧 디자이너이거나 작가인 아뜰리에가 대부분이다.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파는 말벡(MALBEC). 사진=이송이 기자


같은 서초구 안에 있는 예술의전당과 방배사이길은 지척에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어 날씨가 좋다면 걸어갈 수도 있지만 택시를 타도 10분이 채 안 걸린다.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앞에서 142번이나 406번 버스를 타고 여섯 정류장만 가면 된다. 정류장 이름도 방배사이길이다. 함지박사거리 인근, 찾기 어렵지 않다. 

 

서초구 방배사이길은 2011년경부터 조금씩 조성되기 시작했다. 서울 속 작은 프랑스라는 서래마을과 방배동 카페골목 사이에 위치한다. 거리는 아담하다. 다 해봐야 200~300m의 골목이다. 방배사이길 주변은 온통 주택가다. 유난할 것도 없는 여느 골목길에 작은 공방과 숍들이 길 양쪽에 일렬로 줄맞춰 있다. 가게들이 아담하고 외관이 소박하면서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 아기자기함을 풍긴다. 혹자는 ‘방배소호거리’라고도 부른다.   

 

방배사이길은 아이디어 넘치는 수입생활용품숍을 비롯해 수제가죽가방&신발숍, 수제쇼파가게, 옻칠공방, 향수공방, 목공가구제작소, 피규어제작스튜디오, 빈티지 의류숍 등 개성 넘치는 가게들의 연속이다. 사진=이송이 기자


서래마을이나 방배동 카페골목이 주로 식당이나 펍, 카페 등 외식업들로 가득 차 있는 반면 방배사이길은 아뜰리에와 갤러리, 공방 등이 메인이다. 다른 골목 같으면 조연처럼 어쩌다 발견하게 될 가게들이 이곳에선 골목의 주인공이다. 식당이나 카페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방배사이길도 뒷골목이지만 그 사이사이 골목 안쪽으로 한 번 더 들어가야 식당 등이 눈에 띈다. 

 

고작 300m가 될까말까한 거리에 30~40곳의 공방이나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열 곳이 넘는 공방을 들락거리며 쓸데없고도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아이디어 넘치는 수입생활용품숍을 비롯해 수제가죽가방&신발숍, 소파가게, 옻칠공방, 향수공방, 목공가구제작소, 피규어제작스튜디오, 빈티지 의류숍 등 개성 넘치는 가게들의 연속이라 어디 하나 무심코 지나칠 수가 없다. 

 

향수, 목공, 옻칠, 민화, 피큐어 제작 등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거나 아이들만을 위한 클래스도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단순히 제품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클래스도 다양하다. 향수, 목공, 옻칠, 민화, 피큐어 등 원데이클래스와 정규반이 있다.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거나 아이들만을 위한 클래스도 있다. 이런 저런 호기심을 채우며 다니자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 주인과 나누는 한담의 맛이 남다르다. 

 

SNS에서 본 어딘가를 찾지 못할까봐 염려할 건 없다. 어딘가를 굳이 찾아 들어갈 것도 없이 한눈에 다 보이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아무 가게에 들어가 어딘가를 물어봐도 친절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곳이 서울이 맞나, 강남이 맞나, 상업지구가 맞나 의아할 정도다. 동행한 친구 역시 “다들 왜 이렇게 친절해?” 희한하단다. 

 

무미건조한 응대에 무감각해진, 때로 예의 없고 쌀쌀맞은 타인의 태도에도 익숙한 서울살이에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함이 배어나오는 골목. 지인의 공방에라도 초대받은 느낌이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돈벌이 보단 자신만의 작업과 그것을 알아봐주는 누군가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방배사이길은 유동인구도 많지 않다. 둘러보면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는 나들이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사진=이송이 기자


지나가는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가게도 여럿이다. 시골 동네 같은 인심이 느껴진다. 완전한 상업지구가 아닌 동네 골목에 하나 둘 생긴 빈티지숍과 공방들이어서 가게 주인들 중에는 근처에 사는 사람도 꽤 있다. 사실 유동인구도 많지 않다. 방배사이길은 늘 한적하다. 둘러보면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는 나들이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유명 거리를 휩쓸고 다니며 재잘대는 2030세대도 많지 않다. 먹거리보다는 가격대가 있는 아뜰리에 중심이다 보니 ‘먹방’ 좇는 ‘아이들(?)’이 있을 리 없다. 삼청동이나 경리단길처럼 개성 있는 가게들을 내쫓고 결국엔 공동화 되고 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이곳에서는 영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가게 주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거리들에 비해, 강남이라는 것에 비해 임대료도 낮은 편이다.          

 

방배사이길 안쪽에 보일락 말락 들어선 일식당 강쉐프스토리.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초밥을 먹을 수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짧은 골목 하나 통과하는데 2시간이 걸리고 서로 다른 주제의 공방에서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인과 차 한잔 나눌 수도 있는 거리, 외관이나 규모상으로는 미국이나 홍콩의 소호거리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해도 작은 공방거리의 매력은 넘친다. 목공클래스와 드로잉수업의 커리큘럼을 들으며 문득 이 동네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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