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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야알못’ 기자의 WBC 관전기

흡연율 신장에 기여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2017.03.10(Fri) 18:54:28

[비즈한국] 지금 이 시점에서 누군들 ‘공놀이’에 관심 있겠느냐마는 그럼에도 한 번쯤은 짚어봐야할,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유치해 고척돔에서 개최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야기다. 자타 공히 ‘망했다’는 대회에도 할 말은 많았다. 

WBC는 개최 날짜부터 이미 ‘망스멜’이 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모습을 감췄다. 주요 선수들은 부상을 당했다. 경기 날은 탄핵 선고가 유력한 날짜들 사이에 끼어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7일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소위 ‘날아’다니는 타자들의 실력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 고척돔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아직 기적을 믿고 있던 시간.


1호선을 타고 고척돔으로 향했다. 열차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는데 정차하는 역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어터지는’ 1호선을 30분간 체험하고 나니 온몸의 진이 빠졌다. 지하철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택시를 타고 고척돔에 왔다는 하 아무개 씨는 “대치동에서 택시를 타고 1시간 반이나 걸렸다. 교통지옥이라고 하더니 진짜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옥을 뚫고 처음 본 고척돔은 외계 비행체인 듯 화려한 외관을 자랑했다. 동대문에 있는 DDP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매표소를 찾아 표를 받아 입장했다.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몇 번 가봤다. 그 중에는 뉴욕 메츠 시티필드 등 신축 경기장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장에 비해서도 깨끗하고 세련된 고척돔 내부는 매력적이었다. 야구 전용 경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시설도 있었다. 돔 구장을 본 게 처음이라 그런지 몰라도 추운 날씨에도 내부는 따뜻했다. 

들어가기 전 음식을 잔뜩 싸왔다. 야구장의 재미는 누가 뭐라 해도 응원과 함께 먹는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내부에서 음식을 사기에는 번잡스러워 싸가는 것이 좋아보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익숙한 얼굴이 네덜란드 선발투수였다. 벤덴 헐크. 2013 시즌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KBO 리그를 폭격한 그 벤덴 헐크였다. 그는 만화처럼 일본으로 날아가 리그 데뷔 시즌 14연승이라는 리그 신기록까지 달성한다. 

그래도 이곳은 고척돔. ‘이곳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홈 구장이야. 벤덴 헐크, 야레 야레 그만둬 여긴 위험하다구’라는 생각으로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한국팀의 공격이 끝나고 공수가 교대됐다. 아직 몸이 덜 풀렸으리라 생각했다. 

1회 네덜란드의 첫 공격. 타자는 시몬스. 주위 꼬마들이 ‘침대는 시몬슨데’라는 한가한 소리를 나눌 때 시몬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곧바로 프로파르가 홈런을 치고 스코어는 2-0. 잘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음 타자 보가츠는 3루타를 쳤다. 아무리 메이저리그 실버슬러거가 포함된 팀이라지만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우규민 투수가 정신을 못 차리고 두들겨 맞다 겨우겨우 이닝을 막아냈다. 

자 이제 시작이야. ‘첫 끗발이 개 끗발이야’ 따위로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2회는 시작부터 달랐다. 역시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이대호가 깔끔한 안타로 1루로 나갔다. 하지만 귀신같은 병살로 타자가 지워졌다. 여기서 끝인가 싶을 때 민병헌의 안타. 다시 희망이 살아나는가 싶을 때 역시 박석민의 플라이 아웃. 안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2회에도 여지없이 1점을 내주며 3점차가 됐을 때 ‘설마 콜드게임이 나는 걸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3회가 지나면서 우규민이 안정을 찾은 뒤에는 한국 타선도 지나치게 안정을 찾았다. 3회 병살타가 나오며 이닝이 마무리되자 동행한 기자 A 씨는 ‘담배를 피워 물지 않을 수 없다’며 뛰쳐나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척돔은 흡연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를 따라간 흡연실에는 지나치게 사람이 많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흡연실에 인원이 넘쳐 흡연자들이 외부에서 피울 지경이었고, 안전요원은 그들에게 내려가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안전요원에게 ‘지난 경기에도 흡연자가 이렇게 많았느냐’고 물어봤더니 ‘훨씬 늘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집계된 관중은 줄었지만 흡연 인구는 늘어났다. 야구대표팀이 흡연율 신장에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흡연 인구가 최고에 달했던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무기력하게 한 회, 한 회 속절없이 지나가다 6회 또 다시 2점을 내줬다. 옆에서 ‘LG 트윈스 이대형’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던 야구팬은 응원 대신 욕설을 뱉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광판에 열린 ​‘​댄스타임’​ 행사에서 카메라가 그를 잡아줬다. 그는 모든 것을 잊고 흥겹게 춤을 췄고 분노도 조금은 사그라든 것 같았다.

네덜란드는 타격부터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무섭다고 귀에 박히듯 들어왔던 ‘오렌지족’. 강남의 무법자였던 20년 전 오렌지족과 같은 별명을 공유하는 네덜란드도 타격이 공포였다. 8, 9번 타순이 오히려 날뛰었다. 투수는 벤덴헐크, 거를 타선이 없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우리나라가 이기리란 희망은 너무 허황됐던 걸까.

평소 야구를 즐겨 본다는 야구팬 김 아무개 씨(28)는 “메이저리거가 대거 합류하면서 WBC는 ‘넘사벽’이 된 것 같다. 앞으로 WBC도 우승이 아니라 월드컵처럼 예선 통과로 눈 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 아무개 씨(20)도 “김인식 감독의 패착이다. 이스라엘에 총력전을 펼치고 네덜란드를 버렸어야 했다. 네덜란드 전에 쓰기 위해 이스라엘 경기에서 오승환을 내린 게 가장 큰 오판 아니겠나. 병역 혜택이 없어 의욕이 저하도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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