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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눈여겨보는 시장 '인디게임'의 시대 올까

연 6000개 나오는 등 시장 커져…대중화 가능성에 주목

2023.12.08(Fri) 17:22:41

[비즈한국] 비주류의 상징과 같은 인디게임이 대중화의 길목에 서 있다. 전국 곳곳에서 행사가 이어지고,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과 이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모여든다. 대기업에서는 투자의 기회를 찾는다. 올해 지스타를 찾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소외된 장르가 메인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며 게임 산업의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알음알음 크던 인디게임 시장은 어떻게 개화하게 됐을까.

 

최근 인디게임 관련 행사가 늘어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월 1~3일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버닝비버 2023을 찾은 관람객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심지영 기자


인디게임 시장은 세계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7~8월호’에 따르면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한 인디게임 수는 2013년 224개에서 2022년 5990개로 10년 사이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제작에 나선 이들이 늘었으며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인디게임에 관해 서술하기 전에 인디게임이 무엇인지부터 짚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일된 정의는 없다. 업계, 협회, 기관 등에서 말하는 인디게임의 정의는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대강 모아보자면 1인 혹은 소규모 인원이 제작하고, 저비용으로 개발하며, 창의적인 게임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모든 사례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소형 개발사이지만 대기업의 투자나 유통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고, 대중성과 상업성을 잡는 인디게임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서는 인디게임을 ‘1인 또는 중소형 게임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장르와 플랫폼에서 자유로운 게임’으로 설명하며 자본력을 AAA 게임과의 차이로 꼽았다. 

 

반면 정부 기관에서 지원 사업을 할 때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 시기를 기준으로 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디게임 지원 사업은 예비창업자, 창업 3년 미만의 스타트업에서 만든 게임을 기준으로 지원한다. 올해 사업에서는 300여 개 게임이 신청해 50개가 선정됐다. 선정된 게임은 투자자와 유통사를 초청해 12월에 여는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에서 평가한다. 인디게임사에겐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자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인디게임 생태계 발전을 목표로 현업 실무자가 모인 한국인디게임협회에선 개발자 규모에 초점을 맞춘다. 홍영기 부협회장은 “1인 개발이거나 개발팀 10명 이하의 사업자, 법인이 아닌 사업자 등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만든 게임이 기본 조건”이라며 “시상하거나 지원할 때는 게임성을 보는데, 독창성이나 참신함에 중점을 둔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협회에선 중대형 게임사의 자회사에서 만드는 게임은 장르를 떠나 인디게임으로 보지 않는다. 홍 부협회장은 “대기업은 시장 다변화를 목표로 국내 시장에서 많이 나오지 않는 게임, 상업성이 낮은 게임을 인디게임으로 보는 것 같다”라며 “업계에서도 기준이 다르다. 정하기 나름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인디게임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 1년 내내 여러 지역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일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개최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이번 버닝비버는 주말동안 유동 인구가 많은 DDP에서 열리면서 업계 종사자와 일반인까지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실제로 2일 찾은 전시장에서는 부모와 어린 자녀가 손잡고 방문한 모습을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디게임 축제답게 동물, 요리 등 참신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게임이 많아 어린이 관람객도 적극적으로 게임 체험에 나섰다. 

 

지역에선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BIC 페스티벌은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 9회째를 맞은 글로벌 인디게임 행사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각각 열린다. 올해 오프라인 행사는 8월 25~27일 벡스코에서 열렸으며 22개국에서 203개 작품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12월 8일 메가존빌딩에서 열린 2023 인디플 어워즈에서 독창적인 인디게임을 만든 6개 팀이 수상했다. 사진=심지영 기자


눈에 띄는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시상식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12월 6~9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가, 8일에는 한국인디게임협회의 ‘2023 인디플 어워즈’가 개최됐다. 이번 인디플 어워즈에서는 백혈구를 소재로 한 퍼즐 게임 ‘HYNPYTOL(base0)’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인디게임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의 증가가 있다. 독창적인 게임을 찾는 이용자가 늘어난 동시에 게임 창작자도 늘어난 것.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PC 게임은 MMORPG가, 모바일 게임은 방치형, 하이퍼 캐주얼, 키우기류가 정석이 됐다. 신선한 게임을 향한 니즈가 높아진 상태”라며 “게임 생태계에 다양성을 확보해야 시장이 성장하고 새로운 스타일이 나온다. 최근 대기업에서 인디게임 지원이나 투자에 나선 이유”라고 전했다.

 

코로나19도 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홍 부협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오랜 시간 게임사에 있다가 퇴사하고 창업한 개발자나,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창작에 나선 개발자가 늘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게임의 품질이 상당히 높아지고 시장이 활성화했다”라며 “천편일률적인 게임에 질린 이용자가 많이 유입됐다. 인디게임이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서 자본력을 갖춘 게임사에서도 눈독을 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늘어나면서 생태계 활성화가 가속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자회사 스토브를 통해 인디게임 제작 지원, 유통 등에 힘쓰고 있다. ‘스토브 인디’라는 인디게임 전용 플랫폼을 운영하고, 버닝비버와 같은 행사를 통해 창작자 네트워킹과 제작 상담, 게임 홍보 등을 하는 식이다.

 

네오위즈는 퍼블리싱과 지분 투자에 적극적이다. 2021년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 제작사 하이디어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20대 창작자가 모인 개발사 원더포션의 ‘산나비’를 유통해 흥행을 거뒀다. ‘라그나로크’로 알려진 게임사 그라비티는 ‘심연의 작은 존재들’ ‘ALTF42’ 등 글로벌 인디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있다.

 

한편 인디게임 시장의 성장을 위해 등급 분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디게임 개발자 모임 ‘인디라!’의 김성완 대표는 “지금은 스토브인디, 에픽게임즈 등 게임 플랫폼이 자체 등급 분류 시스템을 도입해 조금 나아졌지만, 다양한 작품이 나오기 위해 근본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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