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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나는 솔로 돌싱특집'에 몰입되는 이유 "내 마음 나도 몰라"

인간군상이 얽히고 설킨 연애 리얼리티…'경각심' 가지고 내 마음의 소리 들어야

2023.10.23(Mon) 14:21:09

[비즈한국]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왜 재밌는지 모르는 1인이다. 내 연애도 아닌 남의 연애 사생활을 시시콜콜 대체 왜 챙겨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다. 그런 필자에게 지인들이 지속해서 ENA와 SBS 플러스가 공동 제작한 예능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은 꼭 보라는 말들을 원단폭격처럼 해댔다. “제발 꼭 봐~! 진짜 재밌어. 단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니고,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이 그 안에 다 있어. 그 어떤 막장 드라마 보다 더 리얼 하다고.”

 

주변 지인들의 엄청난 권유에 떠밀려 OTT 다시 보기로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 커플들의 스토리를 몰아서 시청했다. 아무 생각 없이 리모컨을 집어 들었는데, 아니 이거 웬걸. 시시껄렁하게만 보였던 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중간에 끊어 볼 수 없을 만큼, 마성의 흡입력이 있었다.

 

사진=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 화면 캡처

 

실명이 아닌 프로그램 내 정해진 가명으로 출연하는 남녀 출연자들은 총 12명. 여타 미혼 솔로 기수와 다르게 지난 10기 돌싱특집에 이어, 이 프로그램의 화력은 16기 돌싱특집에서 제대로 이슈를 모으며 불타올랐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캐릭터들의 면면이 참으로 놀라웠는데, 열등감 때문에 경쟁의식 드는 옥순이 신경 쓰여 결국 ‘뇌피셜’ 뉴스를 실제 뉴스처럼 옮기는 영자부터 시작해 모든 이들의 러브라인을 본인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해 관계 오거나이저를 자처하며 선 넘는 오만한 영철에 이르기까지.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간군상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중 최고의 화룡점정은 본인 러브라인도 아니면서 “옥순의 마음이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며 ‘경각심’을 가지라”고 경고하며 옥순을 향한 광수의 마음을 뒤흔드는 영숙이다. 사람들의 ‘카더라’ 발언에 신기하게 세뇌되어 옥순이 자신이 아닌 영수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착각해 엄한 여자들에게 데이트 시간을 쓰는 광수 또한 보는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그 외에도 상상하는 그 이상의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이상한 솔로나라’의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은 프로그램의 엔딩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속내와 관점을 두고 끊임없이 폭주하듯 말을 전하고 또 전한다.

 

놀라운 건 그렇게나 다른 상대를 향한 또 다른 상대의 마음을 본인들은 훤히 보이고 안다고 말하는 이들이 본인의 진짜 속마음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시종일관 “제 마음은 끝까지 OO님” 이라고 말하는 출연진들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제작진들이 시시각각 개별로 불러내 캐듯 물어보는 인터뷰에서 대부분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영철이 제일 마음에 들어왔다고 강력하게 자신의 마음을 어필했던 정숙까지도 방송 말미에서는 “이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사진=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 화면 캡처

 

참으로 신기했다. 남의 마음을 아는 데는 엄청난 신통력이 있어, 심지어 있지도 않은 러브라인 뉴스까지 만들어 내는 이들이 “내 마음은 모른다”고 하니 말이다. 마치 홀린 듯이 가짜 뉴스를 진짜인 양, 양산해 내고 몰아가며, 그중 누군가는 그 말에 휘둘리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과연 ‘나는 솔로’ 출연진들만의 얼굴일까 싶었다.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수많은 대중들이 열광했던 것은 이런 출연진들의 낯 뜨거운 민낯이 먼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어서일 것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일찍이 ‘인생은 비교와 잡담 속에서 망한다’라고 인간 속성을 통찰했다. 그리고 하이데거와 같은 독일에서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헤르만 셰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그의 저서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에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할 시간에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그가 책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꼭 실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 속 실천 강령 중에 가장 눈에 돌아오는 구절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예’라고 답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한 가지에만 ‘예’라고 답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지 못하면, 셰러는 이런 강령을 꼭 지켜내야만 스스로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싶을 정도다.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 출연 캐릭터들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함부로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거울 치료처럼 반면교사 해 배운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철학자 하이데거, 경영 컨설턴트 헤르만 셰러가 말한 것처럼 “남이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수없이 흘러넘치는 남의 이야기에 나의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 보면서 말이다. 남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에 집중하는, 그러니까 남의 삶보다는 내 삶에 에너지를 쏟는 것에 몰입해 보면 어떨까. 16기 영숙의 유행어인 ‘경각심’을 가지고 좀 더 담백하고 집중해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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