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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폐의약품 수거, 10년 가까이 정착 안 되는 까닭

2017년 관련 법 개정으로 유해폐기물 지정…약국, 주민센터, 우체통 등 수거방식 제각각

2024.04.29(Mon) 17:48:28

[비즈한국] 2017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폐의약품에 대한 관리는 엄격하게 이뤄진다. 먹고 남은 약을 그냥 버리면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데다 계속해서 방법이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는 폐의약품 배출 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우정사업본부와 협약을 맺고 우체통을 활용한 사업을 시행한 지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자체조차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폐의약품 수거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서울의 한 구청 청사 안에 위치한 폐의약품 수거함. 사진=김초영 기자

 

#10년 넘게 공익 차원에서 참여했지만…손 떼는 약국들

 

폐의약품은 방치될 경우 환경오염 및 생태계 교란, 약물 오남용 사고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2017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폐의약품이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지정되고, 지자체장은 이에 관한 처리계획 및 평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수거 방법이 달라 환자들은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전부터 약국가를 중심으로 수거가 이뤄졌지만 수거함이 없어진 곳도 있고, 지자체에서 별도의 수거함도 운영하다 보니 결국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실정이다.

 

폐의약품 회수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곳은 약국가다. 약국가는 환자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10여 년 전부터 폐의약품 회수 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이 회수를 하기 수월한 면이 있어 약사회에서 처음 회수를 시작했다. 제약사나 의약품 유통업체 등과 협력하거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약사회가 갖고 있는 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참여하는 곳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국가의 참여율은 이전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이들이 마음을 돌린 데는 지자체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약국가는 지역사회 환자의 편의 차원에서 나섰던 것인데, 지자체에서 수거를 더디게 하거나 환자들이 폐의약품 배출에 겪는 어려움을 약국 책임으로 전가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약사 A 씨는 “사업 초기에는 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하러 왔었는데, 수거업체가 바뀌면서 수거 주기도 바뀌고,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내를 안 하는 경우도 있어 약국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우체통에 붙어 있는 ‘폐의약품 우체통 회수’ 안내문. 우정사업본부는 “원칙적으로 우체통에 다 붙이도록 배포했다”며 안내문 부착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초영 기자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폐의약품 수거함을 운영하는 약국은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약국마다 다르다. 최근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주체가 늘어나고 분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주도해왔다.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하도록 제약사 등과 각각의 기능을 살려 건강한 동행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우정사업본부나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나선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는데…홍보 부족에 운영 ‘미흡’

 

약국가와 별개로 지자체에서는 꾸준히 폐의약품 수거함을 늘려왔다. 구청과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 수거함이 배치돼 있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우체통을 통해 수거한다. 우정사업본부의 폐의약품 회수사업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 서울, 나주에 이어 14개의 지자체가 올해 협약을 맺어 총 41개 지자체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26일 스마트 서울맵과 우정사업본부 우체통 찾기 기능을 이용해 폐의약품 수거함과 우체통을 직접 찾았다. 수거함 자체를 늘린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홍보나 체계는 미흡했다. 안내문에는 보건소에서 배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보건분소에서 취급하는 등 모든 보건소가 수거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스마트 서울맵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수거함 위치에 엉뚱한 회사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이 수거함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한 복지센터 직원은 “처음 들어본다”며 한참을 확인한 후 “1층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고 알려줬다. 주민센터에서는 전용 봉투를 달라고 하자 “따로 봉투를 주지 않는다. 1층에 수거함이 있으니 거기에 버리면 된다”고 답변했다. 

 

우체통을 활용한 회수는 집배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한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관계자는 “집배원이 배송 업무를 하면서 같이 담당한다. 지정된 수거 봉투에 담아서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먹던 약 봉투 낱개를 그냥 넣는 식이다. 아이들 해열제도 물약류라 배출이 안되지만 종종 담겨 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배출돼 있으면 그냥 둘 수도 없고 어찌 됐든 수거를 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구청과 주민센터 등에서 배포하는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 사진=김초영 기자

 

일부 우체통은 배출방법 안내문이 안 붙어 있다. 앞서의 전국우정노동조합 관계자는 “봉투 등이 우체통 주변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봉투가 없다 보니 그냥 넣게 되는 것 같다. 이용하는 사람들은 우체국에서 홍보를 더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지자체에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배출 방법이 적힌 안내문이 우체통 옆면에 부착돼 있다. 미흡한 부분은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폐의약품을 가장 많이 다루는 건 중증질환자들이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중증질환자, 만성질환자는 폐의약품이 많이 발생한다. 평소 먹는 약이 10개라고 하면 상황이 좋아지거나 하면 일부 약들은 아예 복용을 멈추게 된다”며 “약을 받아갈 때 관련 봉투를 여러 개 나눠주는 게 낫지 않을까. 봉투를 받으러 주민센터까지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 공병 수거하듯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방법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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