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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여파로 신한에 역전' 양종희 KB금융 회장 앞에 놓인 과제

1분기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31% 하락, '리딩금융' 타이틀 재탈환 주목

2024.04.29(Mon) 17:11:14

[비즈한국] 금융지주사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순이익 1위였던 KB금융그룹은 뒤를 바짝 쫓던 신한금융지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KB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금이 8000억 원대 부채로 돌아오면서다. 비은행장 출신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반년 만에 1위 재탈환이라는 과제를 맞은 가운데,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은 홍콩 H지수 기반의 ELS 손실 배상금으로 8000억 원대 충당부채를 인식하면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0.5% 감소했다. 사진=KB금융 제공


25일 KB금융그룹은 1분기 당기순이익 1조 49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1분기(1조 5087억 원) 대비 30.5% 감소한 수치다. KB금융은 2023년 당기순이익 4조 6319억 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 1위였으나, 이번 1분기 지각 변동이 일면서 신한금융이 1위 자리를 꿰찼다.

 

KB금융의 순이익이 급감한 건 홍콩 H지수 기반의 ELS의 손실 배상금 탓이다. KB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8조 1972억 원으로, 주요 판매사 중 가장 많다.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4조 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국민은행이 홍콩 H지수 연계 ELS 관련 비용으로 1조 원대 충당부채를 쌓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보상비용을 8620억 원으로 마련하면서 1분기 영업외손실이 커졌다.

 

1위를 가져간 신한금융은 1분기 순이익 1조 3215억 원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도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를 적립했으나, 2740억 원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아 영업외손실이 2777억 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조 3701억 원으로, 판매사 중에선 2위지만 국민은행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 결과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9286억 원을,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58.2% 감소한 3895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KB금융그룹은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은 1조 5929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의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2019~2020년 발생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무풍지대’로 꼽힌 곳이다. 키코(KIKO),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와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등 부실한 상품은 당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이 때문에 여러 은행이 배상과 징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사태를 비껴간 국민은행은 ‘안전한’ 은행으로 불리며 되레 사모펀드 판매 잔액이 늘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를 피한 국민은행이 대신 ELS를 많이 판매했던 게 역풍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짚었다.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 KB금융은 신한금융과 금융지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왔다. 사진=KB금융 제공

 

예견된 실적 감소지만 ‘리딩금융’ 타이틀을 뺏기면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반년 만에 리딩금융 재탈환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23년 11월 취임한 양 회장은 그룹 내 전략·재무통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에서 20여 년 근무 후 2008년 지주사로 옮겨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2016년부턴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아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양 회장이 대표를 맡은 2016년, KB손보는 순이익만 3000억 원대를 기록해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중 선두에 섰다.

 

양 회장이 KB금융의 수장을 맡는 동안 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안전한 은행’ 이미지를 되찾을지도 주목된다.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사태 때만 해도 ‘수익성보다 고객 보호를 우선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 회장은 회장 후보자 선정 당시 “내부통제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 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지주 내부통제 위원회를 열고 디지털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이 신한금융과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만큼, 리딩금융 자리를 굳히기 위해선 비은행 부문의 입지를 굳히는 것도 필수다.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갖춘 곳으로 꼽힌다. 이번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한 배경에도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세가 있다.

 

KB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980억 원으로 전년 동기(1406억 원) 대비 40.8% 증가했다. KB손보도 일반·장기보험의 손해율을 개선하면서 전년 동기(2538억 원) 대비 15.1% 늘어난 292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KB국민카드(1391억 원)는 순이익 1000억 원을 넘기는 데 성공했지만, 신한카드(1851억 원)보단 열세다. 생명보험 분야에서도 신한라이프(1542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KB라이프생명(1034억 원)을 앞선다.

 

한편 KB금융은 실적 발표와 함께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실적 발표 다음 날(26일)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10%(6만 9300원→7만 6000원)가량 치솟았다. 이 배경에도 양종희 회장의 의지가 있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 “주주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을 하겠다”라며 “사회-고객-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가 KB의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고, 곧 주주가치 성장으로 연결된다. 기업가치 제고로 주주 은행에 부응하겠다”라고 주주 환원을 예고했다.

 

새 주주 환원책에 따라 KB금융은 올해부터 ‘배당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을 시행한다. 배당 총액을 기준으로 매 분기 동일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KB금융은 연간 배당금의 총액인 1조 2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이익 규모에 따라 조정한다. KB금융은 “매년 이익에 따라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면 주당 배당금은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주·기업가치 제고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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