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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태양 질량의 300억 배 넘는 새로운 블랙홀 발견

기존 방식과 달리 개별 은하의 중력렌즈 효과만으로 블랙홀 질량 계산

2023.04.17(Mon) 09:44:14

[비즈한국] 최근 천문학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역대급 블랙홀을 발견했다. 전체 질량만 무려 태양의 320억 배 수준이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의 400만 배 정도니 만 배 정도 더 무거운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블랙홀은 너무 무거워서 슈퍼매시브 블랙홀(SMBH, Super massive blackhole)의 윗단계인 울트라 매시브 블랙홀(UMBH, Ultra massive blackhole)이라고 부른다. 다만 이 블랙홀이 역대 가장 무거운 블랙홀은 아니다. 우주 끝자락 퀘이사 TON 618 중심에서 발견된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60억 배에 달한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가끔씩 태양 질량의 200억~400억 배 규모의 울트라 블랙홀이 발견되고는 한다. 

 

이번 발견이 놀라운 것은 엄청난 질량 때문만이 아니다. 기존 연구에선 거의 쓰지 못한,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블랙홀의 존재와 엄청난 질량을 확인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앞으로 새로운 망원경들과 함께 시작될, 더 발전된 블랙홀 사냥 시대의 첫 단추가 된다.

 

천문학자들이 직접 가볼 수도 없는 블랙홀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은하 중심에 숨어 있는 블랙홀의 질량은 어떻게 잴 수 있을까? 보통은 블랙홀에 붙잡혀 빠르게 그 주변을 맴도는 별과 가스 구름들의 움직임을 통해 추정한다.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도 주변을 빠르게 맴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확인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좁은 허공을 중심으로 별들이 빠르게 맴도는 모습을 통해 그 안에 아주 무겁고 작은 초고밀도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생긴 주변의 밝은 강착 원반도 블랙홀의 질량을 재는 데 도움이 된다. 뜨겁게 달궈진 강착 원반 속 원자들은 특정한 파장에서 빛을 낸다. 그런데 원반 자체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구에서 보게 되는 원자들의 빛의 파장이 변한다.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이동하는 빛은 파장이 길어진다. 우리 시선 쪽으로 다가오는 부분의 빛은 파장이 짧아진다. 만약 블랙홀 주변 원반이 돌지 않는다면 우리는 각 원자가 내는 고유한 파장에서만 강한 빛을 봐야 한다. 그런데 원반이 회전하면서 우리는 그보다 앞뒤로 조금씩 파장이 길거나 짧아진 빛을 함께 보게 된다. 

 

그래서 블랙홀 주변에서 방출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그려보면 원자의 방출선은 특정한 파장을 중심으로 뾰족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 파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조금 펑퍼짐하게 퍼진 형태를 띠게 된다. 이를 스펙트럼의 선폭 증가(Line broadening)라고 부른다.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더 무겁고 중력이 강할수록 스펙트럼의 선폭은 더 넓어진다. 따라서 이 선폭만 재면 블랙홀의 질량을 알 수 있다. 

 

회전하는 천체를 관측하면 시선 방향으로 더 멀어지는 부분과 가까이 다가오는 부분을 모두 보게 된다. 적색편이와 청색편이가 함께 관측되면서 파장이 더 길어지거나 짧아진 빛을 함께 보는 것이다. 사진=NASA, ESA, A. Field, and J. Kalirai(STScI)

 

마찬가지로 더 큰 규모에서 블랙홀에 붙잡혀 주변을 돌고 있는 은하 전체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블랙홀의 질량을 파악할 수 있다. 한 은하 속에서 별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까지 맴돌고 있는지 별들의 속도 분포의 분산을 시그마(σ)로 표기한다. 당연히 은하 속 별들의 속도 분산, σ가 클수록 은하 중심 블랙홀도 무거워진다. 거의 비례하는 관계다. 그래서 이 간단한 관계를 M-σ 관계라고 부른다. (과학에서 보통 질량은 M으로 표기한다.) 

 

은하 속 별들의 속도 분산과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을 비교한 그래프. 전형적인 M-σ를 보여준다.

 

이것은 현재까지 천문학자들이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을 잴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은하의 형태나 종류에 따라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 그리고 중심 블랙홀 질량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원반 형태의 나선은하와 둥근 타원은하는 이 관계의 기울기와 높이가 조금 달라진다. 게다가 최근 내가 연구 발표한 논문에서도 밝혔듯이, 같은 나선은하 속에서도 은하 중심에 막대 구조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이 관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M-σ 관계를 이용한 방식은 아주 간편하게 은하 속 별들의 속도만 재면 블랙홀 질량을 잴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항상 큰 오차가 생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쟀다. 육중한 천체의 중력에 의해 주변 시공간이 일그러지며 배경 우주의 빛이 함께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 시공간의 신기루, 중력 렌즈를 활용했다. 

 

천문학자들은 27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아주 밝고 거대한 타원은하 Abell 1201의 사진을 분석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자외선과 가시광 이미지를 찍었다. 이곳은 이 은하가 속한 은하단에서 가장 크고 밝은 중심 은하다. 그런데 은하의 중심부 바로 옆에서 둥글고 길게 흐르는 이상한 형체를 발견했다. 더 멀리 약 80억 광년 거리에 숨어 있는 다른 배경 은하의 모습이 중력 렌즈를 통해 일그러져 보이는 모습이었다. 

 

Abell 1201 은하 중심부를 관측한 이미지. 은하 중심부 오른쪽 위에서 둥글고 길게 이어진 중력 렌즈 허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 천체의 모습이 일그러져 보이는 정도는 앞에서 렌즈 역할을 하고 있는 천체가 얼마나 주변 시공간을 많이 왜곡하는지로 결정된다. 특히 중력 렌즈를 활용하면 질량이 얼마나 무거운지뿐만 아니라, 질량이 우주 공간에 어떻게 분포하는지 정확한 분포 지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즉 은하 중심부터 외곽으로 갈수록 은하 속 질량의 분포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은하 헤일로를 펑퍼짐하게 채우고 있는 암흑 물질의 분포만으로는 이번에 관측된 중력 렌즈를 모두 재현할 수 없다. 사진=ESO/L. Calçada

 

천문학자들은 배경 천체를 일그러뜨리는 중력 렌즈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질량 분포 모델을 적용했다. 허블의 이미지를 통해 은하 속 밝게 빛나는 별 질량의 분포, 그리고 별 질량의 분포를 결정하는 암흑 물질 헤일로 질량의 분포까지는 어렵지 않게 잴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순히 별과 암흑 물질의 질량만으로는 배경 천체의 크게 일그러진 중력 렌즈 이미지를 모두 재현할 수 없었다. 은하 정중앙에 거의 한 점에 가깝게 아주 작고 엄청나게 무거운 질량을 추가해야만 실제 관측된 중력 렌즈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은하 Abell 1201 속 별과 암흑 물질의 질량 분포를 추정하기 위해 세 가지 모델을 사용했다. 사용한 모델에 따라 추정되는 은하 정중앙 울트라 블랙홀의 질량 추정치는 조금씩 다르다. 태양 질량의 최소 220억에서 최대 390억 배까지. 세 가지 값을 평균 내면 대략 중심의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320억 배에 달한다. 

 

천문학자들은 더 정밀하게 검증하기 위해, 은하 중심에 블랙홀이 없는 경우도 가정하고 비슷한 분석을 시도했다. 은하 중심 한 점에 뭉쳐 있는 블랙홀이 없을 경우, 은하 속 별과 암흑 물질 질량 분포는 은하 정중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해야만 중력 렌즈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허블의 사진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중심으로부터 한참 벗어난 지점에 별 질량이 가장 많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은하 중심에 울트라 블랙홀이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랙홀의 질량은 무한정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이번에 발견된 태양 질량의 300억 배 수준이나 앞서 발견된 TON 618 은하 중심 블랙홀의 태양 질량 600억 배 이상의 질량은 블랙홀 질량의 상한에 근접한 정도라고 추정된다. 사진=EHT Collaboration


이전까지는 블랙홀 주변을 맴도는 가스 원반과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블랙홀 질량을 재는 방법을 대부분 사용했다. 상당히 오차가 크고 간접적인 방법이다. 이번에 시도한 중력 렌즈를 활용하는 방법은 은하 중심의 블랙홀 자체가 일으키는 중력 렌즈 효과를 사용한다. 더 직접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은하 여러 개가 모인 은하단 규모가 아니라 훨씬 작은 개별 은하 하나에서도 이제 충분히 중력 렌즈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쌍은하 VV191. 왼쪽 타원은하 중심부에서 배경 은하의 중력 렌즈 이미지가 관측된다. 사진=NASA, ESA, CSA, Rogier Windhorst(ASU), William Keel(University of Alabama), Stuart Wyithe(University of Melbourne), JWST PEARLS Team IMAGE PROCESSING: Alyssa Pagan(STScI)


이 때문에 이번에 시도된 새로운 방법은 앞으로 제임스 웹 시대에서 더 활용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어느 방향의 하늘이건 사실상 거의 모든 사진에 중력 렌즈의 허상을 담는다. 게다가 은하단 전체에 의한 중력 렌즈뿐 아니라 각 은하 하나하나에 의한 미미한 중력 렌즈까지 모두 담아낸다. 예를 들어 제임스 웹이 찍었던 쌍은하 VV191의 사진을 보자. 왼쪽 둥근 타원은하의 중심을 잘 보면 10시 방향에 둥글고 긴 배경 은하의 허상이 보인다. 또 4시 방향도 자세히 보면 똑같은 배경 은하의 허상이 작은 점으로도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허블로도 볼 수 없었던 각 개별 은하가 주변 시공간을 왜곡하면서 만들어지는 흔적까지 볼 수 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블랙홀 주변을 맴도는 별과 가스 구름의 움직임이 아니라, 아예 블랙홀 자체가 일그러뜨린 시공간의 모습을 통해 블랙홀의 질량을 잴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랙홀을 저울에 직접 올리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이번 발견, 그리고 수많은 중력 렌즈 허상의 흔적을 쓸어담고 있는 제임스 웹, 두 발견이 만나 앞으로 펼쳐질 블랙홀 사냥의 새로운 시대를 기대한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21/3/3298/7085506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6/38356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764/2/18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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