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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번식장 개 300마리 구조…뜬장 사육 막을 '한국형 루시법' 언제쯤

강화군, 실태 알고도 구조 이후 '뒷북' 영업정지 "인력 부족"…공장식 번식·판매 막을 법적 장치 필요

2025.08.19(Tue) 14:10:03

[비즈한국] 얼마 전 동물권 단체가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허가 번식장에서 개 300여 마리를 구조했다. 번식장은 분변을 치우지 않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불법 사육 시설인 ‘뜬장’​에 개를 사육했다. 구조된 개 중 100여 마리가 ‘개 브루셀라병’에 감염되어 정부가 방역까지 했다. 허가 번식장마저 이토록 열악한 환경인 것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동물권 단체는 경매장을 철폐하는 등 동물 생산·판매 제도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지옥 같은 환경에 감염병까지 창궐


루시의 친구들이 개 300여 마리를 구조한 인천 강화군의 번식장. 분변이 쌓여 있고 뜬장에 개가 방치되어 있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제공


7월 24일 인천시 강화군의 A 번식장. 분변이 치워지지 않은 번식장은 암모니아 악취로 가득 찼고 정체불명의 축산 폐기물 사료는 상해 있었다. 발이 빠지는 뜬장 속 개들은 오물에 뒤덮인 채 방치됐다. 나일론 줄이 뒷다리에 묶여 괴사 직전 상태인 개도 있었다. 허가 번식장임에도 동물보호법에 따른 업장 준수 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동물권 단체 연합인 ‘루시의 친구들’은 이날 번식견과 미용 실습견을 포함해 개 300여 마리를 구조했다. 구조된 개들은 각 단체가 보호하고 있다. 루시의 친구들은 동물권 행동 카라, KK9레스큐,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등 동물권 단체​ 10여 곳이 모인 연합단체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번식장 개들 상당수는 인수공통감염병인 개 브루셀라병에 걸렸다. 구조된 300여 마리 가운데 ​8월 18일 현재까지 106마리가 감염됐다. 브루셀라병은 개에서는 유산·생식기 염증 등 번식 장애를 주로 일으키고, 사람이 감염되면 오한,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인다. 개가 감염되는 사례는 대부분 번식견에서 발생한다. 개들이 밀집 사육되고 번식 활동이 많은 번식장 환경에서 감염되는 것이다.

8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생 장소 세척·소독, 양성 동물 개체별 격리, 역학조사 등 ​A 번식장을 ​긴급 방역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동물생산·판매업장을 대상으로 8~9월에 합동 점검을 실시해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며 “추가로 동물생산·판매업자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뜬장은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 개들의 발이 빠지고 배설물이 그대로 떨어지는 비위생적이고 학대적인 사육 방식이며 현행법상 불법이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제공


#허가 번식장 관리·감독에 구멍

번식장은 동물보호법상 지자체가 연 1회 이상 전수 점검해야 하고, 추가로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수시 점검도 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전국 2200여 개에 달하는 허가 번식장의 규정 미준수 실태가 반복되자 현재의 관리·감독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군은 이전부터 A 번식장의 실태를 알았다. 작년 초 점검 때 △비위생적 환경 △분뇨 미처리 △시설 기준 미준수 등을 적발해 과태료 수백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영업자 준수 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계도 조치는 하지 않았다. 지적 사항은 최근 동물권 단체가 구조할 때까지 1년 넘게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구조 이후 강화군은 A 번식장에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루시의 친구들은 7월 31일 번식업자를 포함해 강화군수와 강화군청 담당 공무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점검 의무와 의무 위반 번식장의 등록 취소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강화군 관계자는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번식업자들은) 벌금 내고 말지 하는 태도가 있다”며 “등록 취소는 학대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돼야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동물 관련 업장 점검에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는 생산·판매·수입·미용·운송업 등 동물 영업 업무 전체를 공무원 ​1명이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동물 영업 담당 공무원은 “생산·판매업을 넘어서 미용업이나 위탁 관리업까지 모든 업장을 점검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동물권단체 활동가들이 번식장에서 개들을 하나씩 구조해 나오고 있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제공

 

#경매장·번식장·​펫숍으로 이어지는 고리 끊어야

 

동물권 단체들은 경매장·번식장·펫숍이라는 다단계 판매 구조를 개혁해야 번식장의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현유 KK9레스큐 대표는 “경매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 유행 타는 특정 품종의 아기 동물을 대량 생산하도록 부추긴다”며 “이 영향으로 번식장의 열악한 공장식 사육 환경이 유도된다”고 말했다.

 

루시의 친구들은 동물생산·판매 제도 개혁을 위해 ‘한국형 루시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모태가 된 영국 루시법은 전문 브리더가 번식한 2개월령 이상의 동물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 판매하도록 규정해 제3자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번식 행위와 펫숍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한국형 루시법에는 △펫숍(경매장)의 동물 매매 금지와 대규모 번식장 철폐 △반려동물 인터넷 거래 및 매매 금지 △엄격하게 제한된 출산과 펫숍 전시를 위한 어미와 새끼의 분리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김 대표는 “엄격한 복지 기준을 갖춘 건강한 환경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입양되도록 제도가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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