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올렸던 기업이 분기 매출 3억 원 올리기도 빠듯해진 기업이 있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로 팬데믹 덕을 본 대표적인 기업 엑세스바이오 얘기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매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실적 반등도 어려워, 코스닥 상장 유지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엑세스바이오의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분기 매출 3억 원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엑세스바이오의 주권매매 거래 정지는 최대 내달 5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4일을 사유 발생일로 보고 영업일 기준 15일인 9월5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한국거래소는 그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요건이 코스피 또는 코스닥에서 계속 상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엑세스바이오에 앞서 분기 매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곳은 셀리버리, 파멥신 등이 있는데 셀리버리는 지난 3월, 파멥신은 지난 5월 각각 상장폐지됐다.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거래소에 향후 회사 운영 전략 및 실적 반등 목표를 설명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주주들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올 2분기 별도기준 매출 13만 3192달러(1억 8700만 원)를 올리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코로나19 신속진단검사 키트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엑세스바이오 전체 매출에서 코로나19 신속진단검사 키트 비중은 70%가 넘는다. 팬데믹 기간에는 90%가 넘었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 신속진단검사 키트 매출 급감을 받쳐줄 다른 매출원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엑세스바이오의 주력 매출원은 말라리아 신속진단검사 키트였다. 한때 3300만 달러(459억 원) 이상 판매했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 매출 1300만 달러(181억 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감축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04명이었는데 올 2분기 말 79명으로 24% 줄었다.
엑세스바이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타격을 받은 국내 다른 진단기업들은 오히려 직원 수를 늘리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같은 기간 613명에서 649명, 바디텍메드는 532명에서 578명, 수젠텍은 152명에서 154명, 젠큐릭스는 68명에서 69명, 진매트릭스는 67명에서 69명, 휴마시스는 65명에서 69명으로 각각 직원 수가 늘었다. 지난해 엑세스바이오에 앞서 분기·반기 매출 미달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던 피씨엘조차 직원 수는 30명에서 31명으로 1명 증가했다.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어려워져,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남은 임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미국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에이전트와 협력해 영업·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다시 늘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은 의료비 부담이 큰 만큼 집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두 질환의 감염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늦어도 오는 9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콤보 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엑세스바이오는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402억 원을 보유한 데다 이익잉여금 4283억 원도 있어 신규 투자 및 기업 M&A(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 전문회사 비라이트 인베스트먼트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2022년 연결기준 매출 8억 23만 달러(1조 1123억 원), 영업이익 3억 6317만 달러(5048억 원)를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진단키트 수요 급감으로 인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245만 달러(1147억 원), 영업손실 310만 달러(43억 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1591만 달러, 영업손실 1925만 달러로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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