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IG넥스원이 업체 자체 연구로 개발 중인 신개념 무인수상정을 공개했다.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세계 최초로 자폭 공격 보트에 군집 공격과 자체 공격 능력을 조합하여, 해군 함정의 자체 방어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어 실용화되면 북한 신형 전투함 ‘최현호’ 등에 대응할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해상 안보 및 해상 전투함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가미카제 보트’로 불리는 자폭형 무인수상정(USV)이다. 작은 보트가 큰 배를 공격하는 자폭 공격은 이미 2000년 10월 미국 이지스함 ‘콜’(DDG-67)을 향한 알카에다의 자폭 보트 테러 사례가 있었으나, 이때 공격은 사람이 탄 보트였고 그나마 움직이는 배가 아닌 정박한 배를 공격한 사례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자폭형 무인수상정의 공격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진화하였다. 하늘을 나는 드론(UAV)의 무인화 기술이 배에도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폭형 무인수상정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 해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핵심 군항인 세바스토폴 공격을 시작으로 크림대교와 같은 구조물과 유조선 등을 공격해서 격침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군의 자폭 무인수상정은 초계함 1척, 경비함 1척을 격침하고 여러 척의 배가 전투 불능에 빠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폭형 무인수상정의 개발에 나서고 있고, 2021년도부터 LIG넥스원 및 한화시스템이 독자적으로 자폭형 무인수상정의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자폭형 무인수상정이 주목받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자폭형 무인수상정 대응 기술 면에서 북한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5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미사일 구축함 ‘최현’ 호의 경우 상당한 양의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대공미사일을 탑재하는 한편, 함선 좌우 측에 4연장 미사일 발사기 4기, 합계 16기의 신형 미사일을 탑재했다.
여기에 실린 미사일은 일명 ‘북한판 스파이크 NLOS’라고 불리는데, 스파이크 NLOS는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다목적 미사일로, 우리 해병대가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공격하기 위해 백령도 및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고 있다. 북한판 스파이크 역시 고속 기동하는 소형 함정을 공격하는 데 아주 적합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최현함은 아직 우리 해군이 운영하지도 않는 자폭형 무인수상정 대응 수단을 갖춘 셈이다.
마침 기존의 자폭 무인수상정의 기능을 뛰어넘은 신개념 자폭형 무인수상정을 개발 중인 사실이 공개되었다. 지난 5월 8일 개최된 ‘해양우주력-유무인체계 융합발전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LIG넥스원의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이 그것이다. LIG넥스원은 이미 유인 선박을 무인수상정으로 바꾸는 ‘자율 무인 개조 키트(Kit)’를 개발하여, 일반 보트에 무인 키트와 폭약을 설치하는 자폭 무인수상정 설계안을 내놓았는데, 1.5톤의 크기에 최고 속력 42노트를 발휘하는 기능을 갖췄다. 한화시스템 역시 유사한 수준의 자폭 무인수상정을 연구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더욱더 발전된 기능을 여러 가지 갖추었다. 우선 크기와 형태가 자폭 공격에 적합하게 바뀌었는데, 길이 6.5m, 중량 2.4톤으로 확장된 선체는 320마력의 엔진을 갖춰 40노트 이상의 속도로 926km 이상을 항해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인천항에서 북한 최현함이 건조된 남포항을 자력으로 공격할 수 있고, 바다 위를 고속 항해 중인 적 전투함도 충분히 추적해서 쫓아갈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추었다.
여기에 자율운항을 위한 전방 카메라와 적 탐색을 위한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를 갖추었고, GPS 방해 환경에서도 적을 쫓아갈 수 있도록 저궤도 위성 안테나를 사용한 원격 조종이 가능하게 만들어질 예정이다.
LIG넥스원의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여기에 자체 연구 중인 군집 기동 기술을 적용, 한 번에 여러 대의 무인수상정이 진형을 갖추어 작전 기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LIG넥스원이 자랑하는 ‘비궁’ 유도 로켓 2개가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의 작전 능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개발되거나 연구 중인 자폭 무인수상정은 모두 자체 무장이 없는, 그야말로 ‘폭탄 보트’에 불과했다. 반면, LIG넥스원의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자폭 전에 공격이 가능한 유도 로켓을 2발 탑재하는 것으로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데, 가령 자폭 전에 자폭 무인수상정을 공격하는 항만의 방어시설을 공격하거나, 북한 구축함 최현호에 장착된 미사일 발사대나 레이더처럼 자폭 무인수상정을 막기 위한 방어 장비를 타격하면서 돌진할 수 있어, 자폭 공격의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비궁 유도 로켓을 조준 및 공격하며 적 함선에 돌진하는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원격 폭파 명령을 내리거나 함수에 장비한 폭발 신관이 적 함정에 닿으면 폭발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250kg의 고성능 폭약은 LIG넥스원이 생산 중인 해성 대함미사일의 위력과 동등하다.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이 실용화하여 군에 배치되면 우리 킬체인을 위협하는 북한의 신형 구축함에 대해 아군 피해 없이 공격할 수 있음은 물론, 장거리 기동을 사용해서 북한 해군의 군항 및 주변국 군사 항만 시설을 봉쇄할 수 있어 큰 억지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 측면에서도 값비싼 공격 무인기나 탄도미사일보다 저렴하여 대량 생산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다만 현재 한국 해군은 정찰용 무인수상정, 전투용 무인수상정, 기뢰 제거용 무인수상정 등 여러 무인수상정에 대한 소요 제기를 하고 있으나 정작 저렴한 가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폭형 무인수상정에 대한 소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업체의 자체 연구로 적의 방어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이 나온 만큼, 해군이 자폭형 무인수상정에 대한 소요를 반영하면 우리 군의 전력 강화뿐만 아니라 경쟁국의 자폭형 무인수상정 대비 경쟁 우위를 갖추었기 때문에 수출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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