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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자동차왕국 독일에서 '자전거천국'을 보다

초등 4학년 때 자전거면허증 취득…면허 없인 전용도로 못 타고, 보호자 동반해야

2018.07.12(Thu) 10:55:24

[비즈한국] “엄마, 나도 자전거면허증 갖고 싶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자전거면허증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 사진을 넣어서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준 가짜 운전면허증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아니라고 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4학년 누나가 자전거 운전면허증을 땄다며 자랑했다고 했다. 4학년 수업과정에 자전거 타기 교육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면허증 얘기는 생소했다.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라이다 보니, 학교에서 안전 교육까지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럼, 면허증 없이는 자전거를 못 탄다는 얘긴가? 우리 아이는 면허증 없이도 주말마다 자전거 타고 노는데?

 

독일은 자전거 보유 대수가 자동차의 2배에 이른다. 사진=박진영 제공


알아보니 사연은 이랬다.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자전거 타기가 필수 교과과정인데, 4학년이 되면 교통 교육의 일환으로 자전거 관련 도로 교통 규정을 배운다고 한다. 이론 수업이 끝나면 실습이 진행된다.

 

헬멧과 안전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경찰의 입회하에 실습장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단순히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도로 교통 신호와 표지판을 읽고 주행하는 법, 손으로 우회전 좌회전 등을 표시하는 수신호 방법, 특정 상황에서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 등 일반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때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자전거 거치대.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진=박진영 제공


모든 과정이 끝난 후 시험을 보는데, 합격한 어린이에게 자전거 운전면허증이 발급된다. 면허증을 받은 아이는 그때부터 보호자를 동행하지 않고 혼자 자전거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 학교도 갈 수 있고 친구네 집도 갈 수 있고 마트에도 혼자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자전거 면허증이 없는 아이는 자전거 도로를 주행할 수도 없고 보도 위에서만 타야 하며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어기면 보호자가 벌금을 물게 된다는데,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몇 번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게 한 적이 있으니, 경찰에게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던 셈이다. 

 

독일은 공유자전거도 활성화돼 있다. 동네 곳곳마다 렌트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컬처 쇼크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전거 면허증 얘기를 들은 나는 독일의 교육방식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자전거를 타는 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출퇴근족의 10% 이상이 자전거를 탈 정도로 자전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전용신호등이 달린 곳도 있지만, 보통은 자동차들과 나란히 도로 위를 주행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이 필수인 것이다. 

 

독일에서는 바이크 투어가 일반화돼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실은 아침마다 자전거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혼자 걱정하곤 했다. 어떤 아이는 부모가 자전거를 타고 동행하지만, 혼자 가방을 짊어진 채 자전거로 도로 위를 달리는 아이를 볼 때면 괜히 걱정스러운 맘이 들었다. 

 

기우였다. 이곳에선 주행 시 자전거가 우선일 때가 많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늘 자전거 운전자를 배려하면서 운전해야 하고,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가 보행자가 부딪치더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100% 보행자 책임이다.

 

독일은 대부분의 도로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따로 갖춰져 있으며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 있는 곳도 많다. 같은 신호에서는 자전거에 우선권이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지금은 앞뒤좌우 자전거를 살피며 운전하는 습관이 들었지만, 베를린 생활 초기에는 아찔한 순간을 몇 번 경험했다. 같은 신호에 자전거에 우선권이 있다는 걸 모르고 출발한 나머지 충돌할 뻔한 상황도 겪었고, 사각지대에 있는 자전거 주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부딪칠 뻔도 했다. 

 

무심코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 서 있다가 와일드한 자전거족에게 혼난 적도 있다. 이 정도는 독일에서 처음 생활하는 사람들 누구나 겪는 일이라, 새로 오는 이들에겐 늘 ‘자전거를 조심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자전거족이 늘고 있지만,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레저와 운동을 위한 용도일 때가 많다. 미세먼지 때문에 말도 많고 걱정도 많은데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활성화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독일처럼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겠지만 말이다. 

 

체류 일정상 아이는 이곳에서 4학년을 보내지 않을 예정이라, 자전거면허증 따기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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