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텔레콤이 유심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가입자 모집을 잠정 중단한다. 한정된 유심 재고와 동원 인력, 시간을 기존 고객에게 먼저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SK텔레콤은 정부 행정지도에 따라 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해결될 때까지 임원진이 참여하는 일일 브리핑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첫 설명회가 열린 2일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직접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조치와 재고 확보 방안 등을 설명했다.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신규 가입 중단 방침은 별도로 공시했다. 다만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원하는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서는 “종합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판매점·온라인 채널은 신규 가입 열어둬
정부가 강도 높은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지 하루 만에 SK텔레콤이 신규 가입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5일부터는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가입 업무가 일시 중단된다. 대리점의 영업 손실은 회사가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유통망인 T월드 매장 중 약 350곳의 직영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은 대리점에 해당한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교체용 유심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를 받지 말 것을 권고한 데 따른 결정이다. 과거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으로 통신사들에게 신규 가입과 번호 이동을 포함한 기기 변경을 중단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있었지만 정보 유출 등 기업 과실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신규 가입 중단 조치가 시행되는 건 처음이다.
다만 이번 결정은 판매점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대표는 2일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판매점은 SK텔레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다. 대리점보다 더 작은 사업장인 판매점에 영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해서 판매점에는 (신규 가입 중단 조치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대리점에 대한 보상 대책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유 대표는 “신속하게 영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대리점으로서는 충격이 클 수 있는 부분이다. 본사가 대책을 세워서 (대리점 측에) 상의를 드리고 보상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신규 가입도 그대로 유지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해 원활한 유심 교체가 가능하도록 영업 업무는 후순위로 둔다는 취지에 따라 시행된다”며 “온라인 채널을 통한 신규 가입은 비중이 높지 않아 유심 재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량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신규 가입은 이심(eSIM)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약금·과징금 압박 확대
가입자 이탈 속 통신사 이동 위약금 면제 관련 논의는 답보 상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 4월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이용자는 23만 7000여명으로 전월 대비 87%가량 증가했다. 경쟁사들은 보조금 규모를 늘리는 등 가입자 유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각각 약 9만 6000명, 8만 6000명 규모로 집계됐다.
신규 가입은 사실상 막히고 기존 고객들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위약금은 고객 이탈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징금 액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전 적용된 LG유플러스보다 굉장히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의 언급대로 막대한 과징금에 따른 재정적 타격도 예상된다.
SKT로서는 고객을 붙잡아두는 해지 위약금을 포기하기 어렵지만 국회에서는 면제가 합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통신사 갈아타기를 원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개최된 국회 청문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과기부도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SKT 약관 제44조에는 회사 측의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면제된다는 조항이 있다. 위약금 규정을 어떻게 다룰지는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이날 거듭된 질의에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해석에 따라 복합적으로 따져볼 소지가 있다. 로펌과 사내 조직을 통해 법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보상 대책도 주목된다. 과기정통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발생 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국민께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설명회에서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기존 방향만 다시 거론한 정도다.
증권가에선 통신사 시장에 점유율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일평균 1만 명, 6월 일평균 5000명 가입자 순감이 불가피하다고 가정할 경우 SK텔레콤의 2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160억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 실적은 1116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번호이동 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SKT의 대응 방향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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