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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폐광에 꽃핀 혁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스타트업 생태계

전통 산업도시에서 정보통신 산업으로 탈바꿈 중…주정부 개발공사 만들어 해외 투자 적극 유치

2021.08.02(Mon) 17:16:11

[비즈한국] 앞서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베를린 지역과 뮌헨을 비롯한 바이에른 지역을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부터는 단일 도시 기준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세 번째 규모인 쾰른을 중심으로 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NRW)주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최대도시 쾰른. 쾰른대성당과 라인강 위로 놓인 호엔촐레른 다리. 약 1700개의 스타트업이 NRW주에 자리 잡았으며 정보통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NRW주는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곳으로 네덜란드, 벨기에와 접경 지역이다. 지리적 요건 덕분에 서유럽으로 진출이 용이해 전통적으로 산업이 발달했다. 주도는 뒤셀도르프, 최대 도시는 쾰른이다. 독일 분단 시절 서독 정부가 있었던 본도 NRW주에서 의미가 큰 도시다. 그 밖에 도르트문트, 에센, 뮌스터 등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도시들이 있다. 

 

NRW주의 인구는 약 1800만 명으로 이웃 국가 네덜란드 전체 인구보다 더 많다. NRW주는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인구 밀도도 높다. GDP는 약 7051억 유로로 독일 전체의 약 21%를 차지한다. NRW주의 경제력은 스웨덴, 폴란드, 벨기에보다 앞서 있다. 동시에 외국인도 270만 명가량 거주하는 국제적인 지역이다. 거대한 산업이 이끌어 가는 곳이자, 새로운 산업의 시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중요한 마켓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NRW주는 전 세계 기업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NRW주에 있는 외국 기업만 2만여 개에 달하며 한국 기업도 60여 개가 진출했다. 이는 NRW주의 특별한 국제 기업 유치 정책 덕분이다. 연방정부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NRW주 개발공사를 세계 각지에서 직접 운영하며 국제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NRW주는 독일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를 가장 많이 유치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이 균형 있게 성장

 

전통적으로 루르 지역은 석탄과 철이 많이 나는 곳이다. 이 때문에 50년대부터 독일과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NRW주는 탄광으로 파견 온 파독 광부들이 많이 정착해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과거 철광 및 금속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NRW주는 요즘 IT 산업, 헬스케어 산업의 본거지로 새롭게 활약하고 있다. 

 

NRW 주에는 71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이들은 독일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인 ‘히든챔피언’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독일 상위 50개 기업 중 20개가 NRW주에 있을 정도로 대기업 비중도 높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이엘, 도이체텔레콤, DHL, 헨켈, 밀레 등이 NRW에 있다. 

 

NRW주에는 독일 스타트업의 약 19%가 있다. 자료=Deutscher Startup Monitor 2020

 

독일 전체 스타트업의 약 19%가 NRW주에 있다. 이 지역은 대학과 연구소의 스핀오프 스타트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NRW주에는 대학이 68개나 있고 재학생들이 77만 명 정도에 달한다. 아헨공대, 본대학교는 세계적인 명문으로 유명하고, 그 밖에도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 프라운호퍼 연구소,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 기관이 있다.

 

특히 국가 및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가 가장 큰 화두인 독일의 산업계에서 NRW주의 스타트업들은 정보통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며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더스트리 4.0, 스마트 시티, IT 보안, 사물인터넷, 운송 및 물류, 에너지, 로보틱스, AI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연구 분야와 연동해 성장하고 있다. 현재 약 1700개의 스타트업이 NRW주에 자리 잡고 있다.  

 

#NRW주의 든든한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

 

NRW주에는 스타트업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먼저 연방정부 차원에서 만든 12개의 독일 디지털 허브 중 쾰른은 인슈어테크의 중심지로, 도르트문트는 물류와 운송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DE:HUB로 지정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 차원에서는 아헨, 본, 뒤셀도르프/라인란트, 쾰른, 뮌스터, 루르 지역 등 총 6개 지역에 ‘디지털 허브’를 열어 스타트업을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연결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NRW주 개발공사 및 ‘창업 NRW(Gründen NRW)’ 등 주 정부 산하 지원기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NRW주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독일 내 가장 많은 창업 기업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Founders Foundation이 기존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B2B 위주의 비즈니스를 촉진하도록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 밖에 지역별로 특색 있는 스타트업 지원센터가 있다. 뒤셀도르프와 쾰른에는 ‘Startplatz(출발지)’, 아헨지역에는 ‘Co: Forward’ 등의 창업지원센터가, 파더보른에는 파더보른 대학 창업 지원센터인 ‘TecUp’, 뒤스부르크에는 물류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지원센터 ‘Startport’가 있다. 이러한 지원 기관은 직접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사무실 제공, 투자자·파트너·고객사 탐색 등을 돕는다.

 

물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startport. 사진=Startport 인스타그램

 

기존 기업들이 직접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프란츠 하니엘 그룹은 에센의 촐페어라인 광산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샤흐트 원(Schacht One, ‘1갱도’라는 뜻)을 운영하고 있다. 폐광된 광산을 거대한 문화유적지로 탈바꿈한 촐페어라인 광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유명하다. 산업 변화에 따라 문을 닫은 광산의 용도는 바꾸되 그 자체를 보존해 거대 박물관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은 공간 자체와 함께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에 ‘혁신’의 교훈을 준다.


탄광의 일부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공간으로 바꾼 Schacht One. 사진=haniel.de

 

그 밖에 에너지 기업 E.ON과 RWE 자회사인 Innogy도 뒤셀도르프의 E.ON Agile Accelerator 및 에센의 Future Energy Ventures의 문을 열어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투자하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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