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노동계가 새벽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초심야 시간대의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은 생활과 생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노총 택배노조, 노동자 과로사에 “새벽배송 제한” 주장
‘새벽배송 제한’ 논의는 지난달 본격화됐다. 10월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택배 업계와 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0~5시 초심야 배송 제한’을 제안했다.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 발생으로 심야(새벽) 배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특히 쿠팡과 같은 ‘연속적인 고정 심야노동’은 생체 리듬을 완전히 파괴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며 가장 위험한 시간대의 배송(0~5시)을 제한해 노동자들의 수면 시간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10일 새벽 2시경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협력업체 소속인 30대 택배 노동자 A 씨가 몰던 1톤 트럭이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졸음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택배노조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주6일 연속적 고정 야간노동을 했으며, 법적 과로사 인정 기준에 따라 주 평균 노동시간은 83.4시간에 이르는 역대 최악의 과로노동·심야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속적 야간 노동·장시간 노동에 이어 아버님의 3일 장례를 치러내고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다시 야간배송 업무에 투입되면서 고인을 안타까운 사고로 몰고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상된 새벽배송 멈출까, 소비자·소상공인 반대
택배노조가 제시한 방안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아닌 0~5시 초심야 시간대 제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시간대의 배송이 중단되면 현행 새벽배송 모델은 사실상 유지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8일 논평을 내고 새벽배송 금지 주장 철회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많은 소상공인들이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받아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데,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새벽에 차를 몰고 식자재를 구매하러 가야 해 인력충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정부의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3일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 제한 반대 청원이 공개됐다. 맞벌이 가정과 학부모, 1인 가구의 일상에 직접적인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해당 청원은 16일 오후 2시 기준 6092명의 동의를 얻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초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한국노총은 새벽배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5일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또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도 있다”며 “전면적으로 당장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고 입장을 전달했다.
2015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을 선보이며 국내 처음 도입된 새벽배송은 올해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새벽배송 확산은 소비자의 일상도 크게 바꿔 놓았다. 장보기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밤에 주문한 물건을 아침에 받아보는 패턴이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새벽배송은 대중적 서비스로 확산됐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일상화된 새벽배송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심야배송으로 인한 건강권 문제 등의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근로조건 개선과 안전기준 강화, 물류센터 환경 정비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다.
국토교통부는 28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3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근 택배업체들로부터 과로사 방지 대책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며, 심야배송 구조 개선, 인력 충원, 작업 공정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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