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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2033년까지 연장 결정에 시민사회 "위험한 선택"

원안위 "구조물·설비 및 환경영향평가 기준 충족"…남은 9기 노후 원전 연장에도 영향

2025.11.14(Fri) 17:19:00

[비즈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사례로,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정부 기조 탓에 앞으로 결정될 9기의 노후 원전 연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은 이번 의결이 ‘졸속 심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탈핵 관련 시민사회 연대체가 11월 13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수명 연장을 심사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심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민호 기자


원안위는 13일 서울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224회 회의에서 재적 원안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해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를 의결했다.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2023년 4월 8일 기준으로 10년이 연장된 2033년 4월 8일까지 운영된다.

 

원안위는 회의에서 구조물·계통·기기의 수명평가 및 설비 교체 계획 등을 심의한 결과 계속운전기간 동안 충분한 안전여유도가 확보됐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또한 계속운전으로 인한 영향 및 중대사고를 포함한 주요 사고 영향도 모두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고리 2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안전관리 설비를 교체 후 원안위의 현장점검을 거쳐 재가동될 전망이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현장점검을 통해 한수원의 설비 개선이 안전기준에 맞게 이행되는지 철저히 확인해 고리 2호기가 안전하게 운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리 2호기 안전과 관련 자료에 대한 의문 또한 제기됐다. 특히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도록 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두고 핵심적인 질의가 오갔다. 진재용 원안위 위원은 계속운전 시 과거의 평가 결과와 비교할 것을 요청하면서, 옛 원자력법에 따라 이미 운영되고 있는 원전도 보완서류를 내도록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수원 측은 과거 자료가 남아있지 않으며, 옛 원자력법에 그런 내용이 있지만 부칙은 운영기준을 보완하라는 것이고 환경영향평가는 허가 시 제출 서류이기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변화된 환경을 기준으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며 “과거 환경으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하기에는 당시 환경을 반영한 자료가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1982년 시행된 원자력법시행령 제111조 1항에서는 환경조사를 실시하도록 했고, 부칙 제5조에는 종전에 허가를 받은 시설에 대해 1년 이내에 개선·보완하고 이를 신고하도록 했다.

 

복합재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진·홍수·화재·군사적 공격 등의 재난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의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이다. 이강근 원안위 위원이 이를 질의하자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복합재난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지난 경북 산불에서 보듯 일상화된 기후재난이 원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원전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등 미사일 공격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복합재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11월 6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안위는 한수원을 감독하는 독립 규제기관임에도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최원호 위원장은 마치 한수원의 대변인처럼 국민 생명과 안전은 외면하고 있다”며 “행정절차적 하자투성이인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에너지믹스를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노후원전 수명 연장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우 탈핵시민행동 자문위원은 “신규 원전도 SMR도 기약이 없으니 정부가 결국 30~40년 된 노후 원전을 편법적으로 연장하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은 공존할 수 없고 노후 원전이 자리를 차지하는 한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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