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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 기준은 공정위 맘대로? 대기업 총수 지정 때마다 논란 이는 까닭

김범석 쿠팡 의장, 이번에도 동일인서 빠져…공통 기준 없이 그룹마다 다르게 적용해 문제

2022.05.10(Tue) 17:18:34

[비즈한국] 지난해 김범석 쿠팡 의장 동일인(대기업 총수) 지정 논란으로 동일인 제도 손질에 나선 공정위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쿠팡은 올해에도 ‘총수 없는 대기업’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으며 신규 지정된 8개의 공시대상기업집단는 공정위의 판단 아래 동일인이 지정됐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권 쟁탈전, 김범석 쿠팡 의장 사례를 겪으며 동일인 지정 제도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다시 도마에 오른 ‘쿠팡’ 동일인 지정문제 

 

매년 5월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며 해당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함께 발표한다.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되느냐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제한 대상 △상호·순환출자 금지 대상 △계열회사 범위 △특수관계인 부당 이익제공 규제 대상이 달라진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에서 제시한 인물의 직간접적인 지분율과 기업의 지배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정위가 지정한다. 이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입성하는 기업들은 동일인 지정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동일인 지정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공정위의 판단 하에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제공

 

2019년 5월 동일인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진그룹이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할 차기 총수를 정하지 못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며 대기업 집단 발표가 미뤄지다가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동일인 지정 문제는 2년 후인 2021년에 다시금 불거졌다. 쿠팡이 보유자산 5조 원을 넘기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는데,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에쓰오일(아람코), 한국GM(제너럴모터스)의 최대주주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쿠팡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의 시민단체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대두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외국인 총수 문제, 경영권 승계 가속화 등의 상황에 따라 1987년 도입된 총수 제도 관련 전반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1월 공정위는 외국인 총수 지정 등 동일인 정의 규정을 새롭게 마련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합리화하는 등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동일인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도 지난해 12월 말 마무리되며 올해 안에 법적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해에도 쿠팡의 동일인을 ‘(주)쿠팡’으로 지정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4월 27일 “올해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고려 시 지난해와 사정 변경이 있는지 현장 조사까지 하면서 면밀히 검토했지만 달라진 사정이 없다. 더욱이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제도적 상황이 완비되는 등 내년도 상황을 보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규정되지 않았기에 올해에도 공정위 감시망을 피하게 됐다. 경실련은 이에 즉각 반응해 “미국에 상장한 쿠팡Inc를 통해 한국 쿠팡을 지배하고 있고, 사실상 그룹의 지배자이기에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재벌 총수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사익편취 규제 등에서 벗어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얼마든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동일인의 혈족·인척 범위 축소가 미칠 영향은

 

동일인 지정이 그룹마다 상이하게 적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의 동일인은 정의선 회장과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됐다. 효성그룹의 경우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각각 21.94%, 21.42% 소유하며 형제 경영을 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조현준 회장을 실질적 지배자로 판단해 동일인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DL그룹의 경우 2019년 이해욱 회장이 취임했지만 동일인은 여전히 이준용 명예회장이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일진그룹도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과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형제 경영을 하고 있지만 부친 허진규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사진=비즈한국 DB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를 통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디앤코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허정석 부회장이 일진홀딩스 지분 29.1%, 일진파트너스 지분 24.6%를 보유해 53.7%의 지분율을 행사하고 있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53.3%의 지분을 보유해 일진건설, 일진유니스코, 오리진앤코, 일진디스플레이를 지배하고 있다. 

 

두 형제에게 승계까지 모두 마친 상황이지만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일진그룹의 동일인은 허진규 회장으로 지정됐다. 명확한 기준 없이 각 그룹의 상황에 맞춰 공정위가 지정하고 있다.

 

한편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기업집단제도를 개선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마련했다. 기존 동일인 친족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에서 혈족 4촌, 인척 3촌 등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혈족·인척 범위 축소에 따라 규제 관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에 동일인 지정에 공통된 잣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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