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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량 아니라 전력망이 문제" 한국형 녹색전환, 산학정 머리 맞댔다

한경협 K-GX 세미나에 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 모여…'선택과 집중' 강조, 분야별 해법은 제각각

2026.05.13(Wed) 09:34:30

[비즈한국]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반 달성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2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전문가와 업계, 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신성장동력 한국형 녹색성장(K-GX)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녹색전환을 위한 주요 병목 지점을 해결하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도 해결 방식에는 이견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5월 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신성장동력 한국형 녹색성장(K-GX)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한국형 녹색전환(Korea Green Transformation, K-GX)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거시적 국가 전략이다.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달성하고자 에너지, 산업, 환경 전반을 탄소 중립 체계로 전환하는 추진 전략을 수립 중이다. K-GX 로드맵은 6월 말 공식 발표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병훈 기후에너지환경부 K-GX기획단 부단장은 “K-GX의 키워드는 탈탄소와 동시에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라며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해소하려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상시 협력 채널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탄소 감축 목표 달성하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가파른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K-GX 세부 과제안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과 유사하다”며 “K-GX는 석탄화력발전소 일자리 같은 공정 전환 문제보다 전력,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전환과 녹색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의 선택과 집중은 K-GX 진행 과정의 병목 구간을 해소하는 전략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미나에서 가장 화두가 된 병목 지점은 ‘무탄소 전력 공급 문제’였다. 주제 발표를 맡은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전력 총량’보다 계통 제약에 묶인 ‘전력망’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단기간에 3배 정도 확대해야 하는데 현재 전력 시스템과 인프라로는 보급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선로 확충을 넘어 ESS, 초고압 직류송전(HVDC), 수요관리(DR) 등 계통 유연성 자원 확보가 필수”라고 짚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은 발전량보다 유연성 확대라고 보았다. 전력량 부족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지방에 집중됐지만 수요는 수도권에 쏠린, 공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불균형 문제는 송전망 확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분산형 전력 시스템 확대, 지역 기반 산업체 배치 등 전력 수요 자체의 공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상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는 패널 토의에서 재생에너지 100GW 확보에 관한 회의적 시각에도 단기간에 보급 확대에 성공한 중국과 독일 사례를 들며 가능성을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4GW 내외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추가 공급했으나 올해는 7~8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의미 있는 신호로 언급했다.

 

전력망 문제 해결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전력망 확충 계획이 2030년 이후 본격화되지만 현재 제도나 규정을 활용하면 배전망에 태양광을 접속할 수 있다”며 “신규 전력망 인프라 규제 개선과 기존 전력망 효율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 합동 K-GX(한국형 녹색전환) 추진단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탄소 다배출 업종의 탈탄소 전환도 논의했다. 윤 교수는 업종 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현재 산업 부문 탄소 배출 1위인 철강 산업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수소환원제철(HyREX)이라는 탈탄소 기술과 중장기 로드맵이 존재하고 실행 단계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포스코는 올해 30만 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실증 플랜트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2037년부터 상용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반면 석유화학 산업은 전기 NCC 등 주요 기술이 아직 실증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핑크수소, 그린소수 대안 될 수 있나 

 

철강 산업의 주요 병목으로는 수소 공급과 보조금 및 배출권 등 유인책이 제시됐다.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하는 2037년 이후에는 무탄소 수소가 연간 25만 톤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수소 공급 인프라 조성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윤 교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기반 무탄소 수소)’ 가격이 kg당 1만~2만 원에 달해 경제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원자력을 이용한 ‘핑크수소(원자력 기반 저탄소 수소)’가 과도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수소를 경제적으로 대량 공급해야 한다”며 “사회적 갈등 요소이긴 하지만 원자력을 통한 핑크수소 공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핑크수소가 에너지 믹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충돌을 완화할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간헐성 때문에 낮 시간에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 발전소는 출력을 조절하기 어렵고,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제로 중단(출력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계통에서 남는 원자력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면 원전을 끄거나 재생에너지 도입을 억제하지 않고도 전력망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반면 박진수 플랜잇 대표는 질의응답 시간에 핑크수소의 우려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원자력 전력이 수소 생산으로 빠지면 산업과 주택 부문 전력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특정 기업에 핑크수소 공급 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가능성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kg당 5000~7000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핑크수소 가격이 중국 그린수소보다 비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탄소배출권, 운영의 묘 살려야

 

김경식 고철연구소 소장은 패널 토의에서 시장에서 저탄소 수요가 일어나야 한다며, 보조금이나 배출권 등 제도를 통해 철강 기업에 유인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탄소 철강을 사용한 제품을 구입한 건물주나 차량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현 제도하에서는 공장이나 설비를 폐쇄하면 할당됐던 탄소배출권을 회수하기에 철강 기업이 고로를 일찍 폐쇄할 동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철강 고로를 영구 폐쇄한 기업에 배출권을 회수하지 말고 활용하게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엄격한 배출권 규제를 받는 반면,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재는 가격이 저렴해 경쟁력을 갖는 역차별 문제에 대해 수출 제품의 배출권을 환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반면 안영환 교수는 탄소 배출권 총량은 탄력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시장에 신호를 주기 위해 탄소 가격을 안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배출권을 통한 유인책에는 신중론을 폈다. 안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생산 감소와 그 외 경우를 현실적으로 구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출 시 배출권을 돌려주자는 아이디어 좋으나, 유상 할당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시행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화석 연료 기반인 현 구조를 바꾸려 원료 대체를 제시했다. 남이현 한화솔루션 상임고문은 “나프타는 원유, 메탄과 프로판도 셰일가스로 모두 화석 원료”라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원료와 바이오 원료 등 청정 원료 규모를 키워 녹색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원료 대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다. 세미나를 지켜본 김기현 강원대 탄소중립융합학과 객원교수는 “정성이 아니라 정량을 얘기해야 한다. 재활용과 바이오 원료로 기존 원료를 얼마나 대체하겠느냐”며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농장 사업을 운영할 때 보상과 주민 반대 등 어려움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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