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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 밀크티 '차지' 한국 상륙, 제2 스타벅스 될까

오픈 5분 만에 주문 마감, 초반 흥행몰이 성공…SNS 입소문 탄 경험 마케팅, 지속 가능성이 관건

2026.05.13(Wed) 14:37:12

[비즈한국] “주변에서도 하도 얘기를 하길래 궁금해서 와봤어요. 오래 기다릴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고 일반 밀크티보다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어요.”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 이곳 6층에 위치한 차지(Chagee·패왕차희) 매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음료를 마신 뒤 이렇게 말했다. 함께 방문한 B 씨 역시 “컵 디자인이랑 영수증도 예뻐서 버리기 아깝다”고 덧붙였다.

 

매장 앞에는 현장 주문을 하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리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모여 있었다. 대기줄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방문객도 보였다. 이곳 안내판에는 ‘현장 주문은 선착순 120건까지만 가능하며 초과 시 현장 대기 여부와 관계없이 주문이 불가하다’고 적혀 있었다.

 

12일 오전 차지 용산아이파크몰점에 현장 주문 일시 중단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오픈 5분 만에 ‘영업 종료’​, 대기만 무려 116잔

 

중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차지’가 국내 진출 초기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지는 지난달 30일 서울 일대에 강남점 플래그십점, 신촌점, 용산아이파크몰점을 동시에 열었다. 문을 연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주문이 몰려 대기가 길다.

 

이날 기자 역시 앱 주문이 열린 오전 10시 30분에 주문을 시도했지만 결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주문자가 몰리면서 약 5분 만에 가게가 ‘영업 종료’ 상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당시 앱에는 제조 대기 음료 116잔, 예상 대기 시간 39분이 표시됐다. 온라인 주문이 다시 가능해진 건 약 2시간 30분 뒤인 오후 1시쯤이었다.

 

차지 직원은 “용산점의 경우 오프라인 고객 주문을 먼저 처리한 뒤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다”며 “원래 앱 주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날 오전 시스템 오류로 한 차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히 언제 다시 열린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앱에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 강남 플래그십점 매장 안에 수령을 기다리는 음료 컵이 쌓여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같은 날 강남 플래그십점도 주문이 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낮 12시 40분쯤 음료를 주문하자 제조 대기 452잔, 예상 시간 151분이 표시됐다. 실제 음료를 받은 시각은 오후 2시 30분쯤이었다. 매장 안에는 제조를 기다리는 컵이 쌓여 있었고, 입구에서는 직원이 주문 여부를 확인한 뒤 손님을 들여보냈다. 이곳은 현장 대기 없이 앱 주문만 가능했다.

 

신촌점 역시 앱을 통해 주문을 받았다. 입구에서는 직원이 고객에게 QR코드를 통해 앱 주문을 안내했다. 세 매장 모두 몰리는 주문량을 조절하며 대기 수요를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대체로 궁금해서 와봤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C 씨는 “주변에서 차지를 방문하고 인스타에 올리는 경우를 봤다”며 “적어도 5번 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기가 긴 줄은 몰랐다. 앱에 소요시간이 뜨니까 밥 먹기 전에 주문 걸어놓고 맞춰서 왔다”고 전했다.

 

여성 D 씨(26)는 “중국에 여행 갔을 때 마셔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좋다”며 “오픈 이후 두 번째 방문인데 이번에는 티백도 샀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초반에 비해서는 대기가 꽤 준 편”이라며 “처음 갔을 때는 거의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12일 오후 차지 애플리케이션에서 강남 플래그십점 픽업 주문이 열린 지 약 10분 만에 제조 대기 음료가 243잔까지 몰렸다(왼쪽). 해당 지점에서 음료를 주문하자 예상 대기 시간이 151분으로 나왔다(오른쪽). 사진=윤채현 기자


#나스닥 상장 성공, 한국 직접 진출로 차별화 행보

 

차지는 2017년 중국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티 브랜드다. 생과일과 치즈폼, 매장에서 직접 우린 차 등을 결합한 음료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해왔다. 이후 프랜차이즈 모델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미국 등에 매장망을 빠르게 넓혔고 지난해에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차지홀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F-1 상장신고서와 실적 발표를 종합하면, 차지의 순매출은 △2022년 4억 9165만 위안(약 1082억 원) △2023년 46억 4017만 위안(약 1조 208억 원) △2024년 124억 558만 위안(약 2조 7292억 원) △2025년 129억 1000만 위안(약 2조 8402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도 정식 진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차지는 지난해 5월 ‘차지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본점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이며, 대표이사는 푸시(Fu Xi)다. 

 

통상 해외 F&B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국내 파트너사와 합작(JV) 형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와 쉐이크쉑은 각각 이마트, SPC그룹과 손을 잡고 한국에 들어왔다. 차지가 직접 한국 법인을 세우고 진출한 것은 초기부터 브랜드 운영과 매장 관리 전반을 직접 맡으며 한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차지코리아는 국내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채용 플랫폼을 통해 서울권 매장 오픈 멤버를 대규모 모집 중이며, 시청역 인근 등에 추가 매장 개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흥행으로 수요가 확인된 만큼,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 플래그십점 내부 모습. 이 매장은 12일 오후​ 현장 대기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주문만 받았다. 사진=윤채현 기자

 

#초반 흥행몰이는 성공, 계속 방문할 이유 제시해야

 

이러한 차지의 초반 행보는 한국 시장 진출 초창기 스타벅스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음료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장 경험과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타벅스가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커피를 ‘테이크아웃 음료’가 아니라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켰다면, 차지는 밀크티를 대중적인 디저트 음료에서 프리미엄 티 경험으로 다시 포장하고 있다. 강남·신촌·용산 등 상징성이 큰 상권을 먼저 택한 점, 컵과 패키지 디자인을 SNS 인증의 대상으로 만든 점, 긴 대기 자체가 브랜드 화제성을 키우는 장면으로 소비되는 점도 닮아 있다. 차지는 ‘장원영 밀크티’로 불리며 오픈 전부터 SNS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물론 스타벅스가 국내 파트너와 손잡고 시장에 안착한 것과 달리 차지는 한국 법인을 직접 세워 진출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음료 카테고리를 앞세워 젊은 소비층의 취향과 일상 공간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점에서는 과거 스타벅스의 초기 확산 전략을 연상시킨다.

 

다만 초반 흥행이 장기 안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F&B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개점 초기에는 긴 대기줄과 SNS 인증이 반복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제성은 빠르게 일상적인 선택지로 바뀐다.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나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처럼 국내 진출 초기에 ‘줄 서서 먹는 브랜드’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성패는 첫 방문의 호기심을 재방문으로 바꾸는 데 있었다.

 

차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대기 수요에는 중국 여행 경험, 장원영 밀크티라는 바이럴, 희소성, 패키지 인증 욕구가 함께 섞여 있다. 매장이 늘고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희소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차지가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티 브랜드로 안착하려면 이 음료를 일상적으로 다시 선택할 만큼 맛과 가격, 매장 경험에서 충분한 이유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연구위원은 “차지는 기존에 저가와 대중성을 나타내던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보다는 나스닥 상장, 글로벌 브랜드, 유명인이 즐겨 마시는 세련된 음료라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며 “실제 국내 매장에서도 한자 브랜드명보다 영문명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기존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컵 디자인과 패키지 역시 SNS 공유 문화와 맞물리며 젊은층의 인증 소비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며 “차지는 커피 일변도였던 국내 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채현 기자

cogusz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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