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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최종 결렬…21일 총파업 '초읽기'

노조는 "조정안 퇴보"됐다는데 사측·정부 "조정안 없었다"…대규모 총파업 D-9

2026.05.13(Wed) 07:38:47

[비즈한국] 삼성전자 노사 간 분쟁의 마지막 공식 중재 절차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이 13일 새벽 최종 결렬됐다. 협상은 12일 오전부터 자정을 넘겨 약 17시간 동안 이어졌으나 성과급 산정 방식의 ‘제도화’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근본적인 시각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중노위의 조정안을 “요구했던 것보다 오히려 퇴보한 안”으로 평가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 일정은 이제 9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사 관계가 전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수십조 원대 피해가 우려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최종 결렬"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시간 협상 끝 결렬…‘조정안’ 여부 두고도 엇박자

삼성전자 노사 간 합의가 결국 불발됐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13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 직후 “사후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며 “1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조정안이 오히려 (노조의 요구에서) 퇴보한 안건”이라고 했다. 협상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자정을 넘긴 오전 2시 53분까지 약 17시간 이어졌지만, 성과급 체계 개편을 둘러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로써 노사는 11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정부 중재 절차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의 구조화 여부’였다. 노조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연봉의 50%) 폐지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사측은 반도체 산업 특유의 업황 변동성을 이유로, 고정 비율 제도화는 경영 부담이 과도하다는 논리를 펴며 맞섰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결렬된 이후 노사 동의를 전제로 재개되는 마지막 중재 절차로, 조정안이 도출될 경우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앞선 2~3월 조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 준상근조정위원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후조정회의 도중 잠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측에 따르면 중노위는 △EVA(경제적부가가치) 기반 기존 OPI 체계 유지 △연봉 50% 상한 유지 △DS(반도체)부문 한정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영업이익 12% 기준) △2026년 매출 및 영업이익 국내 1위 달성 시 지급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등 비메모리 완제품(DX) 부문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위원장은 “DS 부문만 2026년 한정 특별경영성과급을 제시하면서 제도화하지도 않았다”며 “주식보상제 확대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라는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정안은 오히려 기존 요구보다 후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1위 달성’이라는 조건부 지급 구조에 대해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방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전날 저녁 6시 20분께 기자들에게 “조정안을 내달라고 중노위에 요청해 3시간 가량 기다렸다. 2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렬로 알고 여기서 마무리하겠다고 알렸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중노위와 사측은 ‘조정안’ 여부를 두고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의가 종료된 후 중노위와 사측은 공식적인 조정안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중노위는 입장문을 통해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동조합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하여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금번 사후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측 위원인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공식적으로 회사가 조정안을 제시하진 않았다”고 했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상 확대·영구 제도화…끝내 못 좁힌 간극

그동안 노사는 ‘보상 확대’와 ‘구조적 제도화’에 대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사측은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특별 보상 방식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일회성 조치로 보고 거부했다. 대신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고정해 안정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안은 양측 간극을 좁히기 위해 영업이익 12%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그 적용 범위와 조건이 제한되고 핵심 요구였던 △상한 폐지 제도화 △주식보상 확대 △전사 적용이 모두 빠져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노조는 계획대로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참여 인원은 최대 3만~4만 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파업 당시보다 규모 면에서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다만 공동교섭단을 구성했던 제3노조 동행노조가 먼저 이탈했고, 전국삼성전자노조 역시 사후조정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내면서 조합원의 결집력과 실제 파업 참여율이 향후 파업 영향력을 좌우할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사진=연합뉴스


경제적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를 반영할 경우 최대 43조 원의 손실 가능성을 제시했고, 업계 역시 30조 원 이상 피해를 거론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점에서 발생하는 파업이라는 점에서 기회비용 손실까지 감안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00개가 넘는 1차 협력사와 수백 개의 2·3차 협력사로 이어진 생태계 전반에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중재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추가 개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되기도 했는데 정부는 강제 개입보다는 노사 교섭 경과를 살펴보며 추가 사후조정 등 기존 중재 절차를 다시 가동하는 방안 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조정권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쟁의행위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제도로,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중단된다. 다만 노사 자율 원칙 훼손과 정치적 부담이 커 실제 발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컸다”며 “​노사의 교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하고 적절한 시기에 다시 사후조정이 가능할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조에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이 진행된다. 최 위원장은 “회사가 낸 것은 위법한 쟁의 금지 가처분이기 때문에 적법한 쟁의 행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사측이 전향적인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 볼 생각이 있다”며 추가적인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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