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9일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 개발 완료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0년 장기 소요 결정 후 2015년 탐색 개발에 착수, 본격적인 개발에만 10년, 사업 타당성 연구까지 포함하면 총 15년이 소요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대표적인 ‘초장기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렇다면 L-SAM 개발 완료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번 성과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L-SAM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체계를 완전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대형 무기 프로젝트다. 장보고-3 잠수함과 KF-21 한국형 전투기처럼 개발비용과 기간이 더 큰 사업도 있지만, 이들 무기는 핵심 기술 일부를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기술 이전을 받아 완성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국산화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L-SAM은 미사일, 다기능 레이더(MFR), 지휘통제시설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완성했다. 이는 대형 무기 체계 중 가장 높은 국산화율을 기록한 사례로, 20여 년 전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했던 중거리 대공미사일 천궁(M-SAM) 사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과다. 이번 개발은 한국이 진정한 방위 기술 독립을 이루는 데 큰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준다.
L-SAM은 단순한 국산 무기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이 탄도미사일 다층 방어 능력을 독자적으로 구축한 국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탄도미사일은 요격이 극도로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어는 비행 단계별로 여러 번 요격을 시도하는 다층 방어 시스템에 달려 있다. 유럽의 MEADS(Medium Extended Air Defense System)나 SAMP/T 같은 시스템은 일부 요격 능력은 있지만, 다층 방어는 미국의 THAAD(사드)나 SM-3와 같은 무기에 의존한다.
이번 L-SAM 개발로 우리 군은 천궁-2(M-SAM PIP)를 통해 종말 단계 하층 방어를, L-SAM으로 종말 단계 상층 방어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미국산 패트리엇(Patriot) PAC-3 미사일 및 THAAD가 더해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구축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L-SAM은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전략 무기로 평가받는다. 이미 천궁-2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에 수출돼 ‘중동의 미사일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L-SAM은 기존 천궁-2 시스템과 통합 운용이 가능하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미국의 THAAD보다 우수해 최우선 구매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유럽 국가들 역시 천궁-2와 L-SAM을 ‘패키지’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탄도미사일 다층 방어 체계를 독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L-SAM 개발 완료는 분명 큰 성과지만, 한국 방위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ADD와 방위사업청은 L-SAM II를 비롯해 천궁-3, 저고도 요격 미사일(LAMD), 함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지대공 미사일 체계를 동시 개발 중이다.
효율적 개발과 생산을 위해 주요 미사일 체계를 통합하거나 공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천궁-3의 부품을 저가형으로 개조해 LAMD-II로 활용하거나, L-SAM II를 함대공 미사일로 개량해 운용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존 미사일 체계가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보완이 시급하다. 자폭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개발해 기존 대공미사일 체계와 통합해야 하며,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 차량에 드론 접근 경보 장치나 연막탄 발사기를 장착하는 등 하드킬(hard-kill)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L-SAM은 한국 방위산업의 도약을 상징하는 중요한 성과다.
이번 개발 완료를 계기로 방위사업청과 ADD, 국내 방산업체들이 우리 군의 방어 능력을 재점검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방위산업의 체계적 발전과 더불어, 국제 시장에서도 한국 방산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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