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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미·중 '고래' 사이 낀 대만의 생존 전략

집권 민진당, 이스라엘 '모델' 삼아 국방비 증액 추진…"미국 압박에도 반도체 업계 안정적" 전망

2025.02.25(Tue) 15:14:21

[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한국과 대만은 동병상련 처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만에 GDP의 10%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위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비즈한국은 ‘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대만의 정치·안보·경제 핵심 인물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지난해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대만 16대 총통 라이칭더(賴清德)는 40.05%를 득표했지만, 과반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대만 입법부인 입법원마저 여소야대(국민당 52석, 민진당 51석)여서 정치적 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라이칭더 총통은 국방비 등을 증액하는 예산안을 내놓았지만, 중국국민당(국민당) 등 야당의 반대로 예산안 합의가 무산됐다. 정치적 갈등이 격해지면서 민진당은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불안과 갈등이 가득한 현 상황을 집권당 민진당은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일까. 비즈한국은 지난 2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민진당 중앙당부 중국사무부와 국내 NGO 평화네트워크의 좌담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들었다. 

 

2월 10일 평화네트워크와의 좌담회에 참석한 ​민주진보당 인사들. 사진=전다현 기자

 

이날 좌담회에는 중국 정세 분석과 홍보를 담당하는 민진당 중국사무부 우쥔즈(吳峻志) 주임과 왕국신(王國臣) 중화경제연구원 부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우쥔즈 주임은 대만대학교 정치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 전문가이며, 왕국신 부주임은 정치대학교 개발연구소 박사다. 

 

우쥔즈 주임은 민진당의 최종 목표가 “중화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가지고 중국과 우호적이면서 충돌하지 않고 서로에게 속하지 않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우쥔즈 주임은 “민진당은 민주주의와 주권 독립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대만은 주권 독립 국가이며, 국민투표를 통해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진당이 추구하는 양안 관계 기본 원칙은 1999년 민진당 최고 지도부가 결의한 ‘대만 비전 결의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우쥔즈 주임은 “대만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지만, 서로에게 속하지 않는 독립된 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자는 92컨센서스를 부정한다. 우쥔즈 주임은 “중국과 회담을 했던 역사적 사실은 존중한다. 92컨센서스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양안 교류와 정책적인 협력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주임은 민진당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대만 국민의 전체 민의,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독립을 구체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이미 중화민국이라고 하는 국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을 별도로 실현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쥔즈 주임은 대만 사회의 여론 변화도 짚었다. “과거에는 대만인이면서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30년 동안 대만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증가해 현재는 스스로 대만인이라고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이 60%를 넘었다.”

 

우 주임은 대만의 20~30대 청년 세대는 권위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은 대만이 독립 국가라는 인식을 당연하게 여기며,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우쥔즈 주임은 대만이 자주국방을 달성해야 중국과 평화적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국방비 인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민진당은 국방비 인상을 강하게 주장한다. 우쥔즈 주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기에는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대만은 더욱 신중한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만의 방위 전략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수준과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다. 자주국방을 달성해야 중국과 평화적 대화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하는 동시에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중국의 군사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만은 이스라엘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국방 예산은 GDP의 5.3% 이상이며, 현재 대만의 국방 예산은 약 2.5% 수준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를 3%까지 높이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집권당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대만의 경제 발전도 결국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놓고 ‘관세 압박’을 비롯해 반도체 공장의 미국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민진당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어떻게 볼까. 왕국신 부연구원은 “우리 반도체 업계는 안정적이라고 본다. 우선 TSMC는 독점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점이 있다. 물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여러 공급망이 연동된 TSMC 특성상 대미 투자가 늘어나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위험성도 있다. 왕 부연구원은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실재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민감한 정보들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공급업체가 어떤 부품을 제공하는지,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지 같은 정보가 미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단순히 미국에 TSMC 공장을 설립한다고 해서 대만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최종 조립, 패키징, 테스트 등의 공정은 여전히 대만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삼성도 마찬가지다.”

 

민진당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왕국신 부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TSMC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성숙 공정 반도체다. 또 지난 6년 동안 양안의 교역량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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