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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에 AI더하기] 로봇 연구원이 24시간 연구하는 'AI 실험실'

로봇 자동화·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으로 반복 실험…기업 도입 전 테스트베드·인재 육성 목표

2025.12.29(Mon) 09:48:42

[비즈한국] AI(인공지능)의 파고가 산업 전반을 덮치고 있다. 일상은 물론 기업 경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제약바이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ABCD(AI·Bio·Culture·Defence)’ 산업을 차세대 국가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부터 임상, 생산까지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은 최근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을 구축했다. 연구원의 개입 없이 24시간 동안 실험을 반복할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합성 수율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최영찬 기자


미국자동차공학회(SAE International)는 도로 주행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한다. 최고 단계인 5단계는 ‘완전 운전 자동화(Full Driving Automation)’로,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운전시스템(ADS)이 주행에 필요한 운전 과업을 수행하는 상태를 뜻한다. 사람 운전자가 수행 가능한 대부분의 도로·환경 조건에서 제한 없이 작동하는 단계로, 실제 도로 위에서는 아직 실행이 불가능해 ‘꿈의 기술’로 불린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제약바이오산업에는 자율화 기술​이 신약 연구개발(R&D)에 ​접목돼 ​실험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은 최근 연구시설로 증축한 미래관에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을 구축해 본격적인 가동 채비를 마쳤다.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은 신약 후보물질 합성 또는 공정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물질을 합성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령 물질과 합성조건을 조합하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사전에 정의한 조건 범위 안에서 자동화 장비가 수많은 조합을 놓고 실험을 수행하고 알고리즘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조건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합성조건 최적화 탐색을 가속하는 것이다.

 

이 실험실의 핵심은 로봇 자동화와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을 결합한 폐루프(Closed-loop) 실험 자율화 시스템의 구현이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일일이 피펫(액체 이송기구)을 들고 수행하던 시료 전처리 작업과 같은 단순 반복 공정을 이 연구소에서는 로봇이 대신한다.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에 구축된 로봇이 향후 시료 전처리 작업 등 단순 반복 공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진=최영찬 기자

 

단순히 물리적인 작업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은 실험 결과를 분석해 목표로 하는 합성 수율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 실험 조건을 재설계하고, 이를 반복 수행하면서 조건 탐색을 고도화한다. 특정 조건에서 원하는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 결과를 반영해 다른 조건을 제안하는 식이다. 장비 정지나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안전 규칙과 제어 로직 등 사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하며, 알고리즘은 그 범위 안에서 실험조건 탐색을 효율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표준희 AI신약연구원 원장은 “24시간 반복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잘 훈련된 연구원이 생긴 것과 같다”라면서 “최적화 알고리즘 등 AI 모델들이 물리적인 일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반복 탐색을 효율화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는 연구원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은 개별 제약바이오기업이 구축하려는 자율실험실의 테스트베드 역할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도 올해에만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260명을 대상으로 설비나 소프트웨어 활용 등에 대한 이론교육을 했다. 기업들이 자율화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공동연구를 모색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표 원장은 “자율실험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올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론교육을 했다면 내년에는 실습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준희 AI신약연구원 원장은 국내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 활용할 수 있는 AI시스템을 구축해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의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최영찬 기자

 

기업과 협업할 때 큰 걸림돌로 꼽히는 데이터 보안 문제에도 대비책을 마련했다. 신약개발 데이터는 제약바이오기업의 핵심 자산인 만큼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오프라인 환경으로 구축했다는 것이다. 다만 표 원장은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에 시스템 설계뿐 아니라 운영체계까지 포함한 보안 거버넌스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이동식 저장매체 반입·반출, 접근권한 관리, 로그 감시 체계, 물리보안 등 운영 통제가 함께 갖춰져야 보안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 원장은 “AI 신약개발에 미래 수요가 높은 기술을 도입해 국내 신약개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그러면 AI 신약개발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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