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의 대 한국 상호관세 인하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미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추진,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대규모 투자 등 대미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자칫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생산을 못 따라가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국내 투자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국내 투자 확충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계 총수들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번 한·미 통상·안보 협상 과정에서 많은 분이 애쓰셨지만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한 기업인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한다”며 국내 투자에 신경을 써 줄 것을 당부했다. 또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직접 국내 투자 확대를 당부한 것은 고려아연의 10조 원 규모 제련소 건설 발표 등 대미 투자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 분위기를 보면 기우로 치부하기 어렵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눈에 들려면 ‘빌리언(10억 달러) 클럽’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기업 당 대미 투자액이 아무리 적어도 10억 달러는 넘어야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를 해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미쓰비시중공업과 도시바는 차세대 원자로 사업에 최대 1000억 달러를, 소프트뱅크그룹은 인공지능(AI) 인프라에 2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처럼 대미 투자를 늘릴 경우 국내 투자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실제 생산에 못 미쳐 투자 확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위축 부작용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4.6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러한 설비투자 조정압력 수치는 2024년 1분기 4.76%포인트 이래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2024년 1분기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1.2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분기에 1.32%포인트로 소폭 오른 뒤 3분기에 4%포인트대로 껑충 뛰었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생산증가율에서 생산능력증가율을 뺀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능력이 실제 생산보다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높아지면 대부분 1~2분기 후에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대표적인 투자 선행지수로 꼽힌다. 현재 설비투자 조정압력 증가세를 보면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에서 “반도체 등 IT 부문 투자가 확대되며 전체적으로는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 하반기 0.8%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에 2.8%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는 높은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 0.6%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 2.5%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과 KDI는 이러한 설비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높은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미 투자 확대 여파로 국내 투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하락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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