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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덕에 골칫덩이가 효자로" 산업은행, 한화오션 지분 매각 뒷이야기

조선업 호황으로 주가 급등, 자기자본비율 낮아 HMM 지분도 처분 가능성 높아

2025.05.07(Wed) 11:19:20

[비즈한국] 한국산업은행(산은)이 25년 만에 한화오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산은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중공업(2002년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 변경)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BIS 비율(자기자본비율) 관리 필요성 등이 거론되지만,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더 오를 여지가 있을 때가 처분 적기’라는 반응이 우선 나온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호재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보유한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경우, 5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인 만큼 지금 처분하는 게 옳다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사진=이종현 기자


#“지금이 적기” 25년 만에 웃으며 털고 나온 산은

 

산은에게 한화오션 지분 19.5%은 오랜 골칫덩어리였다. 1조 7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주도해 지분을 확보했지만 이후 한화가 새 주인이 되기 전까지 상당한 규모의 자금 지원이 계속됐다. 물론 그사이 매각도 여러 차례 추진했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이 오가는 사이클 속에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처분하지 못했다. 2023년에도 1만 원대 중반에서 2만 원대 중반을 오가면서 거래가 이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업’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이 호재가 됐다. 지난해 8월 2만 5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올해 4월 9만 6000원대에 거래가 됐다. 3배 넘게 급등한 것인데, 산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분 털기’를 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8일 한화오션 지분 4.3% 가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는데 할인율은 8.57~9.0%가 적용됐다. 당시 종가 8만 9300원을 고려하면 8만 1300~8만 1600원이다. 이번에 매각한 규모는 1조 600억 원 내외로 추정된다. 산은은 향후 시장 반응을 고려해 잔여 지분 15.3%, 5.3조 원 상당의 지분도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홈페이지


산은 안팎에서는 ‘조선업 사이클’을 고려할 때 지금이 적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산은이 총대를 메고 자본을 많이 투입했다. 손해를 보고 나오면 비판을 받다 보니 오랜 기간 보유한 지분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우조선해양(현재는 한화오션)”이라며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강석훈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 아니겠냐. 이번에 처분한 가격으로 나머지 지분도 처분한다면 적어도 공적 자금 2배 이상은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HMM 지분도 매각 가능성 

 

업계에서는 산은의 BIS 비율을 고려해 추가로 HMM 지분 매각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작년 말 산은의 BIS 비율은 13.9%로 금융당국 권고치(13%)를 소폭 넘은 수준이다. 국내 20개 은행 중 가장 낮다. 정책자금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산은으로선 BIS 자기자본비율이 악화된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으로 비연결대상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지분 33.7%를 보유한 HMM의 매각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최근 K-조선업 호황으로 지난해 11월 1만 5000원대에 거래되던 HMM 주가는 올해 3월 2만 26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1만 8000원대로 내려왔지만 산은이 보유 주식 처분으로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은 조선업 불황 때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오랫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호황 사이클 때도 지분 매각이나 M&A가 잘 안 돼 고생했다”며 “HMM 매각은 (한화조선 매각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지만 미국발 호재를 만난 만큼 비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줄이려고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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