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인 서울 용산구 정비창전면 제1구역(용산정비창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 7위 포스코이앤씨와 10위 HDC현대산업개발이 맞붙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업계가 정비사업을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면서 올해 정비사업 수주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는데, 수익성이 확인된 ‘알짜 입지’에서는 여전히 매몰비용을 불사하며 수주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마감된 용산정비창 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다. 두 회사는 이날까지 입찰 보증금 500억 원을 납부하고 수주전을 성사시켰다.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용산’을, HDC현대산업개발은 ‘The Line 330(더 라인 330)’을 단지명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는 모두 ‘용산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언론 홍보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조합은 현재 입찰 제안서 비교표 배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정비창1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641번지 일대 7만 1901㎡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 초고층 빌딩 12개 동을 짓는 도시정비사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맞닿은 핵심 입지에 아파트 777세대(분양 678세대)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 및 업무시설로 구성되는 대규모 복합 단지를 조성한다. 이 사업 예정 공사비는 9558억 원(3.3제곱미터당 960만 원). 조합은 오는 6월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용산정비창1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미래에 강남을 넘어설 수 있는 곳이 용산뿐이라는 기대감과 이에 부응하는 훌륭한 입지로 많은 건설사가 관심을 보였고, 결국 대형 건설사 수주전이 성사됐다”며 “홍보관이 만들어지고 나면 각 건설사에서 제안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찰 참여사들이 공정한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 나선 정비사업장 대다수는 경쟁입찰을 만들지 못했다. 비즈한국이 전자조달시스템(누리장터)을 통해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낸 뒤 지난 7일까지 개찰을 마친 재건축·재개발사업장 개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시공자 선정 입찰 44건 중 42건(95%)이 무응찰이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경쟁입찰을 만든 사업장은 앞선 정비창1구역과 지난달 24일 개찰된 부산 금정구 구서1구역 재개발사업(쌍용건설, 동부건설 입찰)뿐이었다.
올해 시공사를 경쟁 입찰로 선정한 정비사업장은 지난해 입찰 공고를 낸 사업장 두 곳에 불과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1월 현대건설과 수주전 끝에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1조 6000억 원)을 따냈고, 포스코이앤씨는 두산건설과 경쟁해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1조 3000억 원)을 수주했다. 앞선 정비창1구역과 구서1구역을 포함하면 올해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뽑는 사업장은 네 곳으로 늘어난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규모가 크고 사업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양극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사업비 2조 4000억 원)의 시공자 선정이 오는 9월로 예정됐는데, 현재 국내 시공능력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단지 인근에 주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관을 개관했고, 현대건설은 이에 앞서 압구정현대아파트 단지 이름을 상표로 출원했다. 이밖에도 하반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대교아파트 재건축이나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2지구 재개발 등에서 수주전이 예고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오르고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처인 정비사업도 수익성을 따져 선별적으로 수주를 하고 있다. 통상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일때는 예상 매출액 1%수준까지 수주 비용으로 사용하는데, 규모가 작은 건설사일수록 수주전 패배에 따른 매몰비용을 막고자 수주전도 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확보되는 사업장은 이런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주전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도급순위 상위 10개 건설사가 수주한 정비사업 97%는 수의계약 형태였다. 2024년 10대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정비사업장 63곳 중 61곳이 이들을 수의계약으로 뽑았다.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수주 경쟁을 성사시킨 사업장은 현대건설이 따낸 서울 영등포구 한양아파트(7740억 원) 재건축과 DL이앤씨가 수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4385억 원) 재건축뿐이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지만, 입찰이 유찰을 거듭하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뽑을 수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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