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육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상장사의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를 의무화하며,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가족친화경영을 강조해온 유통·식품업계의 육아휴직 사용 실태는 어떨까.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2025년 5월 3일 기준)에 포함된 유통·식품 기업의 육아휴직 현황을 살펴봤다.

#남성 육휴 사용률 67% 롯데쇼핑, ‘자동 육아휴직제’ 효과 톡톡
정부는 올해부터 상장사의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를 의무화했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에 한해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해왔으나, 지난해 11월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해 민간기업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당해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 중 출산 이후 1년 이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의 비중으로 산출한다.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유통기업은 총 8개(이마트, 롯데쇼핑, BGF리테일, 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GS리테일, GS피앤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수치를 보인 곳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7%로 집계됐다. 유통업계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10%를 넘긴 곳은 롯데쇼핑이 유일하다. 롯데쇼핑은 2022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70%, 2023년에는 77%로 매년 60~70% 수준을 유지 중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상승하면서 전체 직원의 육아휴직사용률도 지난해 80%로 집계됐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롯데쇼핑은 2017년 대기업 최초로 남성 직원을 대상의 ‘1개월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배우자가 출산하면 남성 직원은 바로 육아휴직을 쓰게 되는 제도다. 올해부터는 휴직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 시행 중이다.
유통사 중 임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2024년 전체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4%로 집계됐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7%, 여성은 72%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3%, 24%의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는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전년(87%)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5.3%로 집계됐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98.6%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전체 임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65.4%로 나타났다.

#‘가족친화인증 받은 기업인데’ 빙그레·풀무원 남성 육아휴직 0%대
식품업계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기업에 따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분위기다.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식품기업 총 18개 중 6개 기업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5개 기업은 0%로 집계됐다.
삼양사, 동서, 오리온, 남양유업, 동원 F&B, 오뚜기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상위 기업이다. 지난해 삼양사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57%, 동서 50%, 오리온 31.6%, 남양유업 22%, 동원F&B 19.1%, 오뚜기 12.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남양유업을 제외한 4개 기업은 모두 전년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오리온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31.6%로 전년(14.3%)보다 늘었다. 동서도 2023년 0%였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지난해 50%로 늘고, 오뚜기도 같은 기간 4.5%에서 12.3%로 확대됐다. 동원F&B는 5%에서 19.1%로 늘어났고, 삼양사도 27%에서 57%로 확대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확산되는 분위기라지만 경직된 조직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동원산업, 빙그레, 풀무원, SPC삼립, 대상홀딩스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빙그레, 풀무원은 가족친화인증을 여러 차례 획득한 기업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지원하는 직장문화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여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자(4명)가 있었지만 사용률 계산 과정에서 소수점 이하는 생략해 0%로 나온 것 같다”며 “사용률이 높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문제일 것이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직문화는 없다”고 말했다.
남녀 간 육아휴직 사용률도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는 분위기다. 유통기업의 경우 지난해 여성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이 89%로 나타난 반면, 남성은 17%로 집계됐다. 식품기업의 여성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도 63%, 남성은 13%에 불과하다.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공시 의무화된 만큼 향후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해당 제도를 시행한 일본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2년부터 10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고, 제도 시행 이후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시 제도가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올해 4월부터는 공시 의무를 30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금감원은 매년 점검을 통해 사업보고서 부실·미흡 사례를 확인하며 관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다만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는 보고서의 중요사항으로 보기는 어려워 부실·미흡 작성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요사항 누락 기재 시에는 기업 지도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는 중요사항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공시 서식이 개정되면 관련 항목을 중점사항으로 선정하고 점검한다. 누락 기재 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점검해 기업에 다시 보완하도록 요구한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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