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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김보민-삶의 이중적 구조를 담은 공간

2025.05.15(Thu) 16:04:19

[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김보민 작가는 추상적인 배경 앞에 사실적인 사물들을 배치해 우리 삶의 이중적 구조를 한 화면에 담는다. 사진=박정훈 기자


회화에서 공간의 의미는 다양한 성격을 아우른다. 우선은 화면을 구성하는 시각적 효과에서 효용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화가들에게 그림에 대한 열정을 지피는 영원한 화두였다. 

 

회화에서 공간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풍경을 주제로 삼은 때부터다. 서양미술의 경우 600여 년 전부터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원근법이다. 그 결과 평면에다 실감나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전문가들은 ‘눈속임의 기술’이라고 불렀다. 

 

이는 착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보이는 세계에 대한 관심을 두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덕분에 서양 회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서양 풍경 회화에 나타나는 공간은 이처럼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다룬다. 물리적인 공간인 셈이다.

 

무너지고 쌓아 올리는 세계: 260.6×130.3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4

 

이에 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회화에서 나타나는 공간은 실제적인 것이 아니다. 보이는 세계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동양인들에게는 당연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에 빗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의’(뜻을 그려낸다)라고 말한다. 동양 회화의 대종을 이루는 산수 풍경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심리적이거나 철학적인 성격을 지닌다. 

 

김보민 작가의 회화에서도 공간의 성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면의 배경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기하학적 추상을 연상시킨다. 벽면에 걸려 있는 단색화를 바라보는 전시장 풍경을 연상케 한다.

 

이런 공간 앞에는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사람, 동물, 식물 혹은 일상용품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공간의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공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려는 것일까.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돌아갈 수 없는 곳: 53×45.5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5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사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강렬한 색채로 구성한 기하학적 사각형은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표현한 공간에는 입체감이 없다. 심리적 공간인 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김보민의 작품은 배경의 추상적인 구성과 그 앞에 배치된 사실적인 사물들이 모순적으로 놓여 있다. 우리 삶의 이중적 구조를 한 화면에 담고 있다.

 

사실적 사물은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과 사건이다. 이들의 관계에 의해 삶이 형성되는 셈이다. 일상의 물리적 관계를 윤활유처럼 이어주는 게 심리적인 것들이다. 이를테면 감정, 생각 같은 추상적 요소들이다. 이를 작가는 강렬한 원색의 기하학적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김보민의 회화는 삶의 이중적 구조를 표현하는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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