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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명 방문한 경주 황금카니발, 콘셉트 무단 사용 논란

커먼 "지자체가 성과 가로채" 경주시 "저작권은 발주처에"…전문가 "정부 용역 규정은 공동소유가 원칙"

2025.08.14(Thu) 14:15:15

[비즈한국] 작년 15만 명이 방문한 경주 ‘황금카니발’ 축제가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경주중심상권르네상스사업추진단(사업단)이 올해 황금카니발 행사용역을 공고하자, 작년에 축제를 기획한 용역사가 자신들의 창작물을 경주시가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반발한 것. 경주시는 계약에 따라 발주처에 모든 저작권이 귀속되기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정부 용역 계약의 저작권 공동 소유 원칙을 어기는 발주처 단독 소유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년 15만 명이 찾은 ‘황금카니발’ 축제가 올해 경주중심상권르네상스사업추진단이 진행하는 행사에서 기획사 ‘커먼’의 로고·사진·콘셉트 등을 무단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열린 황금카니발 포스터. 사진=황금카니발 홈페이지

 

문화기획사 커먼은 2022년과 2023년, 자체적으로 ‘황남동 카니발’이라는 타운형 음악 페스티벌을 열었다. 타운형 페스티벌은 상점·카페·클럽 등 지역 내 소규모 공간을 활용해 공연과 행사를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지난해 커먼은 사업단이 발주한 ‘제3회 금리단 아트페스타 행사대행 용역’에 입찰해 봉황대와 금리단길까지 행사 범위를 넓혀 ‘황금카니발&황금맥주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즉 자체 개최한 지역 축제에 지자체로부터 사업비 지원을 받게 된 것.

 

당시 커먼은 사업비 1억 80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2억 8000만 원의 회사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황금맥주축제의 경우 지자체 용역 예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자체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갈등은 올해 사업단이 ‘제4회 금리단 페스타 행사대행 용역’을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과업지시서에는 ‘상권활성화구역 내 공실 및 영업점포를 활용한 공간 연출 및 운영’ 등 지난해 황금카니발과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커먼은 지난 행사 때 생긴 부채와 어려움으로 인해 올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커먼 측은 새 용역사가 제작한 올해 축제 웹사이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과거 ‘황남동 카니발’ 시절 공연 사진과 문구가 그대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커먼은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항의했다. 황규석 커먼 대표는 “황금카니발은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창작물의 결실”이라며 “이를 동의 없이 가져가는 것은 심각한 저작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 용역사 대표는 “웹사이트 테스트 과정에서 이전 황금카니발 웹사이트의 이미지를 가져왔으나 사업단의 지적을 받고 웹사이트를 닫았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을 도용당했다고 판단한 커먼은 경주시와 사업단에 △‘황금카니발&황금맥주축제’ 명칭 사용 중단 △​사과와 담당자 문책 △​저작권 침해 업체 자격 취소를 요구했다. 황 대표는 “올해 행사가 APEC 개최 주간에 맞춰 열리는데, 황금카니발의 성과를 경주시의 치적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팬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이름만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주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계약서에 ‘제작한 결과물 일체의 저작권은 발주처에 귀속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행사명·기획안·부대행사 모두 계약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로고 디자인비 1200만 원을 지급해 저작권을 정당하게 취득했다”고 덧붙였다. 황금맥주축제 역시 당시 기획안에 포함된 행사라며 커먼의 ‘자체 행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 용역사의 자격 취소 요구에 대해서도 “지방계약법상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커먼은 자비 2억 8000만 원까지 투입한 축제의 성과를 지자체가 가로챘다며 명칭 사용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고, 경주시는 계약상 저작권이 경주시에 귀속되므로 문제없다고 맞섰다. 사진=경주시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정부 용역 계약의 저작권 규정과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 제56조에 따르면, 용역 결과물의 지식재산권은 발주기관과 계약자가 공동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2020년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이 원칙을 재확인하며, 발주기관 단독 소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용역계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커먼과 사업단이 체결한 계약서에도 공동 소유 원칙이 적시된 용역계약일반조건이 포함돼, 과업지시서의 ‘발주처 단독 소유’ 조항과 상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애리 법무법인 대세 변호사는 “축제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 범위에 포함되기 어렵지만, 불공정계약 여부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금카니발을 즐겨온 일부 방문객들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황금카니발을 방문한 권 아무개 씨는 “로컬 문화가 또다시 지자체라는 벽에 막혀 힘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저작권이 발주처에 귀속되더라도 기획자와 상생하는 방식이었다면 지역 청년들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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